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중국집 (p.38)
중국집 메뉴판에 올라온 요리와 가족을 요리조리 잘도 연결시켜놓았다.
우리도 맛볼래요 (p.54)
일요일 음식하는 엄마와 가족의 대화가 한 편의 시가 되었다.
소나기 (p.90)
빗방울들의 번지점프라니.
언제부터였을까
시가 쓰고 싶은 날이 생겼다.
아마 베이비트리에 처음 시를 올렸던 그 겨울이었으니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길게 문장으로 표현하기 보다 짧게 내 방식대로
표현하는데 묘한 재미가 생겼다.
올해만 해도 혼자 긁적여본 시가 세 편이나 된다.
일기를 길게 쓰기 보다 짧게 시로 써보기도 한다.
막상 다 쓰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배가 되기도 하지만
다 쓰고 났을 때 가슴 한켠을 꽉 채우는 뿌듯함이 있다.
완성하고 나면 누군가에게 시썼다고
봐달라고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sns에 올려보기도 했다.
시를 많이 써본 건 아니지만 쓰는게 그리 어렵지 않구나
첫발은 뗀 것 같다.
구의역 사고 유가족의 인터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전해들은 '어쩌다 공무원(줄여서 어공)'
면접 과정과 결과발표를 전해들으면서
거대 자본으로 얽혀가는 덩굴 속에서 어떻게
헤어나와야할지 막막한 마음에 잠이 오지 않는다.
이럴 때 뭘해야하나
무얼 할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을 쓰면서 나를 달래본다.
-멈춤과 잠-
무섭다
세상이 무섭다
돈이 무섭다
사람이 무섭다
작은 자리 하나도 권력으로 변해간다
비정규직, 하청업, 알바
심지어 세 네명이 모인 단체에서도
거대한 다단계 구조가 만들어져간다
그래서 더 꼭대기로 올라가려고
얼굴을 감춘다
끼리끼리
좋은 게 좋은 거
공무원, 정규직, 돈이 갑이 되어간다
나쁜 건 왜그리 빨리 물들까
입바른 소리는 다들 듣기 싫어한다
하나라도 떨어지는 게 있어야한다
여기저기 줄을 잘 서야한다
여기저기 썪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나 더 많은 댓가를 치뤄야하나
감겨오는 눈 만큼 마음이 무겁다
희망을 찾고 싶은데
함께 꿈틀대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어찌 단번에 되랴마는
마음만 앞서려는 것 같아
멈췄다
도시의 빌딩 숲 사이로
저녁 노을이 펼쳐진다
해가 많이 길어졌다
하루 일 끝내고
애들 저녁 챙겨주고
비록 지각했지만
또 뭔가를 얻을까 싶어
종종종 걷다가
멈췄다
마냥 걷지말자
잠시 멈춰 생각한다
마냥 뛰지말자
잠깐 한숨이라도 내뱉어본다
아...... 이러다가 끝내려면
밤을 새울 것 같다
멈춘다
잠을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