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농사일

가족 조회수 7369 추천수 0 2012.09.09 16: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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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툰 낫질에 손이 베었다.

그래도 진정한 농부가 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 계속 된다. 삼십여년을 낫 한 번 잡아 볼일 없었다. 그뿐일까. 결혼 해 처음으로 오징어 껍질을 벗겨 보았으니 나도 할말 다 했다. 집 안 일이라고는 어디 하나 내세울 재주라고는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었다.

 

 

2. 남들 하기 시작하면 느즈막히 준비하고 시작하는 농사라 늘 게으른 농부이다.

하지만 결코 놓칠 수 없는 기회라 한 박자 늦게라도 시작하는 우리 가족은 못 말린다.

어제 내 생일이라 맛난 음식을 밖에서 먹었다.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대야미 큰 화원으로 가 성민이 이유식 할 동초 시금치랑 아욱, 김장 배추, 무 씨앗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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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침부터 성민이 업고 잠시 밭일 하다가 힘들어 쓰러질뻔뻔뻔 했다.

 

풀이 자라야 사람먹을 곡식도 자라는 법이다. 서툰 농사일이지만 자연에 해를 주어가며 곡식을 가꾸기보다 함께 공생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서툴기도 손이 부족하기도 한 농사라 먹는 곡식보다 풀이 무성한 밭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텃밭이나 주말농장은 말끔히 정리된 밭에 키우고 싶은 곡식이 잘 자라는 모습들이테다만은. 이 곳은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이다.

오전 단 5분이지만 무성한 풀밭에는 모기가 극성이다. 뉴스에서 일본뇌염 치사율이 높다며 사망자도 소수지만 발생하고 있다. 자연을 거스른 인간들에 의한 답이라 생각하며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모기를 없애기 위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사람들의 지능보다 화학 약품에 내성이 길러져 더 강력한 독성을 가진 모기들이다. 그러니 당할 자신 없다. 생 풀을 베어 불을 피워 연기로 모기를 쫓기도 하고, 목초액을 뿌려 보기도 하지만 그도 한계는 있다. 모기만 물기면 집으로 달려가 비눗물로 깨끗히 씻는 방법 밖엔 더 할 도리가 없다. 즉시 씻고나면 더 이상의 가려움도 상처도 없어 다행이다. 작년 봄 말벌떼들이 달라들어 사 둔 살충제를 제외하고는 모기를 쫓을려고 뿌리는 화학 약품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곳은 개미, 모기, 쥐들 조차 천지다. 뱀을 직접 보지 않았지만 허물까지 보았다. 어린 아이가 뛰어 노는 안전한 공간이라 행복함과 동시에 자연이 함께 공생한다. 그래서 늘 장화를 신거나 잡초를 기계나 낫으로 베어 바닥이 훠니 들려다보이도록 하고 있다. 사실 처음 이사왔을땐 이런 저런 인수전염병까지 염려했다. 지금도 밖에서 놀고나면 간단히 샤워라도 하고 손 세정제로 깨끗히 씻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면역이 차츰 키워진다면 별 문제 없으리라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아울러 나간다는 마음이다.

 

애미는 민이 업고 호미로 김메고.

실컷 노는 현.

늘 애미 곁에 머무는 준.

애미 등에서 이런 저런 구경하고 호미질 할때마다 힘들다고 끙끙거리는 민.

오전 5분 밭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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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곳으로 이사 오면서 더 넓은 마당(800평) 귀퉁이에 구덩이를 파서 매일 나오는 과일껍질은 대충이라도 말려 수분없이, 염분이 없는 모든 음식 쓰레기를 매립했다. 쌀뜨물로 만든 EM으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냄새는 조금 나지만 흐물 흐물 제 모양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자연 애와  뿌듯한 기분을 느낀다.  



며칠전 정오쯤 거실서 성민이 젖 먹는 동안 현, 준이는 마당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40분남짓 수유를 마치고 성민이 옹알이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는데. 이미 거실 창문 앞에서 현, 준 두 아이가 서서 밭에서 갓 딴 노각과 대추 토마토를 먹고 있었다. 눈 마주치며 히죽 웃는 두 아이의 얼굴. 

저 동생 젖 먹을  동안 충분히 배려하는 두 아이에게 감사하다. 가을이라도 오전엔 땡볕에 목도 말랐을테고 끼니때가 다 되었으니 허기도 졌을텐데 자연이 주는 선물만으로 충분히 목도 축이고 허기도 면하는 아이들에게 또 한 번 고맙다. 고작 여섯살 네살인데 일일히 애미 손이 가도 부족할 아이들인데... 

 

4. 온통 풀밭이다. 어디 하나 먹을 곡식이 눈에 잘 보일까 먹을 곡식 찾느랴 숨바꼭질 한다. 매일 부지런히 김메지 않는 이상 말끔한 밭에 나는 곡식이람 먹을 곡식일까 먼저 의심이 갈 정도다. 숲풀이 우거져 있는 우리 밭은 진정 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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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벌써 며칠째 풀밭에서 뛰어 놀고 있다.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으니 과연 올해 김장 할 수 있을까 싶으다. 하지만 우린 목숨 안 건다 그저 즐길만큼 최선을 다할 뿐이다.

서울 생활할때만 해도 농사철 상관없이 동물원이고 박물관으로 늘 다녔건만 이 곳에서는 농사철에는 발목이 꽁꽁 묶인다. 흉내는 다 내고 있는 무니만 농부일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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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준이는 잘 익은 대추 토마토 따 먹는 재미로 산다. 노란빛으로 익은 ㅡ토마토만 있으면 호시탐탐 노리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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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풀이 자라듯 대추 토마토도 잘 이겨내 한창이다. 잘 익은 대추토마토는 그야말로 대추처럼 달다. 물 대신 갈증을 잊게 해 주고 허기도 달래주기도 한다. 초록 여린 열매가 볕과 땅의 영양분, 비의 조화로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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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이는 늘 애미 곁에 머무는 아이다. 엄마 나도 할거야. 우리 고구마순 반찬 해서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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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이 업고 등에서 잠이 들어 얇은 이불 덮어 모기로 부터 공격은 일단 최대한 방어했다. 모기불 피어 놓고 고구마 순 열심히 땄다. 진정한 농사꾼이다. 늦은 저녁까지 일하는 모습들. 무슨 반찬해서 저녁 먹지?

 

풍년이다. 생각지도 않은 호박까지 수확했다. 현, 준는 호박 죽도 해 먹고 떡도 해 먹자고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 한다. 작년 겨울 호박고지 해서 말렸던 기억을 떠올린 현이는 이번에는 저도 같이 깎아 말려 떡 해 먹고 싶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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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극성이다. 극성!

어제 베어논 풀이 꾸덕 꾸덕 말려져 있어 불이 붙긴 붙었다. 연기가 풀풀풀 나더니 눈이 매울정도다. 그러니 모기는 얼씬도 못 하니 효과 만점 모기약이다. 옛 조상들이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이용하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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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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