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마무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이럴 때 꼭 책이 읽고 싶어진다.
도서관에 지난달에 도서구입 신청을 했는데, 한달여 만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냉큼 다 읽어버렸다. 고미숙의 달인 시리즈는 내 마음에 쏙 드는 내용이어서인지, 읽을 때마다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좋은 현상이다.
평소에 내가 돈을 규모있게 잘 쓰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재테크적 관점이 아니라 인문학적 관점에서 돈을 쓰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이 책 읽기 전부터 내 마음에 강하게 있었다.
그리고 원체 짠돌이 남편하고 같이사니, 적절한 소비에 대한 욕구불만이 충만하여 어떻게든 내게 돈쓰는 문제는 좋은 해법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 부부는 우주가 너무 풍족한 환경에 물들지 않도록 노력한다.
대표적인 것이 <우주네이발관><시장가기><대중교통이용하기><돈안드는 행사참석하기>이다.
<우주네이발관>
우주가 어렸을 적부터, 남편과 내가 번갈아 가면서 머리를 깎아주고 있다. 세번중에 두번정도는 실패하는데, 아이와 좋은 추억이 되고, 나와 남편의 이용 실력이 날로 늘고 있다.
<시장가기>
아파트에서 일주일에 한번 열리는 시장 이용하고, 주말에 도매시장이나 원도심에 있는 재래시장을 이용한다. 큰시장일수록 아이가 없어서, 물건을 파시는 분들이 굉장히 아이한테 호의적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수산시장에 잘 데려갔는데, 확실히 자주보니 이름도 많이 알고, 궁금해지니 만져보기도 하고 먹기도 잘먹는다.
<대중교통이용하기>
이것은 거의 우주 아빠의 몫인데, 워낙 부지런하고 활동적인 남편은 집에서 아이를 보는 것보다, 밖으로 데려나가기를 좋아해서 아이가 어렸을 때는 2~3 정거장 거리에 "타요타러 가기"를 많이 해주었고, 이제는 "노기", "가니"로 그 범위를 넓혔다. 지금은 무궁화호로 한정거장 정도 기차체험을 하는 것을 자주해준다. 아마도 우주는 학교 들어갈 정도가 되면 버스노선을 쫙 꿰고 있지 않을까? 물론 어딘가를 찾아가는 것에 두려움도 적어질테고.
<돈안드는 행사참석하기>
우리집은 정말 감사하게도 주변에 좋은 시설들이 많다. 과학관, 수목원, 광장, 방송국, 하천,
이런곳에서 축제도 많이 열리고, 무료로 좋은 체험을 할 수 있는 행사들이 많이 열린다. 주말에 아침 먹고 간식싸들고 나가서 '마술공연'도 보고, 얼굴에 페이스페인팅도 하고.... 하천에서 오리구경도하고 ....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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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교환은 계약이 끝나는 순간 관계가 종료된다. 재테크 욕시 그렇다. 하지만 교환의 바깥에서 생존을 하려면 어쨌거나 사람과 접속해야 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더 이익이다. 걸어다녀야 하니까 몸 건강해지지, 얼굴 두꺼워지지, 친화력 상승하지, 일석삼조, 아니 사조가 따로 없다! 무엇보다 자존심과 겸손이라는 두 개의 덕목을 깊이 터득할 수 있다니.<고미숙, 호모코뮤티타스>
사람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하는 것이 다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일텐데, 아무리 돈을 벌고 돈을 써도 잘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던 D양은 마침내 허무해졌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 하는 생각,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
그러나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자기의 몸뚱이에 두를 비싸고 좋은 물건을 사는 것 외에는 자신을 기쁘게 하는 일은 떠오르지 않았다. <임유진, 88만원 세대의 돈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