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 한 농부에게 공심채를 주문하여 택배로 받고
아이들을 재운 후 손질하는데 귀여운 달팽이가 나왔습니다.
택배 상자에 실려서 170키로를 왔다니! 아이고 딱해라.
토종달팽이니까 방생하면 될 것 같은데 늦은 밤이라...
일단 공심채 잎 한 장 떼서 그릇에 담아 촉촉하게 물을 약간 뿌려주고는
아침에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난리가 났습니다 ^^
달팽이 학교 라는 동화책을 들고와 두 녀석이 번갈아 몇 번씩 읽어주고
이런 좋은 곳을 찾아서 보내주겠다고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기도 하고
노래 불러주고 춤도 춰주고
둘이 보드게임을 하다가도 막 달려가서
"우리끼리 놀아서 심심했지? 미안해~"하고 또 말을 건냅니다.
예리한 눈으로 동네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적당해 보이는 장소를 찾아...
잘 보이지는 않지만 달팽이와 기념촬영을 하고
조심스레 놓아주고 왔답니다.
애들 아빠가 시댁에서 하시는 농사를 돕느라 급히 내려가서
토요일만 기다리던 아이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달팽이를 만나고 나니 최고의 주말이었다고 합니다...ㅎㅎ
유치원에서 월요일마다 주말에 있었던 일을 발표하는데 두 아이 다 달팽이 얘기를 했다고 해요.
큰 아이는 택배 상자에 실려오느라 달팽이가 너무 무서웠을 거라고,
그래서 좋은 곳을 찾아 놓아주었다고 발표했다네요.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이런 흔하고 작은 에피소드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며 저 역시 행복하고 즐거운 일요일을 보내게 되었고요.
잠시 머물다 갔지만 우리 집의 귀한 손님이었던 아기 달팽이야. 잘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