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화악 끌리는 달인 시리즈다.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를 읽고 난 후라 이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했던 예상을 깨주었다. '돈의 달인, 호모코뮤니타스'! 고미숙 선생님이 말하는 돈의 달인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현재 나의 수입과 지출로 재테크, 노후대비는 고사하고 아이 둘을 키우기도 벅차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선생님의 노하우를 듣기 위해 책을 펼쳤다. 앞으로 내가 돈을 어떻게 써야할까? 내 인생에서 돈이란?
프롤로그에서 선생님은 돈에 대한 원초적 질문 셋을 먼저 던지셨다. 오호라! 이게 하부르타식의 질문이 아닐까? 현재 하고 있는 품앗이는 놀이터모임으로 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 모임이 만들어진 계기는 아이들과 제대로 된 책읽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하부르타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초자가 하부르타 관련 책을 읽으면서 엄마들이 먼저 익힌 다음에 아이들과 함께 해보자면서 시작한 독서모임이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1, 2학년 첫째들에 그보다 어린 동생들까지 우리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독서보다는 '놀이'란 생각에 닿았던 거다. 아무튼 선생님의 다른 책들보다 이 책에서 더 많은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냥 평범한 질문들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들이다. 왜 그렇게 죽어라 공부해? 좋은 대학가서 뭐 하려고? 좋은 곳에 취직하면? 돈 많이 벌어서 뭐 할거야?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사람 만나서 그 다음은? 이렇게 계속 파고든다. 그러고보니 지난 10월에 선생님의 강의를 직접 들었던 때도 같은 질문들로 이어졌다. 함께 하는 품앗이 친구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했다. 이런게 하부르타식 질문이지 않을까란 초보 생각에.
쓰면 쓸수록 더더욱 삶이 풍요로워지고 자존감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 대학에선 절대 돈을 다루는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내친 김에 하나 더, 대학에서 취직 공부 하지 마라. 그건 자신의 청춘을 모독하는 바보짓이다!
부모가 물려줘야 하는 건 유산이 아니라 '홀로서기'에 대한 훈련이다. 누구에게도 머리 숙이지 않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독립심 혹은 자존능력!
몸을 많이 쓰게 되면 이 '이중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로 시작하는 부분 (p. 83~84)
무지는 불안을 낳고 불안은 동요를 낳는 법.(맞는 말이다^^) 이런 '몽매한' 상황을 타파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선생님 책을 읽으면 공부를 꼭 해야한다. 안하면 안된다. 공부!) 그리고 모든 공부가 그렇지만, 돈에 대한 공부 역시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p.112
집이란 무엇인가? 집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집과 삶의 관계는? 등등을 허심탄회하게 탐구해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도시 안에서도 얼마든지 마을을 구성할 수 있다. p.130
올 상반기에 일로 인해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 다녀왔었다. 성미산의 공동체주택인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를 둘러보며 나도 이런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더부살이 프로젝트'라고 하니 성미산이 먼저 떠올랐다. 며칠 전 한겨레 신문에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탄생'-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65755.html - 기사가 실렸다. 서울의 다른 지역에도 협동조합형 주택이 들어서겠군. 내게도 그 기회가 주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쪽으로 기를 팍팍 보내봐야겠다. 잠깐, 이건 기회가 주어지도록 기다릴 게 아니구나. 기회가 오도록 만들어야 할 일이네. 몇 년 안에 협동조합 만든다고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이 막 뻗어나가는구나.
'수유+너머'란 공간을 멀리서 볼 때 가졌던 편견이 조금씩 허물어졌다. 뭐든 알수록, 좀 더 가까워질수록 오해는 멀어지는 듯하다. 이 책은 고미숙 선생님의 철학이 어떻게 생활에서 실천되었는지 보여주는 실전론이다.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에 다가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실전에는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와 같은 구체적인 방법이 나온다. 일상에는 돈이 필요하고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내가 돈을 어떻게 쓰느냐! 아, 그러고보니 편해문 선생님의 강의에서도 아이들은 부모가 또는 양육자가 어떻게 돈을 쓰느냐를 본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어떻게 돈을 쓰는지를 아이들은 그것을 유심히 본다고. 우리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도 그렇게 돈을 쓴다고.
책을 읽고, 공부를 하면서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 '내가 사는 곳이 그런 공간이 된다면'하고 상상해보았다.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가는 것이다. 괜찮은 소득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고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고...... 막연하게 떠올릴 게 아니라 이렇게 풀어놓으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네. 거창하게 무엇을 갖추고 좀 더 때가 되면 하겠다고 미루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얼마나 나를 허심탄회하게 열어놓느냐가 문제다. 작년에 비해 전세가가 무지 올랐다. 반전세 이야기가 주위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같이 품앗이하는 엄마가 재개발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한다고 했다. 서로 맘이 맞는 사람들끼리라도 같이 모여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니 더더욱 그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집, 집을 보는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돈이 내 인생에 어떤 것인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 돈의 달인이 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언제부터인가 읽은 책 속에서 읽고 싶은 책을 적어놓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언급된 마하트마 간디의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마쓰모토 하지메의 '가난뱅이의 역습', 비노바 바베의 '버리고 행복하라', 무하마드 유누스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나카자와 신이치의 '불교가 좋다'란 책 5권이 눈에 띤다. 공부할 게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