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먼 미국도 전해져 한인학교에서의 아이들의 합창대회도 추모를 위해 연기되었습니다. 삼삼 오오 한국 엄마들이 모이면 모두들 이번 사건에 대해 참담함을 토로합니다. 안전 불감증의 총체적인 문제에서부터 내 아이의 안전 하나도 지키기 어려운 이 세상이 원망스럽고 싫다고...

미국이라고 안전지대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총기사건, 테러...상상도 못했던 무서운 일들이 내 주변에서는 일어나고 있는걸요. 어느 나라건 어디에서건 위험은 도사리고 있고, 운명의 장난처럼 나의 가족, 나에게 일어나지 않으면 다행인 세상.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입니다.

 

주변을 한번 되돌아 보았습니다. 아직 미국 생활 초보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경험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 제 눈에 비친 미국인들이 실천하고 있는 아이들의 안전과 관련된 경각심들을 떠올려봅니다. 이러한 어른들의 작은 실천들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으면...하고 소망해보면서 몇가지 경험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 통제된 학교 출입

토토로네 첫째 딸이 다니는 공립 초등학교는 현관이 운동장으로 개방되어 있는 한국의 학교와는 다르게 건물이 앞편에 위치하고 뒷편이 운동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학교를 방문하기 위해 건물 안에 들어가면 바로 오피스가 위치해 있습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한 이유를 이야기하면 제 사진과 이름과 방문 이유가 적힌 스티커를 출력해서 줍니다. 이미 아이가 입학하면서 제출한 서류들을 통해 보호자들의 내역이 전산 입력되어 있다고 합니다. 보호자가 아니라면 아이와의 관계가 기록된 보호자의 싸인이 적힌 서류를 따로 제출해야 합니다. 사무직원이 준 스티커를 가슴에 잘 보이도록 붙이고 나면, 자동버튼을 눌러 교실로 통하는 문을 열어줍니다. 건물로 들어가는 문은 안에서는 열리지만 밖에서는 열리지 않는 원리로 되어 있었습니다. 간혹 일이 생겨서 아이를 일찍 데리러 가게 될 때가 있는데요, 오피스에 비치되어 있는 장부에 아이의 이름과 조퇴 사유와 현재 시간을 적고 신분증을 제시합니다. 그러면 직원이 보호자임을 확인한 후, 인터폰으로 아이 교실에 연락을 취해줍니다. 아이가 나올 때까지 저는 오피스 앞에서 기다리구요. 아이가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 외부인의 출입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출입 또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 엄격한 알러지 관리

미국에 오기 전에 토토로네 둘째 딸이 우유와 계란에 알러지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아토피로 혹독하게 고생했던 터라 미국에 오게 되면서 음식주의보가 내려졌지요. 우유와 계란이 포함되지 않은 음식을 찾는 것이 더욱 어려운 곳이니까요. 그래서 입학서류에 알러지가 있다고 적었더니, 학교에서는 의사의 확인서를 제출하라고 하더라구요. 의사의 확인서를 첨부했고, 둘째 딸의 교실 앞에 부착된 알러지 목록에 우유와 계란이 추가되었습니다. 혹시 반 아이들의 간식거리나 음식을 준비하게 될 때 부모들이 참고하라고 명시해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해 저희반 엄마들은 파티때 우유와 계란이 들어가 있지 않은 간식을 준비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지요 ^^;; 그뿐만이 아니라 둘째 딸의 프리스쿨은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은 후 이루어지는 방과 후 활동은 담당 선생님이 달라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 때 제 딸은 항상 milk와 egg가 형광펜으로 표시되어 있는 이름표를 붙이고 다녔습니다. 미국 아이들의 생일 때에는 컵케잌을 참 많이 먹습니다. 학교로 컵케잌이 보내졌을 때, 제 아이에게는 쌀로 만든 과자를 따로 제공해주기도 하면서, 학교의 모든 교사들이 아이의 알러지를 엄격하게 관리해 주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현재는 우유와 계란 알러지가 거의 없어졌고, 올해는 알러지 딱지를 떼고 다니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아이들의 경우 땅콩 알러지가 매우 흔하기도 하고, 심각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기 시작과 함께 각 가정으로 공문이 오더라구요. 간식으로 땅콩이 들어가 있는 것은 가져오지 않도록 해달라구요. 더욱이 땅콩이 들어간 비스킷의 종류, 땅콩 오일로 튀긴 것, 땅콩이 들어간 모든 종류의 식품들의 목록도 함께 첨부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심한 아이들은 땅콩으로 만든 것을 만지기만 해도 반응이 온다고 하네요. 미국학교 급식은 땅콩과 관련된 제품을 배제하고는 있지만, 점심을 싸오는 아이들의 경우까지 통제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땅콩 알러지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는 점심 시간에 다른 아이들과 떨어져서 점심을 먹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우유 알러지가 심한 아이가 급식으로 카레에 우유가 들어간 줄 모르고 먹고 뇌사에 빠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음식 알러지의  경우 익히느냐 익히지 않느냐 혹은 얼마만큼의 양이 첨가되었느냐에 따라서도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토토로네 둘째 딸의 경우도 생우유와 생달걀에는 반응이 더 심했거든요. 이러한 것을 부모인 당사자가 정확히 알고, 그러한 정보를 학교에 전달함과 동시에 모든 학교 관계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참 부러웠습니다.

 

# 정확한 인수인계

토토로네 첫째 딸이 다니는 공립학교에서 아이들이 귀가하는 방법은 버스, 도보, 개인 차량으로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귀가 방법을 아이의 카드에 기록합니다. 이 카드에는 보호자명, 연락처와 메일 주소, 응급상황시 연락처, 귀가 방법이 명시되어 있는데요, 개인별 아이들의 카드는 교사가 현장학습을 갈 때에도 항시 소지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간에 귀가 방법을 바꿀 경우, 특히 버스 탑승으로 바꿀 경우에는 변경용지에 사유를 적어서 오피스에 전달해야 합니다. 일시적으로 바꿀 경우에는 메모를 교사에게 전달해야 하는데요, 그 메모는 아이들의 귀가 지도를 각각 관리하는 교사에게 전달되어진다고 합니다. 철저하게 문서로 남겨서 귀가지도에 착오가 없도록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리스쿨에 다니는 토토로네 둘째 딸은 부모나 대리인이 데리러 가야합니다. 이 때 교실 문앞에 걸려있는 서류에 보호자의 싸인과 시간을 기록한 후 아이를 인계받습니다. 학교 첫날에는 모든 사람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아이를 내보내 주더라구요. 그리고 입학원서에는 비상시 아이를 데리러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신 데리러 오는 사람 목록을 적는 공간이 있습니다. 한번은 제가 안이하게 생각하고, 목록에 적지 않았던 같은 반 한국 엄마에게 딸아이의 픽업을 부탁했다가 학교로부터 아이를 귀가 시킬 수 없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한국 엄마를 학교 선생님들이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리인 목록에 그 엄마가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인계할 수 없다는 거에요. 아이를 보호자에게 안전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학교의 책임과 의무가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 수상한 사람 경고 메일

미국 학교는 학군별로 관할 경찰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경찰들이 수시로 순찰을 돌면서 학교 주변의 안전을 점검합니다. 간혹 전산화된 보호자들의 메일로 '수상한 사람 경고 보고서(stranger danger alert)'를 발송합니다. 이 보고서에는 일시, 장소, 수상한 사람의 인상 착의, 사건의 개요 등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중고등학교 아이들이 길을 가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차에 태워주겠다거나 말을 걸어서, 위험을 감지한 아이들이 이웃집으로 뛰어 들어가거나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수상한 사람이 달아났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큰 사건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메일을 받을 때마다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리고 그때마다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지요. 낯선 사람을 절대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 부모들의 자원봉사(chaperone)

얼마전 토토로네 첫째 딸 1학년이 현장학습을 동물원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이때 학교에서 현장학습에 같이 가 줄 수 있는 부모들을 인솔자(chaperone)로 모집한다는 안내가 왔습니다. 저는 단순히 큰 아이의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신청서를 보냈었지요. 출발하기 전 아침, 오피스에서 제 이름과 사진, 그리고 '현장학습 인솔자'가 적힌 스티커를 받아 가슴에 붙혔습니다. 아이들도 이름과 학교명이 적힌 스티커를 가슴에 붙혔습니다. 아이들은 버스로 출발하고 저는 엄마들과 자가용으로 동물원에 갔습니다. 큰 딸 아이의 반은 모두 19명이었는데요, 인솔자로 자원봉사를 온 부모들이 8명 정도가 되었습니다. 동물원에 도착하자 교사는 부모 한명당 2~3명의 아이들을 배치해주었고, 부모들이 그 아이들을 전적으로 책임하에 동물원 구경을 함께 하고, 점심식사 후 몇시까지 입구로 오라고 안내를 해 주더라구요. 저는 교사 뒤를 따라다니는 건 줄만 알았었다가 아차! 싶었답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유치원 연령대에는 부모들이 함께 가더라도 초등학생 이상은 어떤가요? 부모들의 자원봉사를 통해 아이들의 안전을 분담하는 미국의 교사들. 이번 세월호에서도 인솔자로서의 부모들의 자원봉사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좀더 판단력이 있는 많은 어른들이 함께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날 오후, 저는 저와 함께 동물원 구경을 한 아이의 편지를 한통 받았습니다. 오늘 동물원에 와서 구경시켜줘서 고맙고, 또 와달라는 것과 함께 즐거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 자신을 보호해주는 어른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교육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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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아이에게서 받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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