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형민군이 태어날 무렵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가 꽤 인기있었습니다.

저도 열심히 보다가 중반 쯤에 형민군이 태어나는 바람에 후반부는 거의 못 봤는데요,

그 전부터 좋아하던 장근석군이 그 드라마에서 아주 멋지게 나왔습니다.

영화 '즐거운 인생'과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온 밤톨머리 장근석 군을 보면

아, 내 아들도 저렇게 생겼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들을 낳고 이 녀석 얼굴을 보니 자꾸 장근석과 얼굴이 겹쳐졌습니다. ^^

여기 저기 울 아들 장근석 닮지 않았냐고 물어보다가 들었던 야유와 조롱들은

별로 귀에 들어 오지도 않았습니다. 제 눈에는 정말 그렇게 보였거든요!

저의 아들바보 콩깍지를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도 아이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장동건 부모가 장동건을 보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형민군 어렸을 때 사진을 보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니, 이런 못난이를 내가 장근석이라고 했단 말인가. 하구요.

머리는 돌이 될 때까지 자라지 않아서 거의 스킨헤드였고

볼이 통통하고 동글동글해서 목탁 어린이라고 불렸는데

이런 아이를 보고 장근석이라고 했으니 야유와 조롱을 받을 수 밖에요.

이제야 객관적인 눈으로 아이를 볼 수 있나 싶습니다.

아, 물론 지금은 형민군의 외모가 일취월장하여 송중기를 닮아가고 있긴 합니다 ^^;;

 

IMG_0667.jpg » 달님이랑 똑같이 생겼던 워너비 장근석 형민군

 

제가 이렇게 아들바보로 엄마 노릇을 하는 동안

울 아들은 또 엄마바보가 되었습니다.

하루는 엄마보고 "엄마, 엄마는 공주님이야."라고 해서 엄마를 감격시켰어요.

"정말 엄마가 공주님이야?" 하고 물으면

 "응, 엄마 예쁜 머리핀 꽂았잖아. 그러니까 공주님이지." 하거나

"여자는 공주님이고 남자는 왕자님이야. 엄마는 여자니까 공주님이지." 합니다.

이녀석한테 공주는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는데 어느날 어린이집 버스를 내리면서 하는 말,

"엄마, 엄마는 공주님인데 (어린이집 친구) 00 이가 엄마보고 아줌마래."

저에게 이르면서 "아닌데, 우리엄마는 공주님인데." 그러더군요.

같이 오신 선생님이 "형민이는 엄마가 공주님이래요." 하시더라구요.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 세상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나를 그렇게 멋지게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아들은 이제 곧 엄마 바보에서 벗어나겠지만 저는 평생 아들바보가 되겠지요.

보기만 해도 온 세상이 환해지는 느낌은 이제 남편한테서는 받지 못하거든요.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 (그것도 맘이 편해서 좋긴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별로라고 생각해도 나때문에 바보가 된 사람이 한 사람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꽉 찬 느낌입니다.

울 아들도 그렇게 엄마를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네요.

 

다섯 살이지만 아직 네 돌이 지나지 않은 울 형민군,

어린이집에 갔다 오면 가끔 엄마 찌찌를 만지면서

"엄마, 얼마나 보고 싶었다구~ 엄마 찌찌도 나 보고 싶었대?" 하고 묻습니다.

"그럼, 아주 많이 보고 싶었대. 그래도 씩씩하게 울지 않고 형민이 올때까지 기다렸대."라고 하면

"엄마 찌찌 다 컸네." 합니다.

엄마 바보가 아니라 찌찌 바보인지도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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