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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옥상 화가'로 불리는 김미경 선배의 `서촌 오후 4시전'에 점심 시간을 이용해 다녀왔다. 최재봉 선배, 은형 선배, 미향 선배와 함께. 그런데 전시장에 갔더니 박시백 화백과 이상수 선배와 김선주 선배까지 만났다. 게다가 김미경 선배께서 직접 전시장에 나오셔서 그림에 대한 설명까지 해주셨다. 제일 먼저 그린 그림이 무엇이고, 그 그림에 얽힌 사연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얘기를 들으며 그림을 보니 훨씬 재미 있었다. 그림 중 작은 소품 중심으로 노란색이 색칠돼 있는데 왜 그렇게 하게 됐는지에 대한 사연도 들었다. 서촌이라는 공간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화가가 옥상에서 쫒겨난 이야기들을 들으니 흥미로웠다. 이런 영광스러운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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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여기자회 총무를 하면서 계획했던 일이 한겨레 여기자 선배들을 모셔서 그 분들의 삶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 당시 의욕적으로 했었는데 몇 번 하다가 당시 여기자회 총무로서 처리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이 생기면서 그 계획을 계속 이행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 때 선배들 가운데 제일 먼저 모신 분이 김미경 선배였다. 2013년도 당시 선배는 미국에서 귀국해 아름다운 재단 이사장이셨다.

 

당시 선배께서는 후배들을 위해 짧은 미니 강연을 준비해오셨고 영감을 주는 내용이었다. 무엇이든 기록하고 또 나눠야 하는 나는 그때도 강연 내용을 정리해 여기자회 구성원들과 나눴었다. 오늘 전시회 다녀와서 당시 메일을 뒤져 읽었다. 메일을 읽으면서 선배는 당시 본인이 말한대로 인생을 이끌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것 몇 가지만 공유하면,

 

1. “버려야 keep 할 수 있다”

나는 버림교주다. 예전에는 잘 버리지 못했는데, 미국 갈 때 한번 쫙 버리고 나서 버림교주가 됐다. 그때 느낀 것이 잘 버려야 중요한 것을 keep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것들을 버리셨다고 했는데, 선배가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던 것들 중 하나가 한겨레에 기자로서 재직하실 때 했던 각종 활동과 관련한 것들이었다. 옛날 여성특별위원회 세미나 자료, 선배들이 냈던 사내 문제 관련 성명서, 한겨레 초기 월급명세서 같은 자료들이었다. 한겨레의 남녀 평등 문화와 여기자들의 권익 향상에 선배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선배가 되고싶다.

 

2. 공동체 기여와 내가 좋아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  

 

선배는 기자생활을 할 때도 사회운동으로서 접근했었던 것 같다고 회고하셨다. 저널리스트로 가는 과정에서 많은 심적 갈등을 겪었다고 했다. 여성학과를 졸업해 또 하나의 문화에서 활동하고, 여성신문에서 일했던 선배는 <한겨레>에 입사해서도 여성 관련 취재가 좋고 문화 영역 취재하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그런데 선배는 성명서를 통해 여기자들도 정치경제사회 부서에 배치하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을 느꼈다고 한다. 내가 이런 요구는 하면서 나는 안가도 되는 걸까 하는 것과 같은 갈등을 겪으신 것이다.

 

일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 내가 좋아서,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해서. 선배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회운동적 마인드가 컸던 것 같다고 했다. 그 부분이 충족되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살았단다. 그런데 미국에서 돌아온 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셨다. 일을 하는 세 가지 이유는 우리가 사는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배는 그 세 가지의 균형을 잡아가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하셨다.

 

선배께서는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해서 내가 즐거운 일을 뒤로 하는 것이 맞는가? 나는 여러분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겨레>에서 일을 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나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해서만 아니라 자기다운 것을 표현하려는 목적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부분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고, 그것을 꼭 찾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이 부분에서 한겨레 최초 여성 편집국장을 하셨던 권태선 선배의 약간의 반론도 있었다. 김미경 선배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한겨레를 떠날 수도 있지만, 한겨레에 남아 버티는 것도 중요하다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다. 여기자로서 끝까지 버티는 힘, 그리고 그런 사람이 조직에 존재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두 분의 얘기가 모두 맞다고 생각했다. 조직 내에서 끝까지 버티는 힘,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자기다움을 잃지 않는 것에 대한 노력 둘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둘 다 충족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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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자라서 좋은 5가지, 기자여서 독 된다”

 

기자 생활을 떠나 바깥에서 보니 기자로서 좋은 점이 5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었다고 김 선배는 말했다. 1)매일 마감해야 하는 것. 매일 매일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은 보통 능력이 아니더라는 것. 2) 리드를 잡아야 쓰는 것. 뭔가 핵심을 파악하고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도 보통 능력이 아니다고 했다. 3) 균형감각. 기자는 끊임없이 취재원의 말이 신뢰할 만한지 의심하고 포지셔닝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균형감각을 키운단다. 4) 박학다식. 다양한 것들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5)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서 중요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이 모든 것이 기자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능력인데 반대로 이런 능력때문에 자신에게 독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1) 매일 마감해야 하는 병때문에 긴 호흡으로 보는 법을 모르게 될 수 있더라는 것. 인생은 기자 생활로 끝나는 것이 아니므로,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하셨다. 정년을 준비하지도 못하고,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모르고 살 수도 있다고 했다. 2) 리드를 잡아 쓰는 습관 때문에 사사로운 것을 무시하게 되더라는 것. 리드가 아니면 킬 하는 태도때문에 인생을 망칠 수 있다고 하셨다. 살다보면 사소한 것 중에 매우 중요한 것이 많았다고 하셨다. 3)균형감각 찾는다고 다른 사람 포지셔닝은 잘 하는데, 정작 자기 포지셔닝은 못하는 기자 많다고 하셨다. 자기 포지셔닝도 잘 해야 한다고 하셨다. 4)박학다식.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다 안하무인증 나타나기도 한단다. 겸손해야 한다고 그러셨다. 5) 오피니언 리더랑 함께 논다고 내가 브아이피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경고하셨다.

 

선배가 들려준 삶의 지혜와 경험들을 주옥 같다. 마음 속에 되새겨본다. 선배를 보면서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에너지를 본다. 선배가 하루 10시간 이상 공들여 그린 그림 50점은 완판이 됐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도 놀랍다고 했다. 약간 들떠있고 식사마저 제대로 못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얼마나 흥분된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보라색에 빨간 방울 달린 모자에 검은 색 짧은 치마를 입은 50대 여성의 모습은 왜 그리도 섹시하고 매력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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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과 한옥, 동네 풍경을 소재로 그린 선배의 그림은 따뜻한 느낌이었다. 그림에 문외한인 나는 선배의 삶에 대한 태도와 선배의 에너지가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선배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들어있고 삶의 공간이 있어 좋았다.

 

선배는 “빈 도화지를 보면 앞으로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했다. 그런 두려움이 매번 들지만 두려움을 넘어서고 또 그는 무언가를 그리리라.

 

“수많은 사람들이 경복궁 옆 서촌으로 몰려오고 있다. 청와대, 고도제한, 개발제한 덕분에 겨우겨우 살아남았던 과거가 하루하루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조급증이 나기 시작했다.”

 

<한겨레> 기사에서 선배는 그렇게 말했다. 글로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는 그림으로서 서촌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문 기자는 아니지만 또 하나의 기록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선배는 한겨레 재직 시절 한겨레 미술 동호회를 했는데, 동호회 구성원 가운데 자신의 표현대로라면 가장 '지진아'였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그림 실력이 없던 선배가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완판 화가가 되었을까? 

 

선배는 오늘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서 “에스엔에스가 아니었다면, 또 ‘옥상 화가’라는 이름을 붙여준 지인이 아니었다면, 또 탁월한 편집자의 감각으로 '옥상 화가'라는 것을 관심 갖고 그것을 기사화하겠다고 한 고경태 선배가 아니었다면 내 작업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꿈을 꾸고 그 꿈이 현실화되는 데에 얼마나 많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헌신과 배려와 참여가 있었는지 알게 됐다. 우리가 사는 삶은 결코 혼자 사는 삶이 아니며, 내가 꾸는 꿈은 나만 혼자 꾼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도움과 협조가 있을 때 더 현실화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선배 전시회는 3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진행된다. 오늘 많은 후배들은 선배에게 그림 가격을 더 올리라고, 완판된 작품을 내리고 새 작품을 걸어서 더 돈을 벌라고 했는데 어떻게 하실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앞으로 선배가 또 어떤 삶을 살아갈 지 궁금하다. 버림교주인 선배가 또 무엇을 버리고 또 어떤 가능성을 창조할 지 궁금하다.

 

버리고 비우고 가능성을 창조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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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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