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노래를 부르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일이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거였다. 노래를 부르는 자리가 있을 때면 가슴이 턱 막혔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가 "아빠, 이거 읽어 줘"라며 들고온 책이 하필이면 노래 동요였다. 결정을 해야 했다. 가사를 읽어 줄 것인가, 노래를 불러 줄 것인가. 고민 끝에 노래를 불러 주기로 하고 노래 연습을 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한 건 처음이었다. '음치라도 아빠가 불러주면 다 아름다운거야. 설마 음치 만들겠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다.
"정글숲을 지나서 가자 엉금 엉금 기어서 가자."
노래를 들은 아이는 자지러졌고 아내는 "이러다가 음치 만들겠어"라며 소리쳤다. 그렇다고 물러설 순 없지. 끝까지 다 불렀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불러댔다. 울음을 터뜨린 아이는 박수를 치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자기가 노래를 제법 잘 부른다고 믿었다. 지금부터 삼년 전이었다.
며칠 전 저녁을 먹을 때였다.
서령 : 아빠, 오늘 노래 배웠다. 딸깍딸깍딸깍 딸깍딸깍딸깍 게가 움직입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움직입니다
아빠 : 이번에는 아빠가 불러볼게. 딸깍딸깍딸깍 딸깍딸깍딸깍 게가 움직입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움직입니다
서령 : 아빠 가사가 다르잖아
아빠 : 아빠가 듣기에는 똑 같은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해볼게. 딸깍딸깍딸깍 딸깍딸깍딸깍 게가 움직입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 움직입니다
서령 : 가사가 또 다르네. 아빠는 가사를 좀 연습해 봐. 잘 안되면 내가 알려줄게
그는 딸의 노래를 들으며 깨달았다. 이제 딸도 듣는 귀가 생겼구나. 음정 박자가 다르긴 하네. 그래도 뭐 내가 부르고 싶은대로 부를거야. 네가 "나도 내 마음이 있다고"라고 소리친 것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