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벗지마, 찌찌 보이니까

 

발단은 꽃무늬 반짝이는 민소매원피스였다. 딸아이가 꼭 입고 나가겠다는 그 옷. 단추가 있는 쪽을 내 앞으로 들고 아내에게 물었다.

“여기가 앞이지?”

“응”

아내가 출근한 뒤 단추가 있는 쪽을 앞으로 하고 옷을 입혔는데, 웬걸 앞이 훤하게 파여 찌찌가 보였다.

“이상하다. 끈이 너무 길게 만들어 졌나봐. 이 옷 좀 이상해. 서령아. 다른 옷 입자.”

“싫어. 이거 입고 갈거야.”

대략 난감. 그때 눈에 보이는 분홍색 가디건. 역시 해결책이 있군.

“서령아, 가디건 입혀줄 테니까 유치원에 가서도 벗지 마. 찌찌 보이니까.”

더위를 많이 타는 딸아이는 패션을 포기하지 않고 가디건을 입은 채 유치원에 갔다. 오후 유치원에서 나오는 딸아이 차림을 보니 아침에 입은 그대로다. 잠이 쏟아지는 아이를 안고 집으로 가 재웠다. 그렇게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난 딸아이.

“서령아, 우리 닭 먹으러 갈까?”

“좋아. 우리 닭 좋아하잖아.”

그렇게 딸아이와 치킨집으로 직행. 그 복장 그대로. 정신없이 닭을 먹던 아이가 소리쳤다.

“아빠, 여기 더워.”

“에어컨 켰는데도!”

“응”

잠시 고민하다 가디건을 벗기고 찌찌가 보이지 않도록 치마끈을 뒤로 잡아당겼다. 약간은 민망하고 어색한 폼으로. 닭을 다 먹자 가디건을 입히고 집으로 출발. 퇴근한 아내가 물었다.

“치마는 잘 입고 갔어?”

“잘 입고 가기는 했는데 그 치마 끈이 너무 길어. 찌찌가 다 보이더라니까.”

“어느 쪽을 앞으로 했어?”

“당연히 단추가 있는 쪽이지.”

“엥. 뭐라고! 그쪽은 뒤잖아.”

“아닌데, 아침에 당신이 한 얘기하고는 다르잖아.”

“어휴. 생각해봐. 보통 자기가 보는 쪽을 앞이라고 하잖아. 당신 기준으로 보니까 그렇지.”

“(순간 민망해서 말을 하지 못하다가)그렇기는 하네. 물어볼 때 상대방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데. 내게는 단추가 있는 쪽이 앞이지만 당신에게는 뒤쪽이네.”

“더위 많이 타는 얜데. 하루 종일 가디건 벗지도 못했을 꺼 아냐.”

“내가 벗으면 찌찌 보인다고 그랬거든.”

어설픈 아빠 덕에 딸아이가 고생했겠다. 다음 날 아침도 딸아이가 고른 건 단추 달린 원피스였다. 입히기 전에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단추가 달린 쪽이 앞인 것 같다. 왜냐. 가슴에 큼직한 상표가 보이니까. 이날 저녁, 서령이가 드디어 진실을 알았다.

“아빠, 꽃무늬 원피스 입고 싶어(문제의 원피스다).”

“그래”

옷을 가져와 자신있게 단추를 뒤로 해서 입히려 했다.

“아빠, 단추가 앞이잖아!”

“아니야. 단추가 뒤야.”

“아닌데, 앞인데.”

“아빠가 잘못 알고 있었어. 봐봐. 단추를 뒤로 하니까 찌찌가 안보이잖아.”

“아빠 바보!”

엥 바보라고. 잠시 발끈했다.

“서령아, 사람은 실수할 수 있는 거야. 아빠도 실수할 수 있는 거야.”

그러자 딸아이는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바보!”

어제 유치원에서 더웠던 게 억울해서 그랬을까.

 

서령아, 아빠도 실수하고 그러면서 산다구. 누가보면 ‘칠칠맞게 왜 그래’ 그럴 수도 있지만 뭐 어떠니,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 만들었는 걸. 하지만 원피스를 돌려볼 시도를 하지 않은 단순함에 아빠도 놀랍기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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