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개똥이 학교 방과후수업 공개수업이
있었다. 녀석은 처음엔 목요일 농구와 금요일 로봇과학 이틀만 오라고 하더니 모든 과목이 공개수업을 한다는
것을 알고서는 다 오라고 했다. 화요일 축구는 엄마 혼자 본 적이 있으니 안가도 되지 않으냐 물었더니 "오면 좋고요, 안 오면 안 좋고요" 속삭이듯 작게 말하는 게 더 무서워서 결국 5일 내내 참석했다. 그래 내가 이럴라고 육아휴직을 한 거지. 기꺼이 가 주마.
월요일 매직마술.
마침 수업이 개똥이네 교실에서
진행되어 둘러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림이 눈에 들어 왔다. 어느
기사에서 본 것처럼 아이들 그림 대부분 아빠는 누워서 자고 있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설마 우리 개똥이도? 아닐 것이란 기대가 조금은 있었으나 어김없었다.
남편은 억울하다고 했지만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인정해야 했다. 다른 아빠들 보다 개똥이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남편이긴 하지만 최근 운동을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운동이 문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의 목표는 철인3종이라는것. 주중에는 새벽 5시반에
일어나 6시 수영 강습을 다니고 토요일 아침에도 자유수영에 일요일 아침에는 자전거를 탄다. 결혼 생활 10년 동안 늦게 자고
7시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던 사람이 일찍 자고 5시 반에 일어나는 것이 신기했다.
바뜨, 그러나.
과유불급. 주 7일 운동은 자연스럽게 일요일 오후면 그를 침대로 이끌었고, 더러 아빠를 찾는 개똥이를 향해 신경질 적으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물론 그는 부정했지만. 그 결과 바로 '잠꾸러기 아빠'.
그에 비해 나는 날로 먹었다. 세상에서 나를 요리 잘 한다고 믿어 주는 사람은 개똥이가 유일하다. 유아휴직
후 녀석이 죽을 원해서 그 옛날 이유식 수준의 죽을 몇 번 해 준 것이 그림에 반영 된 것 같다.
개똥이 친구의 그림을 찬찬히 살펴 봤는데, 사실적인 묘사가 눈에 띄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엄마. 가위를 가지고 이것 저것 오리는 재미에 푹 빠진 동생. 안경을 벗어 두고 “5분만”을 외치는 아빠.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5분만”이 아닐지. 참 애잔하다.
- 개똥이 친구의 그림. 5분만... 애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