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케어센터 차량을 기다리는 할머니를 배웅하고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온 가족이 나와서 차를 기다리는 모습.

[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내 영원한 벗, 아내여 항상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마워요.

쥐뿔도 없는 집안에 시집와서 남들 다 가는 신혼여행은커녕 번듯한 집도 없이 잘 견뎌주었오. 신혼 시절에도 시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생이별로 살아왔는데 시어머니 치매 발병 뒤론 당신과 아이들까지 모든 휴일을 할머니를 위해 반납하며 살아줘서 너무 고마워요.

딸이라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하는 누이들이 너무 야속했어요. 누이들은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졌을 때도 돌아가시는 날까지 한 번도 와보지 않았죠. 다들 우리 집보다 훨씬 잘살면서 갖은 핑계를 대면서 모른 척했고 1년에 딱 3번 명절과 어머니 생신에만 찾아와서는 당신들의 자녀 앞에서 눈물을 흘려가면서 어머니 걱정하는 모습을 보일 때는 너무 가증스러워 보이기까지 했어요. 이런 누이들 때문에 이 세상엔 내 편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더욱 당신에게 미안했어요. 분명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결혼했는데.

가끔은 누나들 때문에 우리 부부의 금실이 동네에 소문날 정도로 좋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 세상에 의지할 곳은 당신과 나뿐인 것처럼 느껴졌잖아요. 내가 당신에게 미안해할 때마다 당신은 항상 내가 마음에 상처받을까봐 나를 먼저 염려해줬죠. 어머니 떠나신 후 내가 마음에 한이 남을까 요즘도 염려해주잖아요. 그래도 우린 항상 노후엔 정말 남들 부럽지 않게 즐길 것을 약속하면서 살아가는 부부잖아요. 지금도 당신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두려워요.

그리고 우리 어린 딸과 아들아! 너희도 어린 나이에 잘 참아주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를 나이지만 아빠는 너희가 너무 고맙단다. 우리 딸은 그토록 할머니를 사랑했는데 할머니 치매 걸리신 후로는 지저분한 할머니를 미워하기도 했던 것 안다. 어린이집 과제로 가족 그림을 그릴 적에 할머니도 그리길래 엄마가 ‘할머니도 우리 가족이지?’ 하는 말에 고개 돌려 눈물 흘리던 우리 딸. 네가 할머니를 미워하면 안 되는데 미워하게 되는 마음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구나 싶어 아빠도 눈물이 났단다. 남들은 휴일마다 이곳저곳 놀러다닐 적에 너희는 할머니를 모셔야 해서 소풍도 제대로 다녀보질 못했던 것 안다. 친구들의 나들이 얘기를 들을 때마다 비교됐을 텐데 잘 참아주었구나. 그래서 너희는 아빠의 자랑스런 딸과 아들이란다.

여보, 이렇게 우리 가족은 영원한 한 팀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당신을 만나서, 우리 아이들을 만나서 죽는 순간까지 영원한 내 편이 생겼어요. 이제 조금씩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해요. 행복할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속 얘기를 사진과 함께 편지(원고지 6장 분량)로 적어 gajok@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에는 빕스에서 4인가족 식사권을 드립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574 [책읽는부모] [특강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촛불을 떠올리며 [2] lizzyikim 2013-02-15 4473
573 [살림] 따르다 보니 삶이 바뀌네…‘물건 정리의 획기적 철학’ image 베이비트리 2015-07-27 4472
572 머리, 아는 만큼 덜 빠진다 image 베이비트리 2012-08-17 4470
571 [자유글] 젖 이야기 최형주예요. 잘들 지내세요? ^^ imagefile [5] 최형주 2014-07-23 4468
570 [건강] [육아웹툰- 야옹선생의 (근거중심) 자연주의 육아] 콧구멍은 소중해 imagefile [4] 야옹선생 2015-05-18 4467
569 [자유글] 다재무능한 이를 위한 직업 imagefile [2] 농부우경 2014-04-05 4466
568 [나들이] 섬진강 물길 따라 ‘집밥 향기’도 흐른다네 image 베이비트리 2015-08-06 4465
567 [직장맘] 세번째 육아휴직 imagefile [6] 강모씨 2017-06-09 4464
566 [책읽는부모] <나무에게 배운다>-장인의 정신을 본받고 싶다. [1] gagimy 2013-06-25 4464
565 [자유글] 아차...영유아 검진 푸르메 2016-01-26 4463
564 [나들이] 서울명산트래킹-남산에 다녀와서 imagefile [1] yahori 2017-05-11 4461
563 [자유글] 밥 빨리 못 먹는다고 우는 아이 [15] 양선아 2014-01-09 4460
562 [책읽는부모] [함께 책 읽기 프로젝트] 시작합니다. 책이 정해졌어요. [9] 난엄마다 2014-10-16 4459
561 [나들이] 리코더 연주회에 초대합니다~ imagefile [4] 푸르메 2016-12-05 4458
560 [가족] 전철 세운 엄마 이야기 [2] 숲을거닐다 2014-07-02 4458
559 [자유글] 그랜드애플 센텀점에 돌잔치 답사다녀왔어요. imagefile mylee810228 2017-09-07 4457
558 [책읽는부모]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아이 : 돕고 사세 imagefile [6] 강모씨 2015-08-18 4457
557 [책읽는부모] 시작하겠습니다.디지털육아를 읽고.. image [4] newturn1986 2017-09-13 4456
556 [직장맘] [주말엄마]② 칼퇴근 하라고 하세요! [2] kcm1087 2014-06-12 4455
555 [책읽는부모] (이벤트응모)기쁜우리 좋은날 imagefile [3] puumm 2015-12-22 4452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