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여름, 강원도 한 계곡에서 보낸 모녀의 즐거운 휴가.

[한겨레 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딸아, 이제 곧 우리가 함께해온 29년의 시간들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는구나. 15년여를 혼자 키워온 딸의 결혼은 내 삶에도 각별한 사건인 것 같아. 결혼이라는 대사를 치르며 엄마도 분주한 나날을 보내게 되는구나. 사위라는 새 식구를 맞이하고 또 그 가족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도 새로운 경험이고, 따뜻하고 다정한 사돈댁 분위기와 개방적이고 쿨한 우리 집, 서로 다른 가족 분위기와 전라도와 경상도 집안의 다른 문화의 만남도 참 흥미로운 것 같아.

결혼식 날이 잡히고 나자 엄마는 스스로에게 마음이 어떤지 물어보았어. 첫째는 덩달아 나도 들뜨고 기쁘다는 거였어. 딸이 결혼 준비를 ‘웨딩 놀이’라며 신나 하니 기분이 좋고, 사랑을 충분히 주고받으며 행복해하는 걸 보는 엄마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어.

마음 한구석에 이혼한 부모라서 사위와 사돈댁이 신경 쓰이고 걱정스러웠는데 사돈댁에서도 편안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결혼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혼자 자식을 키우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구나. 자식의 혼사 문제가 이혼을 망설이는 이유가 될 정도로 자식의 결혼은 이혼 부모들에게 커다란 마음의 짐이란다. 엄마도 심리적으로 많은 감정들이 복잡하게 엉키어 올라오고 그 감정들과 만나야 하는 과정을 치르고 있어. 갱년기라는 몸과 마음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는 와중에 자식의 첫 혼사를 치르면서 기쁨과 섭섭함을 함께 나눌 남편이 없다는 외로움, 자식들을 혼자 키워야 했던 이런저런 서러움이 되살아나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버티며 살아야 했던 내 젊은 날에 대한 회한도 올라오더구나. 자주 만나며 살았다 해도 아빠의 부족한 사랑에 갈증을 느꼈을 딸에 대한 미안함. 그래, 오래전부터 결혼할 때 꼭 한번 다정한 부부 모델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요즘 생각날 때마다 딸을 키우느라 ‘수고했다’고 나 자신에게 인사를 한단다. 한부모가정 엄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경제적 중압감을 많이 겪지는 않았지만 약한 몸으로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자식 둘을 잘 키워내기 위해 애써온 긴장을 이제는 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 결혼식장에서는 네 아빠와 함께 혼주로서 하객들을 맞아야 하는 어색함과 민망함을 감당해야겠지. 지인들의 결혼식에서도 눈물이 나는데 그날 펑펑 울지 않을까 걱정이네. 그러나 딸아, 우리 함께 결혼 파티를 신나게 즐기자! 그리고 부러운 딸아, 나도 결혼하고 싶다! 엄마가

▶ 가족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속 얘기를 사진과 함께 편지(원고지 6장 분량)로 적어 gajok@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에는 빕스에서 4인가족 식사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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