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만세 첫주'의 반찬 걱정은 독립 2주일이 지나 흐지부지 되어 버렸습니다.
왜냐고요?
아가들이 아프기 때문이죠.
반찬 걱정이 아니라 병원, 약국, 어린이집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동하며 아가와 부모의 고통을 더는냐가 문제가 된 것입니다. 예전엔 이런 고민을 친정엄마에게 미루고 '이래라 저래라' 작전지시(?)를 했었죠. ㅎ.ㅎ

독립 이후 처음으로 아팠던 한주간의 이야기입니다.

[월요일]
작은 아이가 감기기운이 있습니다.
감기에 감...자만 나와도 인상을 찡그리게 됩니다.
감기 걸리면 밥도 잘 안먹고 짜증만 많이 낼테고, 병원과 약국도 다녀야되고, 어린이집에 잘 돌봐달라고 사정해야하고, 밤에 잠도 잘 안자고, 증세가 심하면 시댁 또는 친정에 손을 벌려야하고, 그러면 어김없이 잔소리가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이불은 덮어줬냐? 옷을 잘 입히고 재워야지"
"밥을 먹여야지 빵부스러기나 먹이니 감기에 걸리지"(과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더 많이 사줍니다)
"어린이집에 너무 일찍 보낸거 아니냐?"
등등 엄마 육아의 약한 곳을 콕콕 찌르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은 회사 그만두라는 말씀들은 안하시지요.

일단 병원을 갔습니다. 옆에 있어주지 못하니 약이라도 먹여서 어린이집에 보내야 죄책감을 덜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약은 가급적 안좋은 것이며, 민간요법으로 자연적으로 증세를 완화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는 주변 이야기를 종종 듣지만 실천하기가 어렵더군요. 일단 기다려줄 수가 없으니까요.

아직 심해지지도 않은 감기에 신경쓰다보니 저도 등짝이 아프고 소화도 잘 안되고 머리까지 띵띵합니다.
"나도 혹시 감기?"
아이 약 타면서 제 약도 탔습니다. 심해지면 먹으려구요. 하지만  먹는둥 마는둥 하다가 쌓일 것이 분명합니다. 엄마는 감기 걸릴 자유도 없으니까요.ㅋㅋ

[화요일]
화창한 봄날씨에 아이들이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더 놀다 가고 싶어합니다.
더 놀리다가 감기 기운에 저녁차리기도 버거울 것 같아 다른 직장맘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외식을 했지요. 같은 비용이면 집에서 하는 것 보다 반찬도 많고 맛있는 저녁이었죠.
'앞으로 이런 외식의 유혹이 날 괴롭힐텐데..'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이날 저녁 작은 아이가 저녁에 38도 열로 힘들어합니다.
아무래도 너무 놀렸나봅니다.  난로 같은 아이를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었습니다.
아이는 해열제를 먹고 나아져 잠이 들었습니다.

에구구.. 그제서야 한 숨 돌리고 옆에 웅쿠려 눕습니다.

[수요일]
아침에 약을 먹이고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타놓은 약을 가방에 넣지 않아 어린이집에서 점심때 먹어야 할 약을 못먹었지요.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식탁 위에 있었음. 아빠를 탓할 수는 없지만... 안 넣었으면 넣어서 가야지...ㅠ.ㅠ)
퇴근 한시간 전에 열이 나는데 좀 일찍 데려가는게 좋겠다는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시간....
열은 37정도밖에 안되고 집에 가면 바로 약을 먹을 수도 있는데... 심한 것은 아니니...

한시간 남겨두고 아이 때문에 일찍간다고 하기가 직장맘 티 내는 것 같아 싫었습니다. 한시간을 시계만 쳐다보며 버틴 후 땡~ 하자마자 퇴근을 했지요.

그날밤.
자다가 신랑의 고함소리에 화들짝 놀라 깨보니 아이가 침대 아래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울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평소에 엄마와 아이1, 아빠와 아이2 이렇게 두 조가 침대 위와 아래를 번갈아 잡니다)
열이 올라 붉은 반점이 보이고 그 부분이 가려운지 목뒤와 얼굴, 머리를 박박 긁으며 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귀힘이 어찌나 쎘는지 목 뒤에 선명한 손톱자국들이 엽기영화 자해 칼자국처럼 많이 나 있었습니다.ㅠ.ㅠ
잠결에 그 자국이 더 크게 보였죠.
이게 무슨 일? 응급실을 가야하나?

정신을 차리고 남편을 도와 해열제를 먹이고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고 손톱도 억지로 깎아주었습니다.
그래도 가려운지 방바닥을 기어다니며 "엄마, 아빠 저리가!"라고 소리를 질러대며 굴러다니더군요. 얼마나 괴로우면 저럴까 안스러웠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열감기 끝에 열꽃이 핀 경우라 하더군요.
아침은 왔고 열은 내렸고 아이는 안정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주섬주섬 아침 준비를 마치고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했습니다.
출근해 급한 일을 처리하고 곰곰히 생각하다 친정엄마에게 SOS를 청했습니다.
아무래도 내일은 쉬게해야 할 것 같아 오늘 저녁에 와 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친정엄마는 손주 걱정에 흔쾌히 승낙을 하셨지요.

이즈음에 큰 아이도 감기로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목요일]
그간 못 나눴던 외할머니와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일까요. 다행히 열오름 증세는 좋아졌지요. 그리고 극도로 예민했던 제 정신상태도 안정을 찾았지요.
엄마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호르몬 효과로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나봅니다.
아이 둘을 낳았지만 아직 '엄마'가 그리운 '엄마'인가 봅니다.

[금요일]
차츰 나아가고 있는 작은 아이와 점점 심해지는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냅니다.
선생님 놀래실까봐 '마주이야기'에 목뒤의 끔찍한 상처의 원인에 대해 설명도 해드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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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린이집 후문으로 등원하고 있는 두 아이. 3월에..)

그 후로 일주일이 흘렀네요.
작은 아이 목 뒤 흉터는 이제는 흐려져 잘 안보입니다. 자국을 볼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렸지요.
다들 그러시겠지만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죠?

*지난 주말 큰 아이 감기가 괜찮아진 것 같아 약을 안 먹였더니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면서 다시 안좋아졌습니다.
그 이후로 문자가 날라옵니다.
"기침에 도라지가 좋으니 물에 타서 먹여라"
"요즘 일교차가 크니 긴팔 입혀야지"
"기침이 폐렴되면 안된다. 정밀 검사를 해봐야한다"
"동네병원가지 말고 좋은 병원 가봐라"
"병원가니 어떻다더니?"

좋은 병원가니 괜찮다고 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안 먹였던 약을 먹이니 많이 좋아졌거든요.^^
거짓말 해서 죄송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님~

*에구구

독립만세인데 힘든 이야기만 한 것 같습니다. 기쁜 일도 물론 많지요. 다음엔 기쁜 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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