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망원경을 하나 사야겠어요…”

 

잘 쓰던 디지털카메라 센서가 망가져서 새로 디지털카메라를 사겠다고 하고, 디지털카메라를 고르고 있던 때에 디지털카메라의 사양을 대폭 낮추고, 낮춘 만큼의 차액으로 천체망원경을 산다고 와이프한테 선언을 해버린 것이다.

 

“카메라 사양을 낮추면, 나중에 또 높은 사양의 것을 사지 않겠어요? 그럴바엔 지금 사양 높은걸 사는게 낫지 않아요?”

“어차피 별사진을 주로 찍을 건데.. 사양 낮은 것 중에 별사진 찍기 좋은 제품이 나왔어요. 그걸 사면 될 듯해요..”

“천체망원경 그거 사면 얼마나 쓸거라고..”

“성연이도 이제 3학년이니 천체망원경이 있으면 재미있어 할거에요.. 같이 별보러 다니면 되죠.. 천체망원경으로 달을 한번 보면 좋아할꺼에요. 천체망원경으로 볼 것은 매우 많아요. 평생 봐도 다 못볼 걸요. 무엇보다 별이 쏟아질 듯한 별을 보면 감수성도 풍부해질 것이고..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 살면 별을 못보다보니 별에 관심이 없어지는데 새로운 경험이 될꺼에요. 별자리를 보면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도 관심을 가지게 될거고 특히나 별 이름, 별자리 등등이 영어로 되어있어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꺼에요..”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게 뻔히 보였지만, 한번 지를 생각이 들면 언젠가는 지른다는 나의 고약한 지름 생활을 익히 알고 있던 와이프는 못이기는체 “그렇게 해요” 라고 허락을 했다.

                
12년만이었다. 천체망원경을 다시 사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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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활공장에서 촬영한 별사진>

 

망원경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고 성연이한테 먼저 넌지시 운을 떼둔다.


“아빠가 대포를 하나 사기로 했어.. 조만간 대포가 하나 들어올건데.. 차 뒤에 설치해서 막 쏘고 다닐꺼야..”

“엄마랑 얘기하는거 들었어 망원경 살꺼지?”

“아니 대포살꺼야”

“대포로 별이 보여?”

“대포는 별보는게 아니야. 차 뒤를 공격하는거지..”

“대포로 달을 보면 달이 어떻게 보여?”

“대포로 달을 쏴도 달은 폭발안해..”


말도 안되는 성연이와의 만담은 이어지고..

며칠 후 중고장터에 나온 망원경을 거래하기로 약속이 잡혔다.

회사에는 하루 휴가를 내고 망원경을 인수하러 분당까지 갔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사서 몇 년 묵힌 상태 좋은 망원경이었다.

별보려고 샀는데 사용법도 모르고 어디서 알아볼 수도 없다보니 무작정 들구 나갔는데 허연 점만 보이는게 눈으로 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집안 구석에 고이 모셔두었던 장비라 한다.

천체망원경으로는 별을 보는게 아닌데…

집에 가져와서 설치해놓고 성연이한테 문자를 보낸다.


“집에 대포가 설치되었어.. 들어올 때 조심해서 들어와 바닥에 폭탄이 있어..”


성연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망원경을 보고, 뭔가 이상한지 이리저리 살펴본다.


“책에서 나온 천체망원경하고 모양이 다른데..”

“보통 책에서 나오는 망원경 사진은 굴절식이고, 이건 복합굴절이라서 모양이 좀 달라”

“망원경 안같아”

“이거 대포야.. 망원경 아냐..”


망원경에 전원을 연결하고 이리저리 컨트롤러로 돌려본다.

역시 천체망원경인지라 건너편 아파트 옥상의 물탱크에 써져있는 글씨가 보인다.


“아빠. 이걸로 앞집 훔쳐볼꺼야?”

“이건 천체망원경이야 하늘보라고 하는거지 왜 남의 집을 들여봐?”

“앞 동이 다 보이는데..”

“집에 둘데 없어서 차 뒤 트렁크에 넣구 다닐꺼야. 아빠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지 말아줘”

이눔의 딸래미는 아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가끔 의심스럽다.


천체망원경이 거실에 서있는걸 보고 막 퇴근하고 온 와이프가 살짝 한숨을 쉰다.


“이 인간 끝내 또 질렀군..”

 

 na1337761440.jpg

<Meade ETX-125PE

125mm (5inch) / 1900mm / F15 / 막스토브카세그레인 / 포크식 GOTO경위대 / 뒤에 카메라 연결함.>

 
 


[초등학교 3학년 딸래미와 별을 보기 위한 천체망원경의 조건]

 

1. 천체망원경은 옥션, 지마켓 등 오픈마켓에서 파는 7~8만원짜리부터 수천만원짜리까지 가격대가 천차만별입니다. 오픈마켓에서 파는 7~8만원짜리 천체망원경은 배율이 500배다. 토성의 고리를 볼 수 있다. 등등의 엄청난 성능이라고 광고하지만, 뿌연 달만 보여주는 정도입니다. 전문샵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우리나라는 천문 인구가 적어 전문샵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습니다. – 개중 양심적인 곳도 있습니다.)
천체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니, 약 15만원 ~ 30만원 정도의 것이 처음 시작할 때 괜찮을 것입니다.

 

2. 천체망원경은 구경이 클수록 더 많은 것이 보입니다. 아이와 함께 별을 보러 매번 하늘이 좋은 지방까지 갈 수 있는 여력이 되시거나, 지방에 살아서 신작로를 따라 10리만 가도 별이 쏟아지는 곳이라면 8인치 이상의 구경이 되는 것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도시에 살고 멀리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달과 토성, 목성 등 행성 관측을 주 타겟으로 하여 3인치~5인치 구경의 천체망원경을 구비하는 게, 아이와 같이 별을 보는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습니다.

 

3. 천체망원경도 굴절식, 반사식, 복합굴절식으로 구조에 따라 다릅니다. 천체망원경 하면 생각나는 형태가 굴절식 망원경입니다. 아이와 함께 별을 보러 갔는데 광축이 안맞네.. 냉각이 덜 되어서 상이 떨리네 등 시간을 보내게 되면 인내심이 부족한 아이들은 집에 가자고 합니다. 처음에는 관리에 손이 덜가는 굴절식으로 하는게 좋습니다.

 

4. 천체망원경만 손으로 들고 별을 볼 수 없습니다. 천체망원경을 거치할 가대도 구해야 하는데.. 카메라로 말하자면 삼각대 헤드를 말합니다. 천체망원경의 가대는 적도의식과 경위대식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적도의식은 경위대식에 비해 설치가 어렵습니다. 가볍게 설치하고 철수할 수 있는 경위대식이 인내심이 부족한 아이들과 같이할 때 좋습니다.

 

5. 하늘을 보면 하늘에 별자리 선이 그려지시나요?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이 저 별 옆에 있어라는 지식을 갖고 계신가요? 그렇지 않다면 아이와 함께하는 걸 위해서라면 자동 망원경을 구하시는게 좋습니다. 최소한의 밝은 별 10개 정도만 이름과 위치를 외워두면 자동으로 대상을 찾아주는 편리한 망원경입니다. 또 지구의 자전속도에 맞춰 한번 잡은 대상을 추적해주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같이 보기에 편합니다. 다만 수동에 비해 비쌉니다. GoTo 기능이라고 합니다. 



 

IMGP5213.jpg

<양평 벗고개에서 촬영한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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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한 별이야기 7] 여섯번째 관측 - 토성보단 이중성이 좋아

[딸과 함께한 별이야기 6] 다섯번째 관측 - 세상 모든 개념은 안드로메다에…

[딸과 함께한 별이야기 5] 네번째 관측 - 목성을 보다 (성연이 망원경이 생기다)

[딸과 함께한 별이야기 - 번외편1] 페르세우스 유성우 이야기

[딸과 함께한 별이야기 4] 세번째 관측 - 은하수

[딸과 함께한 별이야기 3] 두번째 관측 - 서울 도심 아파트에서 별보기

[딸과 함께한 별이야기 2] 한강공원에서의 첫번째 관측

[딸과 함께한 별이야기 1] 천체망원경을 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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