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트리에서 동시집 <지구의 맛>이정록 동시집과 <오빤, 닭머리다!> 유미희 동시집을 선물받았어요.
7살 첫째는 한글을 읽을 수 있어서 책 제목을 보며 좋아했어요. 책을 펼치자 마자, '엄마, 이 책은 왜 이리 짧아? 글이 짧네?' 하며 물어보네요. 동시는 같이 읽어보지 않아서 처음 보는 거라 궁금했나봐요. 동시라서 그래, 노래 같지 않아? 해봤는데...조금 들쳐보다 금새 흥미를 잃었어요.
제가 읽어보니, 아직 7살 아이가 언어유희를 이해하기에는 좀 벅찰 수도 있겠다 싶어요.
아이는 그냥 책 제목이 재미있다. '지구의 맛? 닭머리래~' 하면서 낱말 하나에 재미를 느끼는 듯 했어요.
오빤, 닭머리다!
길에서
친구랑 걷던
한자학원 재경 오빠를 만났다.
"안녀엉?"
"응, 오빠 안녕?"
몇 발짝 못 갔는데
가느다랗게 들려오는
말
"제가 누구야?"
"치킨 집 딸!"
"너, 치킨 집 자주 가냐?"
"......"
오빤, 닭머리다!
그럴 땐 '아는 동생'이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냐?
함께 읽어 볼 때, 아이는 닭머리 단어에 재미있어 했고, 그 미묘한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주긴 했는데, 과연 알아 들었을까 싶기도 했지요. 그냥 좋아하는 사이 아니냐? 놀림 받을까봐 무심결에 말한 치킨 집 딸 이라는 말에 속이 상했을 아이. 닭머리 보다 '닭대가리'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생각은 꼬리를 물고, 중학교 때 학교 안 매점에서 팔던 햄버거 재료가 닭대가리였다는 소문과 그 당시의 추억이 확~ 떠오르더군요. 값싸게 팔아서 그 재료가 미심쩍었지만, 햄버거 굽는 냄새에 도시락으로 채워지지 않았던 허기를 달래주었던 그때 그 햄버거.
밤벌레와 다람쥐
알밤 속
밤벌레 한 마리
다람쥐 앞니와
딱 부닥뜨렸네.
다람쥐야 왜
우리 집을
부수는 거니?
밤벌레야 너는 왜
내 밥그릇에
똥 싸고 있니?
알밤은 속생했네.
알밤은 속이 상했네.
이런 동시들을 읽으며 재미있었어요. 아이들 마음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말놀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은하수
캠핑 간 날
아빠가 샆으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잠자는 불씨를 뒤적거려요.
아빠와 나 사이에 반짝반짝 별들이 반짝거려요.
아빠와 나 사이로 끝없는 강물처럼 은하수가 흘러가요.
하늘마을에 별도 달도 소풍 떠난
먹빛
밤.
이 시를 보며, 지난해 여름 가족 캠핑을 갔다가 불씨 속에서 보석을 찾았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반짝 반짝 보석이라 생각했던 느낌. 아이들이 자라면 함께 시를 낭송하며 함께 그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시간도 찾아오겠죠?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기대됩니다. 내 안의 아이를 잃지 않도록 동시도 가끔씩 찾아봐야겠어요.
http://blog.naver.com/purumee/220720695949
(캠핑 불씨 동영상은 블로그에 올려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