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우연히 엿듣게 된 토토로네 6살 8살 딸들의 대화다.

"언니! 난 한국 남자 만나서 한국 애기 낳을거야!"

"너 Joy 좋아하잖아. 걔는 미국 아인데?"

"Joy는 그냥 친구야~~ 걔랑은 결혼 안할거야."

"왜 한국 남자가 좋아?"

"응~ 한국말 할 수 있잖아. 나처럼 까만 머리 한 애기가 좋아. 나는 내 애기랑 한국말 할거야!"

"미국 애기랑도 한국말 할 수 있어!"

"진짜?"

"한국말 가르쳐주면 되잖아."

"싫어, 그래도 난 한국 애기가 좋아. 엄마처럼 한국 남자랑 결혼하고 한국 애기 낳을거야!"

........

벌써 요 꼬맹이들이 '국제 결혼'에 대해 논하고 있다니...

6살 둘째의 국제결혼에 대한 확고한 신념에 우습기도 하면서, 한편은 이제 국제결혼이 남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 주변만 하더라도 친구들 중 몇몇은 외국 남자와 결혼을 했고, 부모님의 아는 분들 중 외국 며느리나 사위를 본 사람들도 적잖게 만날 수 있다. 여기 베이비트리에도 윤영희님이 계시고! 이렇듯 우리 한국 사회도 글로벌 다문화 사회로 급격히 변하고 있고, 아이들이 살아가는 시대에는 단일 민족이라는 명분이 무색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국제결혼하면, 우와~~라고 감탄하면서도, 말이 통한다고 해도 과연 깊이 있는 대화가 될까? 같은 문화권에 사는 사람끼리도 안 맞는 부분들이 많은데, 문화적 차이로 인해 어려움이 있진 않을까?라는 우려가 먼저 앞선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또 그렇지만은 않았다. 신토불이 신조를 가지고 있던 친구가 유학을 가서 외국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정말 잘 산다. 그 친구 말에 의하면 오히려 외국 남편이 너무나도 쿨하게 한국 문화를 이해해주고 받아주고 즐겨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고, 시댁과의 갈등의 요소가 없다는거다. 음...딸가진 엄마 입장에서는 정말 환영할만한 조건이다^^

 

엄마의 괜한 걱정과는 달리 한국을 너무 좋아하는 딸들은 엄마 아빠의 모습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가보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친척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겼고, 한국말을 하고, 햄버거와 피자보다 김치와 밥과 국수를 더 좋아하고, 수저와 젓가락을 사용한다. 집에서는 신발을 벗고 다니며, 한국의 추석때는 송편을 만들고, 설날때는 우리끼리 한복을 입고 세배도 한다. 토토로네 딸들은 집에 오면 작은 한국을 경험하고 있고, 집을 나서면 미국이라는 다인종 다문화 속에 살고 있다. 방학때 한국에 갔을 때, 외국인에게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던 아이들이 동네 모르는 사람에게 거리낌없이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들과 같은 말을 하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주는 편안함을 아이들도 느끼는 것 같다. 토토로네 딸들이 엄마 아빠의 행동을 보고, 말과 생각을 들으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좀더 어깨가 무거워진다. 사실 한국인이지만 내 나라에 대해 내가 얼마나 잘 알고 있나라고 했을 때 자신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지나지치 않고, 하나하나 다시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야겠다.

 

지금은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이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서 부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인종, 문화, 언어, 가치관, 정체성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칠지도 모른다. 그럴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지혜롭게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어떻게 길잡이를 해줄 수 있을까? 바램이라면 토토로네 딸들이 얼굴 색깔와 생김새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한 편견없는 눈으로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사람대 사람으로 인연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최근들어 토토로네 딸들이 조금씩 두 문화권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다를 수도 있구나!","잘 발견했네!","달라도 괜찮아!"라며 말해주면서 '다름을 인정하기'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 전에 엄마인 나부터 뿌리박혀 있는 편견들을 버리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다. 은연중에 편견을 가지고 내뱉는 말부터 조심해야겠다. 그건 그렇고 꼬꼬마 딸들의 남자친구 이야기에 벌써부터 발끈하고, 딸들 시집 안보내겠다는 토토로네 아빠는 어떻게 하지?^^;; 엄마는 딸들이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아 어떤 엄마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데, 너무 앞서가는 상상이지만 왜이렇게 설레고 기대가 되는건지... 내가 결혼할 때, 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 친정 엄마가 어떤 느낌이었을지. 엄마가 되고 나니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거. 같은 느낌들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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