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간을 고민했던 육아휴직이 시작되었습니다.

육아휴직을 결정하기도 어려웠지만, 결정 후에도 회사에서는 사내 규정 개정이 필요했고, 또 내 직급에서 최초라는 명예 아닌 명예를 얻었습니다. 이래저래 사연이 많은 육아휴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신청한 지 한달이 꽉 찬 지난 주 금요일에나 인사 명령이 날 정도로 다소 쉽지 않았던 휴직.

육아휴직에 들어간다는 얘기에 '아 낳아요?'라고 묻던 외부 고객의 물음에 그저 ''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던 그 육아 휴직이 시작된 바로 3일차 날입니다. 휴직 전에 남아있는 휴가 쓴다고 전주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으니까 실제로는 2주차에 들어서지만, 그 느낌이 참 다릅니다. 휴가와 휴직.
어째든, 그렇게 시작된 휴직 3일차.

아빠는 지난 주부터 아니 엄마가 지방근무로 자리를 비우고 할머니가 챙겨주시던 그 때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매일 저녁 9시 넘어 퇴근이고 거기다가 회식이라도 있는 날은 12시 넘어 들어오는데 그 회식이란 것이 규모와 인적 구성을 달리하며 일주일에도 몇 차례있다는 것. 그러고는 토요일에도 일이 많다며 또 출근. 그동안 이 집안은 누가 챙겼는지. 그런데 어제는 이 아빠가 730분쯤 퇴근한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저녁은? 먹었지?"라고 묻는데, 과감하게도 안 먹었다며 '가서 먹지'하는데 살짝기 미워지려는 마음이 드는것을 숨기며 "그래, 얼른 들어와. 와서 먹음 되지 머"라고 대답하고는 급히 찌게도 끓이고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더구나 낮에 아이들과 조금 거리가 떨어진 마트로 준비물 사러갔다가, 살까말까 망설였던 맥주 한 묶음을 사서 낑낑대며 들고 왔던 것을 잘했다 여기며 냉동실에 캔 두어 개를 넣어두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정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검정 봉지에 그 보다 큰 용량의 맥주캔 두 개와 아이들 과자를 사들고 들어와서는 낮에 낑낑 되었다는 얘기에 아줌마 왜 그러고 다니냐고 말하질 않나, 밥 먹는 내내 볼 서류 있다며 인쇄된 종이에서 눈도 떼지 않습니다.

누군 왕년에 회사 안 다녀 본사람이 있나? 10년이 넘게 함께 맞벌이고 얼마 전까지 회사다니며 그 느낌 그대로 알고 있는 아줌마이지만 그 모습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여보, 좀 일찍 들어와봐. 너무 늦는 거 아냐?"

내 물음에 이 아줌마 무슨 트집이라도 잡으려는 건가하며 눈을 약간 가늘게 뜨고는 '?'냐고 묻습니다.

아줌마 아직은 짧은 시간이지만, 1주일 반동안 해 본 엄마노릇 소감을 말합니다.

"그냥, 아이들 크면서 예쁜 짓하는 거. 그런 모습 나만 보는것 같아서. 이렇게 나만 누려도 되나 싶어서 당신한테 미안해서 그렇지 머."

아줌마 말에 아저씨 '그지..'하며 씩 웃습니다.

저녁이 있는 삶. 엄마가 회사 휴직까지 하고서라도 만들어 보려는 우리가족의 저녁이 있는 삶. 역시 쉽게 얻을 수 있는건 아닌가 봅니다. 아직 갈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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