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13232501_20140916.JPG » 경기도 수원 정자초등학교 3층에 만들어놓은 안전 체험 공간에서 학생들이 화재안전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 ‘안전’ 교육 발 벗고 나선 학교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안전교육 사례와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 등을 만나봤다.

‘마음까지 안전한 학교’ ‘안전이 먼저인 학교’

지난 2일 경기도 수원 정자초등학교.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학생회장단 선거 벽보가 붙었다. ‘안전 공약’을 내세운 후보들이 유난히 많았다. 회장 후보로 나선 6학년 김창현군은 “겨울에 축구 하러 나갔다가 운동장 옆 하수구가 미끄러워 넘어지고 계단 난간에 팔이 긁힌 적이 있다. 지금은 보수도 하고 ‘주의’라고 써놓았다. 그 일을 계기로 안전에 관심을 갖게 되어 회장 출마를 하고 안전공약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9년째 국제안전학교로 지정·운영 중이다. 학교 슬로건도 “내 몸의 안전이 행복의 시작입니다”로 정했다. 정명희 교장은 “2008년 아시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지역사회안전증진협력센터로부터 국제안전학교 공인을 받았다. 3번째 재공인 받는 경우는 우리 학교가 세계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9년 동안 노하우가 쌓인 만큼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은 다양했다. 학교는 2008년 손상예방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했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다쳤던 사례 등을 모아 통계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안전시설 정비나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한다. 매월 4일 보건교사와 각 학년 대표 교사가 손상예방협의회를 연다.

쉬는 시간, 보건실에서는 학생들이 손상기록현황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몸을 다쳤는지 직접 적고 있었다. ‘체육시간에 공에 눈을 맞음’, ‘안경테에 눈 주위가 긁힘’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나효진 국제안전생활부장교사는 “아이들이 적은 기록을 정리해 주 단위, 월 단위로 통계를 낸다. 2학년이 특히 다친 기록이 많고, 고학년은 주로 운동장에서 체육 활동할 때 다치는 사례가 많다”며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운동기구를 사용할 때 주의사항을 알리고 체육시간에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서 근육을 풀게 하는 등 아이들이 안전에 경각심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00513232001_20140916.JPG » 정자초등학교 학생들이 여름방학 과제로 가족과 함께 만든 안전생활 실천 작품.

이날 3학년 2반 국어시간에는 안전교육과 연계한 ‘시 창작’ 수업이 진행됐다. 고지영 담임교사는 “지난해 교내에서 열렸던 안전축제 체험을 떠올리며 ‘안전생활’을 주제로 시를 써보자”고 얘기했다. 안전축제는 지역의 안전 관련 기관과 연계해 운동장에 체험부스를 설치해 진행했다. 학생들은 모형 승강기를 이용하며 승강기 안에 있을 때 어떤 행동이 위험한지,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자동차를 탔을 때 차가 기울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등을 직접 체험하며 배웠다.

아이들은 당시 체험을 바탕으로 자전거·가스·위생 안전 등 소재를 떠올린 뒤 이 소재와 관련한 재미있는 표현에 대해 발표했다. 가령, 자전거 안전과 관련해서는 ‘따르릉 따르릉’을, 위생 안전에 대해서는 손을 씻을 때 나는 소리인 ‘쓱싹쓱싹’을 이야기했다. 본인이 겪은 안전체험을 바탕으로 자전거를 탈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손 씻는 것이 왜 중요한지 등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한 결과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나왔다. 2012년 당시 2학년이던 남학생은 화재 신고로 한 남성의 생명을 살렸다. 당시 중년 남성이 아파트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했는데 이 남학생이 베란다로 새어나오는 검은 연기를 보고 직접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구급대의 도움으로 남성은 목숨을 건졌다. 이 일로 남학생은 경찰서장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3, 6학년 두 자녀를 둔 학부모 박은숙씨는 “얼마 전 1학년 학부모를 만났는데 본인이 깜빡하고 가스 밸브를 자주 안 잠갔는데 아이가 쫓아다니면서 당장 잠그라고 했다고 얘기했다. 우리 아이들도 그랬었다.(웃음) 저학년 때부터 교육을 반복해서 받으니 아이들의 안전의식이 높은 거 같다”고 얘기했다. 4학년 때 이 학교로 전학을 온 김창현군은 “이전 학교에서는 ‘복도에서 뛰어다니지 마라. 조심해라’ 등의 말만 했다. 이 학교에서는 그게 왜 위험한지,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방법까지 상세히 알려줘서 좋다”고 얘기했다.

00513231901_20140916.JPG » 정자초등학교 각 교실에는 ‘안전이 최고’ 게시판을 꾸며 이달의 학급 손상현황판과 응급구급약 세트를 갖췄다. 학급 손상현황판은 학생들이 어디서 다쳤는지, 이후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색깔별로 구분해 자석 스티커를 붙이게 돼 있다. 
 
정 교장은 “안전교육을 말로만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직접 체험하고 몸으로 익혀 어릴 때부터 몸에 배도록 습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 교사도 “안전교육을 꾸준히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자신의 안전뿐 아니라 사회시설이나 업무상 기본 안전에 대해 충실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학교 차원의 체계적인 안전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셉테드 기법’ 적용해 직접 범죄 예방 나서
안전학교 공인받은 수원 정자초
학생들 다친 사례 모아 대책 마련
직접 체험하며 느끼는 안전축제도

교육부, 안전 시범학교 75곳 지정
방과후학교 교실 한곳으로 모으고
후문 폐쇄, 사각지대 조명등 설치 등
범죄예방 환경 구축 아이디어 실천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 환경 자체를 바꾸는 노력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범죄학 이론 중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그 주변 환경까지 망가져 종국에는 범죄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으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론이다. 학교 현장에 이 이론을 활용한 정책이 시행중이다.

교육부는 학교안전 취약 학교를 대상으로 ‘셉테드(CPTED) 시범적용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50개, 올해 25개로 현재 총 75개 학교가 지정됐다. 셉테드란 1971년 미국의 도시설계학자 레이 제프리가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이란 논문에서 도시설계와 범죄의 관계를 설명하며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한 마디로 좋은 환경을 조성해 범죄를 예방하자는 도시디자인이다.

00513432601_20140916.JPG » 부산 광일초는 지난해 셉테드 기법을 적용해 학교 환경을 개선했다. 학교 뒤편 통로에 후문을 설치하고 학생들의 월담을 막기 위해 펜스를 설치해 담을 높였다.

부산 중구 대청동에 있는 광일초등학교 반경 1㎞ 안에는 성범죄자가 10명이나 거주한다. 이태윤 생활지도부장교사는 “학교 근처인 남포동, 광복동에는 유흥가가 몰려 있고 국제시장, 부평시장 등 재래시장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아 잠정적 범죄가 우려되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광일초는 지난해 셉테드 기법을 적용해 학교 환경을 바꿨다. 이 교사는 “이곳이 구시가지다 보니 중·고등학생들이 놀 만한 곳이 없다. 그나마 우리 학교가 근처에 있어서 어두워지면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담배도 피우고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잦고 저녁에는 학교가 도심공원 기능을 해 주민들도 많이 찾아왔다”고 했다.

학교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 개방됐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가정의 아이들은 방과후학교가 끝나도 학교에 있는 경우가 있었다. 교사가 퇴근한 뒤 아이들만 남아 딱히 지켜주는 사람이 없었다.

광일초는 이런 환경에 대해 전문가와 논의한 뒤 학교 뒤편 개방된 통로에 후문을 만들고 등·하교 시간 외에는 폐쇄했다. 운동장 코너 사각지대에 조명등도 설치했다. 혹시 모를 범죄자의 도주를 막고 외부인의 잦은 출입을 제한하는 동시에 저녁시간 학생들의 비행행위를 막기 위해서였다. 화장실 출입문에는 구멍을 내서 그 자리에 유리를 달았다. 화장실 안에서 위험상황이 일어났을 때 밖에서 발견하기 쉽도록 고안한 장치였다.

그밖에 어린이 회의를 열어서 학생들의 의견도 받았다. 아이들은 “친구나 선배, 중·고등학생들이 월담을 많이 하고 건물 뒤편이나 운동장 구석이 외져서 위험하다”고 얘기했다. 학교 쪽은 펜스를 설치해 학교 담장을 높이고 담장 바로 아래에는 피라칸사스처럼 가시형 식물을 심어 화단을 꾸몄다. 이 교사는 “지금은 외부인들이 학교에 들어오는 비율이 기존 대비 30%도 안 된다. 경찰서에 수십번 건의해 운동장에 순찰함도 설치했다. 순찰기록을 남기러 매일 경찰관들이 오니까 청소년들의 비행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한국교육개발원 박성철 연구위원은 지난해와 올해 셉테드 시범학교 컨설팅 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셉테드가 도시계획 분야에서 먼저 나왔지만 학교에도 공간단위별로 셉테드를 적용할 요소가 많다”며 “예를 들어, 방과후학교 운영 교실이 여러 군데 흩어져 있는 학교가 있었다. 주로 방과후 늦은 시간이나 토요일에 이뤄지는 방과후교실을 한곳으로 모았다”고 설명했다. 위험상황 발생 때 초등학생들은 방어할 능력이 없고 교사들도 독립된 공간에 혼자 떨어져 있으니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뜻에서다. 박 연구위원은 “교사들이 학생들 가까이 있으니 사고 예방은 물론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하기도 쉽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에는 셉테드 적용을 검토하라고 법적으로 명시한 주도 있다. 또 영국은 학교에 ‘셉테드 인증 기준’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이 건축 설계 단계부터 치밀하게 검토해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면 셉테드 인증학교로 지정한다.

“사람들은 내가 직접 피해를 받지 않으면 사고의 심각성을 못 느낀다. 2만개 학교에서 10건의 사고가 났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할 순 없다. 범죄자는 학교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건은 학교 내부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킬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학교 건축 설계 단계부터 셉테드 기법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

학생·교사가 안전교육 아이디어 직접 내기도

안전과 관련해 현장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 교육부가 주최한 ‘안전교육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대구 경북공고 2학년 손태원·김지훈군은 ‘학생 안전요원 단체 조직’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손군은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며 안전에 관심이 갔다. 학생들이 배가 침몰하는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라는 잘못된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 대비해 항상 가까운 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학생은 이런 취지로 ‘S.S’(Student Safer)라는 동아리 형태의 청소년단체를 제안했다. 학생을 안전요원으로 선발해 전문기관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게 한 뒤 교내에 배치하는 식이다. 손군은 “교내에 안전요원이 항상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비상상황 발생 때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또 본인은 물론 친구들에게 안전의식을 높이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충남 논산 연무중앙초등학교 강지숙 교사는 학년 맞춤형 안전교육 자료를 만들어 대상을 받았다. 강 교사는 동료 교사와 학부모이자 돌봄강사, 일반인과 함께 안전 관련 자료를 수집해 통합하고 교육과정 내에서 학년별로 구분했다.

“안전교육의 효율성은 학년별로 다르다. 한데 현재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만 실시하고 있다. 가령, 소방관이 와서 설명하고 실제 대피훈련을 하면 저학년은 공포심을 갖고 잘 따르지만 고학년은 똑같은 걸 매년 하다 보니 장난식으로 참여하기 쉽다. 현재 초등 안전교육은 연간 44시간 의무사항이다. 뻔한 형식이 아니라 나이대별 체계화된 매뉴얼로 유아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어릴 때 배운 습관은 머릿속에 내면화되고 행동화되어서 쉽게 잊히지 않는다.”

강 교사는 “아이들에게 안전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교는 물론 가정 안에서나 지역사회에도 안전의식을 높이는 분위기가 퍼져나가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한겨레 신문 2014년 9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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