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0163701_20140327.JPG »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숙면은 노화를 지연시킨다. 무엇보다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는 것이 중요하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불면증 이겨내고 잘 자는 법

잠은 질병도 치유한다지만, 수면장애 종류도 늘어
불면증 외에도 자면서 성행위하는 ‘섹솜니아’까지

따스한 봄바람에 노곤해지는 춘곤증의 계절이다. 오후만 되면 눈꺼풀이 무거워지지만 정작 잘 시간에는 부엉이처럼 눈이 말똥해지는 사람들도 많다. 밤에 못자고 피곤은 겹겹이 쌓이는 악순환,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고리를 끊어보자.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분명 아름다웠을 것이다. 오랜 시간 숙면 덕에 노화가 지연됐을 것이고, 자는 동안 분비가 촉진된다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도움을 받아 피부도 탱탱했을 것이다. 잠을 재운 것이 마녀의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일이다.

반대로, 잠을 못 잔다는 것은 자체로 형벌일 뿐 아니라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회사원 김아무개(48)씨는 지적장애를 가진 동생이 자고 일어나 입술이 새파랗게 변해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하고 나서야 겨우 원인을 찾았다. 잘 때 3분까지 숨을 쉬지 않는 중증 수면무호흡증이었다. 동생은 자는 동안 기도로 공기를 불어넣는 양압호흡기를 구입해 쓰면서 좀더 숙면할 수 있는 길을 찾았다.

주변 사람들이 더 큰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주부 이아무개(48)씨는 예전부터 코골이와 살벌한 이갈이를 해왔다. 봄이 되자 본인은 무기력증을 느꼈고 가족들의 불평불만은 한층 높아졌다. 자동차 경적이나 비행기 착륙 소음이 90㏈(데시벨), 코골이가 심한 경우 85㏈에 이른다고 하니, 주변의 고충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이씨의 고민을 듣고 이종우 숨 수면클리닉 대표원장은 “코골이가 심하게 생긴 얼굴”이라고 했다. 반면, 박미향 기자의 얼굴을 보고는 “기도미인”이라고 했다. 잠과 기도가 무슨 상관이며, 얼굴만 척 보고 어떻게 코골이를 아느냐고? 호흡 때문이다. 

불면증 외에도 
자는 동안 남의 몸을 더듬거나 
심하면 성행위까지 하는 
수면각성질환인 ‘섹솜니아’ 등 
수면장애의 종류도 늘고 있다 

“얼굴 형태가 수면을 좌우합니다. 잘 때는 호흡이 대단히 중요한데 턱이 좁고 뒤로 들어가면 동안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턱이 그만큼 밀려 있기 때문에 기도 폭이 좁아질 수 있지요. 숨길이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 수면의 질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턱을 잘라서 작게 만들고 살짝 뒤로 집어넣는 미용 목적의 양악수술을 받은 뒤 수면클리닉을 찾는 여성들도 꽤 많다고 한다. 기도가 좁아져 코골이나 잘 때 숨을 원활하게 쉬지 못하는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무호흡증이 10~15년 지속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견줘 사망률은 10~30%까지 올라간다는 의학계의 보고가 있다. 숨길이 좁을 때는 위턱과 아래턱을 당겨 목 뒤를 넓혀 기도를 확보하는 수술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료환자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이 2012년 35만7000명에 이르렀다. 이 중 남성은 14만5000명, 여성은 21만2000명으로 여성이 1.46배였다. 남자보다 더 예민하다고 일컬어지는 여자의 경우 불면증이 남자보다 더 많지만,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여자보다 남자가 많다. 특히 체중과 관련이 깊다. 배가 나온 사람들은 목 주변에 지방이 쌓여 기도가 좁아지는 탓이다.

하루 적정 수면시간은 사람마다 달라, 정상 범위는 4~10시간일 정도로 범위가 넓다. 자세도 자기 몸이 편안하게 느끼는 자세로 자면 별 지장이 없다. 척추 전문의들은 모로 잘 때는 높은 베개, 바로 잘 때는 6~8㎝ 정도의 낮은 베개를 권장한다. 척추를 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00500069701_20140327.JPG »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될 땐 전문가를 찾아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의 말을 종합하면, 불면증은 잠들기 어렵거나 잠에서 자주 깨는 사람, 일찍 일어나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일주일에 3번 이상 거듭되고 다음날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가리킨다. 진짜 불면증이 있다면, 낮에도 잘 수 없다고 한다.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세포인 엔케이 세포(내추럴 킬러 셀)의 분비량이 떨어지고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백혈구의 힘도 달린다. 자연히 면역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불면증의 원인은 카페인·스트레스·과식·과음·흡연 말고도 시험이나 이별 같은 급성 사건이나 예민한 성격 등으로 다양하다. 가까운 누군가 세상을 떠난 뒤 슬픔을 추스를 때가 돼도 불면증은 남을 수 있다.

그밖에도 수면질환에는 시도 때도 없이 졸리는 과수면증, 자는 동안 다리를 주기적으로 차는 하지불안증후군, 잠자는 동안 이상행동을 하는 각성장애, 자면서 욕을 하거나 발길질을 하는 수면행동장애 등이 있다. 특이하게 요즘 조금씩 늘고 있다는 수면각성질환인 ‘섹솜니아’의 경우, 자는 동안 남의 몸을 더듬거나 심하면 성행위까지 하는 몽유병 증상으로 꼽힌다. 이 원장은 “국내에선 뚜렷하게 보고된 바 없지만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어 실제론 꽤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낯선 사람과 같이 자게 된다면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질병이다.(<잘 자야 잘 산다> 참고)

평소 생활 습관을 살피는 것도 좋다. 한진우 인산한의원 원장은 “질 좋은 잠을 자려면 생활 관리가 가장 중요해서 2~3주 동안은 일정 시간에 잠들려고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는 것은 한의학이나 서양의학 모두 중요하게 꼽는 사항이다. 한의학적 소견에서 특히 수면시간은 모든 동물이 신체를 재정비하는 시간이다. 이런 시간이 불규칙하다면 면역과 신체방어체계에 이상이 생긴다. 심하면 얼굴이 뒤틀리는 구안와사가 올 수도 있다. 한 원장은 “밤새 공부하는 10대 학생들, 교대근무를 하는 경찰, 간호사, 소방관, 의류업 종사자 등이 주로 이런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며 이런 사람들은 구내염 등 각종 면역질환이 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동의보감>에서도 수면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를 보면, 옆으로 누워서 기도를 확보하고 척추를 바로 하며 조금은 뒤척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뒤로 누우면 혀 뒷부분이 늘어져 기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움직임이 너무 없으면 목이 돌아가지 않는 등 몸이 경직될 수 있으니 조금쯤 뒤척이는 것도 괜찮다. 잘 때는 입을 다물고 과식을 피하며 심신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번민이 생기면 ‘혈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잠을 잘 잘 수 있다는 자기최면을 갖고 시계와 휴대전화를 멀리 둔 채 내일의 걱정을 쫓아내는 명상을 하는 것도 좋다. 인체 생리적인 작용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수면명상전문가 최상용 박사는 “잠은 질병을 치유하는 마법일 뿐만 아니라, 지적 능력과 삶의 지혜를 계발하는 심신수양법”이라고 말했다. 특별히 다른 증상이 없으면서 ‘잠 장애인’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불면증이 지독한 환자들이 그를 찾곤 한다. 숙면은 온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려야 가능한데, 잠자리에서 번뇌와 잡념이 끊이지 않는 것은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특히 손발이 찬 사람들은 스트레스의 요소가 생각을 일으켜 열기가 머리에 몰린다고 한다. 이때 최 박사는 ‘두한족열’의 원리를 강조한다. 머리가 차고 손발이 따뜻해야 인체가 최적의 상태가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수면양말을 신거나 소형전기장판을 발쪽에 대는 등 발을 따뜻하게 하는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는 특히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가 멜라토닌 분비가 가장 많이 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때 잠을 자면 다른 시간에 오래 자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특히 부모가 일찍 잠자는 등 수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번뇌가 많은 사람은 과거 사건이나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사건을 가지고 잡념 속에 빠져들지 않도록 막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몸에 집중하는 것이다. 잘 때도 준비의식과 집중이 필요하다. 막연히 잠자는 것이 괴롭다면 ‘이완 없이 숙면 없다’는 생각을 갖고, 긴장해소 방법으로 명상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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