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 키울 때를 돌아보면 부모님들의 말씀을 듣기보다 
우리의 방식을 더 고집했던 것 같다.
아내와 내가 번갈아가며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를 직접 키우고 있다 보니 
육아 방식에 있어서는 부모님 방식이 아닌 우리 생각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둘째와 셋째를 키우면서 첫째 때를 생각해 보면 
너무 깔끔하게, 너무 교과서적으로만 키우려 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이들이 늘면서 첫째 때처럼 하기엔 몸이 피곤하기도 하고,
그렇게 깔끔 떨지 않아도 별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둘째와 셋째는 좀 더 느슨하게 키우게 된다.

그런데 주변에서 부모님께 아이 맡기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님 세대와 젊은 부부 세대 간에 서로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미묘하고도, 
복잡한 고충들이 있는 것 같다.
부모님들의 육아 방식 중에 납득하기 어려운 게 있는데, 
아이 맡긴 입장에서 차마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 말이다. 

우리 부부야 세 아이 모두 직접 키우고 있으니 부모님 세대의 조언들에 대해 
합리적이라 생각되면 취하고, 그렇지 않은 건 적당히 자른다.
부모님 세대의 육아 조언들은 과거엔 그 방법이 합리적이거나 필요한 것이었을 수 있고,
어떤 상황이나 맥락에서는 옳은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육아 정보가 많이 나와 있는 만큼
어른들의 조언은 가려들을 필요가 있다.


육아에 대한 어른들의 조언 중 황당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애들은 크게 울게 내버려둬야 목청이 커진다.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어 대면 부모는 이유를 몰라 답답하고, 걱정된다. 
수십 분을 그치지 않고 울 땐 부모도 지치고 힘이 든다. 
아이가 하도 울어 지치고 힘든 부모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한 말로 
약간의 의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우는 아이를 내버려둬야 한다는 말은 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누가 우리 애기 아프게 했어? 때치, 때치!"
아이가 넘어지거나 부모에게 꾸중을 들어 울 때 
할아버지 할머니 중에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있다.
아이 스스로 슬픔을 경험하고, 견디고, 이겨내게 하기보다는 
남 탓을 하게 만드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자꾸 안아주면 손 탄다. 
아직 말을 못하는 아이가 우는 건 울음을 통해 뭔가 불편한 상황에 대해 말하는 것일 텐데,
거기에 반응하지 않으면 아이가 부모와 애착을 제대로 형성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손을 탄다.'는 건 바로 그 사람과 아이 사이에 애착 관계가 형성되었다는 말이 아닐까?
울다가도 그 사람이 안아주면 그친다는 건 그 사람에게 안길 때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손을 탈 정도로 안아주려면 주 양육자가 진이 빠질 정도로 힘들 때도 있다.
나도 셋째가 한 달 되었을 때부터 15개월 된 지금까지 키워오면서 
한 시간 가까이 울 땐 달래주다가도 힘이 들어 내려놓기도 하고, 
'왜 이렇게 우니?' 원망하기도 했다.
그렇게 울 때는 아내가 안아주려 해도 아내에겐 안 간다. 
꼭 나한테 온다. 
아이가 그치지 않고 울 땐 안아주는 게 힘들면서도 
나한테 다가와 안기려 하는 모습을 보면 반갑고, 흐뭇하기도 하다.
주 양육자인 나와의 관계가 좋다는 신호로 보이기 때문이다.

4. 애들은 달래주면 더 운다.
이 말은 맞는 상황도 있고,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아이가 속상해 하거나 슬퍼 할 때 감정을 읽어주는 건 
아이가 자기 감정을 알아차리고, 진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런데 떼를 쓰는 상황이라면 달래주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

5. 갓난 아기 때 머리를 빡빡 밀어줘야 머리숱이 많아진다.
머리를 빡빡 밀어도 숱이 늘지 않는 건 상식이다.
그래서 아이 셋을 키우는 동안 갓난 아이 머리를 빡빡 밀어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데 키우면서 보니 배냇머리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두면 
빠지기도 하고, 땀도 더 나고, 씻긴 뒤 말리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아마도 이 말은 머리숱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아이 돌보는 부모의 편의를 고려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른들이 육아에 대해 말씀을 해주시는 건 아이와, 아이 돌보는 부모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 말이 적합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들으면서도
아이가 잘 자라길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특히 어른들의 말씀 중에는 애정이 듬뿍 담긴 주옥 같은 말씀이어서 
되새길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것들도 많다.
몇 가지 적어본다.
1.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아이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부모가 준비한 음식을 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본 부모라면,
더구나 그 부모가 텃밭에 작물을 키워보았다면
이 말에 백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크기변환_고창 여행 오디 먹는 모습.jpg
(6월 6일 고창 선운사 가는 길에 막내가 맛있게 오디 먹는 모습)


2. 아이들은 아프고 나면 하나씩 배운다.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말 중에 정말 좋아하는 말이다. 
'고통에도 의미가 있다. 고통을 이겨내면 더 성장한다.'는 말로 들린다.
아픈 아이에게도, 아픈 아이의 부모에게도 위로가 되는 말이다.

3. 엄마 손은 약손
이 주문의 효험을 보지 않고 자란 사람이 있을까?
이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안정될 뿐 아니라 엄마 손의 온기가 아이에게 전해져 
실제로 배가 따뜻해진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떻게 하는 게 부모로서 잘 하는 건지 헷갈릴 때도 많다.
어른들의 말씀을 들어야 할지, 육아서대로 해야 할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어른들의 조언을 듣든 안 듣든
부모로서 우리는 그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걸 선택한다.
지나고 나서 보면 그때의 선택이 최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땐 그게 최선이었다.
지금 다시 선택한다면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것을 선택하면 된다.

부모님들의 조언은 당신들이 아이 키우던 상황에서는 최선이었던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걸 듣는 우리는 부모님의 조언까지 포함하여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 중에 최선의 것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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