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림책을 선호하는 개똥이가 이 책을 과연 읽을까? 반신반의했다. 그래도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에 일부러 녀석 눈에 띄는 곳에 책을 두고 출근했는데, 바로 그날 아침 등교 전에 읽기 시작해서 저녁 귀가 후 마저 읽었다는 훈훈한 소식을 전해 주었다.
. 어땠어?
. 엄마도 한번 읽어봐요.
. 알겠어. 엄마 읽고 나서 같이 얘기 해 보자.
그렇게 개똥이의 권유에 읽기 시작했는데, 나름 뒷얘기가 궁금한 책이었다. 주인공 노을이가 엄마를 기다리는 이야기인데, 이 엄마는 아빠의 재혼으로
노을이의 엄마가 되었고 동생을 낳고 같이 살았지만 이혼으로 결별하게 되었다. 평소 엄마의 잔소리를 듣고도
제대로 하지 않던 노을이는 손도 잘 씻고, 숙제도 다 하고 태권도 학원도 잘 다니며 어쩌면 엄마가 돌아오지
않을까? 잘 했다고 칭찬해 주지 않을까?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이혼 후 방황하는 아빠를 보면서 노을이가 어떤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외롭게 살게 될까 걱정했는데, 짧은
방황을 끝낸 아빠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노을이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다행이다 싶었다.
노을이가 그리워하는 엄마는 친 엄마가 아니지만 노을이에게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엄마이다. 비록 이혼으로 헤어지게 되었지만 새 엄마라는 존재가 다소 따뜻하게 그려진
것도 안도한 부분이다.
신비한 누나 한 명이 등장하며 엄마랑 동생이랑 다시 같이 살게 해 달라는 노을이의 소원이 이루어지나 싶었는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슷하게는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적이고 희망적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야 개똥이의 후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고, 아이스크림 2개를 훔친 누나는 가난한 것 같아요” 했다. 같은 누나를 두고 나는 신비로운 누나로 개똥이는 가난한 누나로
생각했으니 가난하면서 신비로운 누나라고 하자.
아빠의 이혼으로 더 이상 엄마가 아니게 된 엄마를 한없이 그리워하는 노을이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 주변에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노을이가 아닐지.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