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17860901_20141113.JPG » ‘아기 보습제’로 입소문을 타다가 어른들의 화장대에 오른 저자극 고보습 로션, 크림들. 아래는 배우 김지호가 아이와 함께 고보습 크림을 사용하는 내용으로 찍은 ‘아토팜’ 광고 화보.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매거진 esc] 스타일

유아·아토피용으로 알려졌던 보습제들의 영토확장…실용성에 자극없는 성분으로 성인 소비층 공략


보드랍고 둥근 아기 엉덩이에 새하얀 크림을 펴 발라주고는 입을 맞춘다. 목욕을 막 마친 아기의 피부에 순하게 배어들 보습제. 키가 제법 큰 딸아이 얼굴에도 정성스레 로션을 발라준다. 아이들에게 로션을 다 발라준 뒤 엄마는 자신의 어깨에도 같은 로션을 바르기 시작한다. 배우 김지호가 출연하는 국내 피부 전문 브랜드 아토팜의 광고 영상 내용이다.


엄마들이 아기 보습제를 탐하기 시작했다. 엄마뿐이 아니다. 아이가 없는 여성들도 기존에 ‘아기 피부에 좋은 크림’으로 입소문 난 브랜드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세타필, 피지오겔, 아토팜 등 ‘아이를 위한 순한 보습제’ 또는 아토피 피부를 위한 제품으로 먼저 알려졌던 브랜드들이 하나둘 어른들의 화장대 위에 오르고 있다. 이런 보습제를 얼굴에까지 바르는 이들도 늘어나 성인 로션·영양크림 자리까지 넘볼 기세다.


육아보육 포털 ‘베이비트리’(babytree.hani.co.kr)가 지난 6일부터 5일 동안 누리집 방문자 100명에

게 물었다. “아이에게 발라주려고 산 보습크림을 어른도 사용하고 있습니까?” 응답자의 84%가 “그렇다”고 답했다. 몸에만 바를까? 전체 응답자의 71%, 아이와 함께 보습제를 쓴다고 응답한 사람의 85%가 “몸뿐만 아니라 얼굴에까지 해당 로션을 바른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20~40대 여성. 한창 피부에 신경쓸 나이인데 얼굴에까지 바르는 로션과 크림으로 ‘아기 보습제’로 유명한 브랜드를 택한 이유는 뭘까? 61%가 “아기 보습용이니 순하고 기능이 우수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따로 화장품을 구비해 바르기가 귀찮아서”(14%)라는 응답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아이와 함께 보습제를 사용하는 이유로 ‘순함’과 ‘우수한 기능’을 꼽았다.


이들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브랜드는 세타필이다. 아이와 함께 로션을 사용한다는 이들 중 27명이 세타필을 선택했다. 이어 피지오겔(18명), 아토팜(11명), 아비노(7명) 차례였다. 이밖에 궁중비책, 버츠비, 캘리포니아베이비, 뉴트로지나, 키엘의 보습제들과 유한킴벌리 ‘그린핑거’, 멜라루카 ‘리뉴’, 퓨엔 ‘아토앤비’ 등이 꼽혔다. 생활협동조합이나 기타 유기농 매장에서 화장품을 구입해 온 가족이 바른다는 이들도 있었다.


피지오겔·세타필 등 

몇년새 판매량 급증 

고보습 성분에 인공향 등 넣지 않고 

가격 저렴해 겨울철 특히 인기


뷰티&헬스 매장인 씨제이 올리브영을 기준으로 보면 피지오겔의 올해 3분기까지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 증가했다. 세타필은 2008년 매출 30억원에서 5년 만에 280억원대로 9배 넘게 성장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갈수록 유해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건조하고 민감한 피부 문제를 해결해주는 저자극 고보습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이런 제품들은 재구매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00517810101_20141113.JPG » 배우 김지호.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 로션 업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어른 시장’을 겨냥하고 나섰다.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보습제 피지오겔은 최근 배우 정유미, 방송인 최희, 통역가 이윤진을 모델로 광고 화보를 촬영했다. 2년 전부터 국내에 공식 수입된 피지오겔은 초창기 ‘아기 보습크림’으로 입소문이 났지만 지난해부터 모델 강승연을 내세운 광고를 통해 ‘오피스 레이디를 위한 보습크림’ 이미지를 뿌리내리고 있다.


국내 브랜드인 아토팜도 배우 김지호가 아기에게 로션을 발라주다가 자신의 몸에도 로션을 바르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존슨앤존슨의 보디로션 브랜드인 아비노는 고보습 라인을 선보이며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제품 테스트 이벤트를 진행했다. 피부 전문 제약회사 갈더마가 만든 세타필은 ‘영유아부터 성인까지!’를 구호로 내세웠다.


이런 제품들의 인기 비결, 우선 ‘순함’이다. 세타필 모이스처라이징 로션, 피지오겔 크림, 아비노 스킨 릴리프 모이스처라이징 로션. 3종의 고보습 대표 주자들의 공통점은 향이 없다는 점이다. 피부에 자극을 주는 성분을 최소화하고자 고보습 제품들은 향을 포기했다. 피지오겔은 합성유화제, 인공색소, 인공 방부제도 넣지 않았다. 그래서 극도로 예민한 아토피용 제품으로도 선호된다.


건강한 피부 표면에선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등이 균형을 이룬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지방산은 증가하고 세라마이드가 감소하며 각질이 하얗게 일어난다.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스콸렌, 글리세린, 유레아, 히알루론산, 알파히드록시산 등이 고보습 크림의 주요 성분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화려함은 줄일수록 제품이 순해진다. 화장품 뒷면에 다 표기되어 있다.


고보습 로션 생산 업체들은 저마다의 노력으로 이런 주요 성분만을 함유한 저자극 제품 개발에 나섰다. 세타필은 1947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피부과 의사가 피부가 극도로 건조한 환자들을 위해 아주 간단한 처방의 클렌징 로션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자연 상태에서 피부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훌륭한 일을 하지만, 때때로 약간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철학이다. 피부 자체의 부드러움과 유연함으로 활력을 되찾게 하는 피부 연화제와 습윤제가 중심이다. 현재 세타필은 네슬레와 로레알의 합작으로 탄생한 피부 전문 제약기업 ‘갈더마’가 생산하고 있다.


피지오겔은 165년 전통의 독일 피부질환 전문 제약회사 스티펠이 개발한 제품이다. 현재는 스티펠을 인수한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피지오겔 생산을 잇고 있다. 피지오겔 크림의 성분을 보면 피부에 좋은 천연 성분인 시어버터, 코코넛 오일 등이 눈에 띈다. 독자적인 개발 성분인 ‘디엠에스(DMS) 테크놀로지’로 피부와 유사한 구조의 로션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브랜드인 아토팜은 셋째 아이의 민감한 피부 때문에 고민하던 박병덕 대표가 세운 피부 전문 회사 네오팜이 내놓은 대표 제품군이다. 애경중앙연구소에서 신물질을 연구했던 그는 피부 각질층의 55%를 차지하는 세라마이드와 유사한 구조를 재현한 ‘엠엘이’(MLE) 제형 기술을 개발했다. 아토팜에 ‘아빠가 만든 보습제’란 수식이 붙는 이유다.


이런 고보습 제품들이 뺀 것은 인공 성분들뿐만이 아니다. 화장품 용기 또한 ‘디자인 거품’을 뺐다. 대부분 커다란 플라스틱 통이거나 튜브 형태다. 화려하고 묵직한 성인 화장품 용기들과 다르다. 가격도 1만~3만원대. 화장대 위에 세타필의 플라스틱 용기를 놓고 눌러 쓰거나 피지오겔 튜브를 짜서 얼굴에 바르는 여성들의 모습은 따라서 ‘실용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보습 제품은 ‘절대선’일까? 전지현 고려대 피부과 교수는 “고보습 제품이라고 누구에게나, 모든 부위에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의를 준다. “얼굴, 가슴, 등, 겨드랑이, 목과 같이 피지선이 많이 분포된 부위에는 하루 1~2회 발라주고 건조해지기 쉬운 팔다리에는 여러번 덧발라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고보습 크림을 얼굴에 너무 많이 발랐다가는 피지와 여드름 때문에 고민할 수도 있다. 또 보습제를 바를 때는 무조건 듬뿍 바르기보다는 적당량을 잘 문질러서 흡수시키듯 바르는 것이 좋다. ‘한 번에 많이’보다는 ‘적당히 여러 번’을 추천한다.


갈수록 건조해지는 가을·겨울철에는 자연스런 피부의 힘을 믿은 보습제 개발자들의 마음을 되새겨보는 것도 좋다. 실내 난방을 줄이고 집과 사무실에 환기를 자주 시켜주며 물을 자주 먹는 생활습관이 피부 보습에 매우 중요하다. 또 매일 꼭 몸을 씻고 싶다면 너무 뜨겁지 않은 물로 비누를 적게 사용해 간단히 하는 것이 좋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1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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