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숙의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를 읽었다.

전체적인 관점은 같은 작가가 쓴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돈>이라는,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이야기라 그것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싶어 메모를 엄청 많이 하고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첫번째로 든 생각은, 누구나 다 돈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그것이 가진 본래의 가치와 의미, 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참 드물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다는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고 할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삶의 많은 부분이 그렇듯이, 대상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걸, 여러 이야기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돈 타령 천태만상 / 돈-잘 벌고 잘 쓰는 실전 노하우 / 돈에 대한 우주적 상상력, 이렇게 3부에 걸쳐.


두번째,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삶의 소비에 대해 왜?라고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하는 이야기.

이벤트 - 돈이 아니라 몸으로!

 "우리 시대는 이벤트 전성시대다. 일상의 권태와 갈등을 화려한 볼거리와 정신없는 이미지들로 메우느라 여념이 없다. 최근에 뜨고 있는 것은 백일잔치, 돌잔치라고 한다. ... 강남 부자들만이 아니라, 보통 서민들까지 여기에 휩쓸리는 걸 보면 참, 현대인들의 마음이 얼마나 헛헛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 이런 식의 과열경쟁은 아기를 생각한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짓이다. ... 특히나 그런 과열된 환경에 노출되면 아기의 선천지정은 엄청 소모되고 만다. ... 그러므로 이런 식의 '반생명적'이벤트는 당장 멈춰야 한다. 꼭 잔치를 하고 싶다면, 돈이 아니라 정성과 우애가 표현되어야 한다. ... 원칙은 하나다. 화폐가 '몸쓰기'보다 위위에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 ... 아기한테 전달되는 건 돈의 액수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기운의 배치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우리는 가끔씩 누가 미용실 좀 열었으면 좋겠어. 파마값도 너무 비싸고 머리 자르러 다니는 것도 귀찮아, 라고 말을 한다.

-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한 말 중의 하나였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분들의 노동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또 그것에 알맞는 돈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긴 하지만, 미용실에서 이것저것 하다보면 반나절이란 시간이 소모되고, 그 시간에 비례해 가격은 높아지니, 주부에겐 정말 큰 지출이다.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가게 될 땐 미용실에서 지불하게 될 시간과 비용 앞에 심호흡을 하지않으면 안된다. 거품을 좀 빼고, 책에서처럼 정말 재능있는 친구들이 '직업의 달인'이 되어주는 날이 왔으면..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세번째, 책 마지막 부분 부록에 실린 두 글이 가장 생생하고 재밌었다.

자신과 돈 사이의 실제 이야기를 쓴 글이라 많이 와 닿았고, 앞으로 돈쓰기에 대한 대안에 대해서도 내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감이당의 회계를 맡고 있다는 분의

글 중에 인상적이고 가슴에 팍팍 와닿은 이야기들.

"누구나 평생 돈을 만지며 살아간다. 그런 우리들에겐 돈이 일상이고 일상이 곧 돈이다.

또 돈은 기호이자 언어이다. 이 언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배워야 잘 쓸 수 있다.

돈이라는 언어로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그 언어가 내 일상과 어떻게 만나는지. ...

어디서든 부지런히 움직이면 밥 굶지 않고 빚지지 않고 살 수 있다.

물건 하나하나를 소중히 다루고 돈 한푼을 허투루 생각하지 말라."


"유형인 돈을 모으는 건 무형의 마음이다. 돈을 아끼는 마음이 없으면 돈은 모이지 않는다."


" 공금을 관리하는 일이 몸에 배자 내 돈도 자연스레 그렇게 운영하게 된 것이다."

사실 돈-놀음은 재미가 쏠쏠하다. 해본 사람은 안다. 수입과 지출이 딱딱 맞아 떨어질 떄의 그 쾌감. ... 왜 수학자들이 그 무미건조할 것 같은 숫자들의 세계에 푹 빠지는지도 알 거 같다.

돈은 맛있다.^^ 이 기쁨 외에 회계를 맡게 되면서 얻게 된 소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돈관리를 하자 공간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돈을 쓰는 방식이 곧 그 사람의 삶 자체다. 아니 운명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온전히 자기 삶으로 충만해야 내 인연의 장까지 청정해진다. ...

공자님의 말씀이건 스님의 말슴이건 핵심은 하나다.

어떻게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서 주인이 될 것인가."


"모든 사물들이 돈으로 환원되고 매일매일 돈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시대.

그럼에도 우리에겐 돈이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고귀한 방편, 좋은 철학이 되고 있는 거 같지 않다.

벌거나 쓰거나. 어떻게 더 많이 벌고 어떻게 더 많이 쓸 수 있을까. 이것이 우리들의 고민이다."


-------------------------------------------------------------------------

한 해동안 우리 가정의 수입과 지출, 그리고 앞으로 우리 가족이 이루고 싶은 꿈,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 많은 것들에 대해 요즘 남편과 의논을 많이 하고 새롭게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돈의 달인>읽기를 계기로 언젠간 해야지.. 했던 돈과 연관된 일, 정리들을 이번 기회에

할 수 있어 뿌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부가 되는 건, 주변 사람들이 돈을 쓰는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었다. 돈에 대한 공부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기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하나씩 차근차근 가르쳐야 한다는 것.

할 일이 많구나.. 하지만, 어느 때보다 바쁜 요즘.

이런 책읽기를 통해 진짜 공부에 물이 오르고 있단 실감이 든다.

돈과 육아 사이에 철학과 상상력을 배치하자.

더 공부하고 싶고 더 재밌게 잘 살고 싶다.

돈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이런 마음을 잃지말기를,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다.

아니,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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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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