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팬이 되었다가 안티가 되었다가 오락가락 하는 것은 그리 흔하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리라. 이번 책을 읽으며 나는 이영미님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었다가도 이건 아닌데 라며 고개를 가로젓는 반대파가 되기도 하는 묘한 경험을 했다.
나는 당신의 팬.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내가 하는 아홉 가지’에서 아이들에게 양보다 질로 사랑해야한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한때 나도 직장맘이어서 출근하기 전 바쁜 시간에 아이에게 젖병을 물리고 옷을 갈아입히고 기저귀도 갈아줬던 시간이 있었고, 퇴근해선 저녁밥을 만들며 아이와 함께 놀아주어야 했던 정신없는 시절이 있었기에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엄마의 절대적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의 생각이 클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엄마의 모습이 아홉 가지 방법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 나도 꼭 따라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책을 읽은 주말 오후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나온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수퍼에 들러 요쿠르트와 과자를 하나씩 사들고 놀이터 벤치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과자파티도 했다. 뿌듯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난 당신의 안티.
저자의 직업이 교사인지라 약간의 직업병도 없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힘들게 살아온 과거의 영향이었을까. 지난번 책의 저자 신순화님의 경우를 보면 유기농 식단을 고집하다 아이가 살아가면서 꼭 그렇게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후 적당한 선에서 아이와 타협하고 양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영미님은 어떠한가. 아이의 용돈에 관해서 너무나 철저하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세운 각자의 기준이 있겠고, 이영미님의 기준에 경제관념은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그건 아이에게 너무 가혹해 보였다.
영어공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선 책이기 때문에 더욱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라기 보단 선생과 학생의 대화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커 온 아이에게는 그 대화법이 적당할 수 있겠지만 나는 좀 거부감이 들었다.
책 말미에 학부형에게 쓴 편지에서도 써 있듯 이영미님은 무서운 선생님일 것 같다. 그리고 정확한 분일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같이 호흡하고 싶은데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무겁고,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년의 선생님께 훈수받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감사합니다.
시부모님에 대한 저자의 시선, 친정 어머니를 향한 고마움, 남편을 바라보는 아직도 뜨거운 눈빛. 엄마 외에 며느리로, 딸로, 아내로 살아가야하는 나의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고, 행복한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토막토막이 있어 따뜻했다.
각 장마다 도움이 되는 책이 소개되어 지금 나에게, 미래의 나에게 필요한 책을 알 수 있게 해주어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