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 아이를 입양해서 입양가족이 된 엄마입니다. 보육시설에서 봉사하다 만난 제 아이는 보육원의 가장 구석진 침대에 있던 순둥이였습니다. 아기를 키워본 엄마들은 잘 알 것입니다. 생후 1년이 되기까지는 타고난 면역력으로 병원 갈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요. 그러나 보육원에서 자라는 아기들은 여러 사람이 돌보기 때문에 방 안에 늘 감기약 병이 쪼르륵 세워져 있곤 했습니다. 어느 날은 아기침대 하나가 텅 비어있더라고요. 기관지염으로 입원했다고 했습니다. 제 마음도 텅 빈 것 같았던 그날, 입원한 아기가 훗날 제 아이가 될 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그 아기는 너무 순해서 어른들의 손길이 잘 닿지 않았지요. 또래 아기들이 낯가림을 시작할 무렵에도 애착 형성 기회를 얻지 못해 누구에게나 잘 안겼습니다. 입양할 당시 아무 저항 없이 제 품에 덥석 안겨 집으로 왔던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구석이 뻐근합니다.

 

 

입양해서 평범하게 살면 그만인 입양부모들이 왜 입양법 문제에 나서냐고요? '내 아이가 될 수도 있었던 시설의 수많은 아이들의 눈망울이 가슴에 박혀서'입니다. 입양부모라면 누구나 해보는 아찔한 상상이 있습니다. 자칫 내 아이가 입양되지 않았다면, 시설에서 자라 만 18세에 몇백만원의 자립금만 들고 홀로 세상으로 나가는 상상이요.

  다엘과나.jpg

  <입양 후 찍은 돌 사진>

 

남인순 의원의 입양법 개정안은, 많은 아이들이 시설에 방치되는 우리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을 만든 사람들은 고아수출국이라는 말에는 부끄러워하면서, 시설에서 많은 아이들이 가족 없이 자라는 현실은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미혼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그에 따른 법적 조치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은 우리 입양부모들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미혼모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입양법을 까다롭게 개정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낳은 이가 양육을 포기하여 시설에서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들의 인권은요? 이미 2011년에 개정된 입양법 때문에 입양률은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청원합니다. 남인순 의원의 입양법 개정안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TF를 꾸릴 수 있게 해 달라고요. 입양인, 입양부모 등 당사자들이 법 개정의 테이블에 함께 앉아 아이들의 미래를 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모든 아이는 우리 아이라고 믿는 입양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도 청원 동참을 호소합니다.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소리 없는 외침을 들어주세요!

 

아래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클릭 후 동의 꾹 눌러주시길 부탁드리며...

"입양을 가로막는 입양법 개정안" 철회를 위해 국민청원 동참을 호소합니다!

 

http://www1.president.go.kr/petitions/170330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첨부
정은주
딸이 뇌종양으로 숨진 후 다시 비혼이 되었다. 이후 아들을 입양하여 달콤쌉싸름한 육아 중이다. 공교육 교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시민단체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의 상담원이자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산지역의 입양가족 모임에서 우리 사회의 입양편견을 없애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으며 초등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대안교육 현장의 진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이메일 : juin999@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heart

최신글

엮인글 :
http://babytree.hani.co.kr/31777981/5d6/trackback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1315 [자유글] 근황 -아이 눈 건강 챙겼어요 imagefile [8] 아침 2018-04-06 4077
1314 [자유글]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인디고 에디터 스쿨> 1기를 모집합니다! imagefile indigo2828 2018-03-30 3625
» [자유글] 시설에서 홀로 크는 아이들의 목소리 imagefile [2] 정은주 2018-03-25 4350
1312 [자유글] 잊을만 하면 느끼게 되는 건강의 중요성 아침 2018-03-21 3396
1311 [자유글] 엄마는 페미니스트 imagefile [2] 푸르메 2018-03-20 4068
1310 [자유글] 자유를 위해 아침잠을 포기했다 #사랑가득 엄마의 성장이야기 [4] 사랑가득 엄마 2018-03-13 12767
1309 [자유글] 불편했던 기억들...나는 천재인가보다 [8] 푸르메 2018-03-09 5250
1308 [자유글] 유치원 첫 등원 풍경....^^ imagefile [2] 아침 2018-03-08 5535
1307 [자유글] 봄비...그리고 세월호참사 4주기 image 푸르메 2018-03-08 3633
1306 [자유글] 친구 남편 장례식장에 다녀왔어요 [1] 아침 2018-02-28 4893
1305 [자유글] 오랜만이에요. 명절 잘 보내셨나요?^^ imagefile [2] 아침 2018-02-21 4250
1304 [자유글] 빨래 전쟁 [5] 아침 2018-01-29 4558
1303 [자유글] 아랫입술 쪽쪽 빨던 첫째의 버릇이 문득 생각이 나서... [4] 아침 2018-01-24 4760
1302 [자유글] 9세 남아 개똥이의 디지털 세상 준비하기 imagefile [6] 강모씨 2018-01-21 4646
1301 [자유글] 미세먼지 예보에 우울하네요 imagefile [2] 아침 2018-01-20 3992
1300 [자유글] 민들레에서 준비한 부모특강 (성 교육, 코딩 교육) 소식 전해드려요. ^^ imagefile 민들레출판사 2018-01-16 4449
1299 [자유글] 네가 이거 갖고 놀 나이니? 그 나이는 누가 정하나요~ imagefile [6] 아침 2018-01-16 4077
1298 [자유글] [새해 이벤트 응모] - 2018년은.. imagefile [4] puumm 2018-01-12 4017
1297 [자유글] 요즘 육아는 장비빨? AI스피커 사려고 해요 ㅋㅋ hyochi88 2018-01-08 3479
1296 [자유글] [새해 이벤트 응모] 내 아이에게 키워주고 싶은 가치 spagent 2018-01-03 3716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