10년간 얼굴도 못본 딸의 갈등■ 낯선 엄마와의 동거 <세컨드 마더> 어머니와의 연결이 우리 마음의 근간을 이룬다. 어머니는 양육 경험을 거치며 아이와 애착을 형성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그런데 서로 떨어져 살아온 엄마와 아이들 사이는 어떻게 될까? 브라질 영화 <세컨드 마더>는 돈벌이 때문에 떨어져서 살아온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시카’(카밀라 마르질라)는 10년 동안이나 엄마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부잣집 하녀로 일하는 엄마 ‘발’(헤지나 카제)은 생물학적으로는 친엄마이지만 정서적으론 낯선 ‘두번째 엄마’다. 딸 제시카가 대학 입학시험을 위해 발이 일하는 집에서 함께 살게 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카메라는 빨래를 널고, 유리창을 닦고, 요리하는 발을 따라다니며 그가 집안일을 얼마나 알뜰하게 챙기는지를 보여준다. 가사노동뿐 아니다. 고용주 아들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품에 다독여 재우면서 발은 그 아들에게는 친엄마보다 더 좋은 ‘두번째 엄마’다. 그런데 일터에 나타난 딸에겐 그만큼의 정성과 돌봄을 쏟기 어렵다. 엄마는 제멋대로 구는 딸이 못마땅하고 딸은 자신보다도 고용주에게만 신경쓰는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낀다.이 영화의 원제는 “우리 엄마 언제 와요?(Que Horas Ela Volta?)”였다. 보모 양육이 보편적인 브라질 사회에서 여자들은 남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내 아이를 남에게 맡기곤 한다. 기혼여성 경제활동 비율이 절반을 넘는 우리사회에도 곧 닥칠 일이다. 멀리 사는 엄마와 딸 사이에 쌓이는 이질감과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온전한 모성 실현을 가로막는 것은 계급이기도 하다. 처음 고용주는 ‘가족 같은’ 발에게 집 안 어디든 자유롭게 이용하길 권한다. 그러나 신분의 경계에 자유로운 발의 딸에겐 부엌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한다. 여성 감독 안나 무일라에르트는 자신을 키워줬던 보모의 딸이 또다시 보모가 되는 모습을 보며 발의 딸 제시카는 건축가를 꿈꾸는 진취적인 여성으로 그렸다. 계급을 뛰어넘어 다른 길을 찾는 젊은 세대를 보고 싶은 감독의 희망이란다.영화에서 엄마와 딸의 사이를 트는 것도 결국 돌봄 노동이다. 양육비를 보내주던 엄마가 나를 돌봐주는 엄마가 되면서 엄마와 딸 사이는 새로운 길을 찾는다. 12일 개봉. 12살 이상 관람가.사일런트 하트루게릭병 엄마의 존엄사 선택
그를 배웅하는 두 딸의 이야기
사일런트 하트. 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남은주 안창현 기자 mifoco@hani.co.kr
(*위 내용은 2015년 11월10일자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