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 좋아한다면, 아이들과 같이간다면
‘비긴 어게인’ ‘하늘의 황금마차’
‘마야’ ‘쿰바’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영화들을 취향에 맞게 골라 보는 것도 좋겠다. 개봉관이 많지 않아 평소엔 찾아보기 힘들었다면 시간 여유가 있는 추석 연휴를 잘 이용해보자.
음악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최근 9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비긴 어게인>이 안성맞춤이다. 음악영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원스>의 존 카니 감독의 신작이다.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러빈)의 변심에 상처받은 그레타(키라 나이틀리)와 잘나가는 음반 프로듀서였지만 이젠 추락해버린 댄(마크 러팔로)이 음반을 만들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간다는 줄거리다.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주인공들의 세밀하고 잔잔한 교감이 마음을 울린다. 영화 속 노래를 담은 오에스티(OST) 음반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제주 4·3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지슬>로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오멸 감독의 신작 <하늘의 황금마차>도 있다. 돈도 없이 밴드를 조직한 뽕똘(이경준)이 암과 치매가 동시에 찾아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큰형(문석범)으로부터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는 상황을 그린 음악영화이자 로드무비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실제 스카 음악을 하는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의 흥겨운 음악이 흐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제작한 영화로, 올여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도 있다. <마야>는 사고뭉치 마야가 로열젤리를 훔쳐 여왕벌을 위태롭게 하려는 2인자 버즈리나에 맞서 꿀벌왕국을 지켜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단순한 필치로 그려낸 귀여운 꿀벌 캐릭터가 일품이다. 반쪽 무늬로 태어나 따돌림을 당하던 얼룩말 쿰바가 온전한 무늬를 얻기 위해 마법의 연못을 찾아 나선다는 모험담을 담은 <쿰바: 반쪽 무늬 얼룩말의 대모험>도 눈에 띈다. 아프리카에 대한 상상력과 호기심을 북돋을 만큼 동물들과 초원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선택이 힘들다면 기획전을 찾는 것도 좋겠다. 서울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에서는 6~10일 ‘한가위 맞이: 독립영화 삼색전 영문자막 상영회’가 열린다. 한국 대표 단편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과 10대 왕따 문제를 다룬 <야간비행>, <하늘의 황금마차> 등 세 편을 상영한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
(*한겨레 신문 2014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