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아빠

서른 무렵엔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날 만큼 애틋했는데 

이젠 “아빠”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볼이 뜨겁네요. 


마흔 중반에 나은 막내딸이 이쁘다고 꽃신 사주시던 아빠는 어린 시절부터 할아버지였어요. 아빠 친구들은 다들 “할아버지” 였어도 우리 아빠는 가장 멋진 사람이었죠. 늘 든든하고 때론 근엄하시지만 다정하게 한글이랑 한자이름, 알파벳, 구구단을 모두 가르쳐준 능력자 아빠. 고맙습니다. 어릴땐 아빠가 해주시는 모든게 당연했기에 마음속의 말들을 하지 못했네요. 초등학교 입학해서는 달력으로 교과서를 하얗게 싸주시고 검은 글씨로 표지에 내 이름을 적어주시던 아빠. 어느 날부턴가 내가 스스로 교과서를 쌀 수 있게 되었을때 내가 자라는 것이 미안하게 생각되었어요. 왠지 아빠의 일을 빼앗는 느낌이랄까?


열네살 어린 나이에 시내로 나와 자취를 하던 그날. “이렇게 나가면 나중에 시집가고 다시는 집에서 살 지 않겠구나” 하시던 아빠의 그 옅은 눈물이 지금도 너무 생생해요. 고등학교 땐 대입준비로 바쁘고 대학다닐땐 꿈을 찾는 다고 바쁘고, 세상에서 제일 바쁜 것만 같은 딸래미가 시집을 갈 때. 아버진 칠십대 중반의 노인이 되어계셨지요. 그 때까지도 난 아빠가 나처럼 그저 자라기만 할 줄 알았어요. 그저 나이를 들어가실 줄만 알았어요. 사랑한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안하시는 무뚝뚝한 분이라 결혼할 때 처음 “고맙다, 잘 살아라” 는 말씀도 내 행복에 취해 그저 건성으로 들었지요. 일년간 외국에 나갈 때 작고 왜소해진 아빠의 어깨가 마음 아팠지만, 죽으면 공원묘지에 묻어달라는 말씀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냥 그 자리에 아빠가 계실 줄 알았어요. 

먼 타지에서의 안부전화에 그저 “고맙다” 하시는 아빠의 말씀이 이상하게도 마음 깊숙이 새겨지더니 그 해 가을 뇌경색으로 쓰러져 3년간 투병하시는 내내 아빠는 한 말씀도 하지 못하시고 지난해 봄 떠나셨네요. 내 마음 속의 말들 다 하지 못했어도 나 없는 동안 훌쩍 떠나지 않아서 감사해요. 나를 기다려, 병실에서나마 볼 수 있었던것두 큰아이 손에 휠체어 타고 산책할 수 있었던 것두 고마워요. 돌아가시기 며칠전 엄마 생신으로 모였던 날 병실 침대에 누운 아빠의 볼에 뽀뽀했을 때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시던 아빠. 

아! 노인이 되어간다는 건 아이와 같은 거구나. 이제 자주 뽀뽀해드려야겠다. 생각했던 그날이 아빠와 눈을 마주친 마지막이네요. 어리석게도 이제야 알았어요. 사랑할 시간은 충분했지만 그걸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것을. 내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엄마도 아빠도 나의 포옹과 뽀뽀와 다정한 말이 큰 기쁨이라는 것을. 아빠가 떠나신 다음에 깨달았네요. 그 수없이 많은 시간동안 다정하게 안아드리지 못해서 미안해요 아빠. 너무 보고 싶은데 볼 수 없어서 마음이 아프지만 아빠. 고마워요. 아빠를 사랑하는 딸로 자랄 수 있게 해 주셔서.


아빠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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