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동시를 읽고 어떻게, 뭐라고 서평을 쓰지...'
단 한번도 동시, 시를 읽고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난감했어요...^^;
책과 함께 온 안내문에 '어릴적 감성을 되살려보시기 바랍니다.'를 보곤
동시에 관련된 나의 추억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요.
저의 초등학교 시절은 동시와 관련된 많은 추억이 있어요.
엄마의 강요였는지, 선생님의 추천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매 년 동시 낭송 대회가 있었는데 그 대회에 늘 출전했고 꼭 상까지 받았어요.
동시 한 10편 정도를 달달 외우고 재미있게 운율을 살려 낭송을 잘하는 친구를 뽑는 대회지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동시의 한구절이 있어요.
제목은 '해' 였던 것 같아요.
"얘, 동수야. 해넘어간다~"로 시작하는 시를 낭송했던 기억이 나네요.
많은 선생님들 앞에서 목소리도 예쁘게, 카랑카랑하게, 리듬을 살려서 시를 낭송했던
제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네요^^
심장은 콩닥콩닥 벌벌 떨렸는데 얼굴과 목소리는 아닌 척 했던 어린 저의 모습이 떠올라 미소 짓게 되요.
잠시 초등학교 시절을 회상해보곤 동시집을 읽어봤어요.
처음 시인의 말에 나온 재미있었던 부분이에요.
2월을 그냥 2월이라 하지 않고, 가장 짧은 달이라고 표현한 센스>.<
파마한 본인의 머리를 옥수수수염머리라고 표현한 재치!
역시 시인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초등학생때만 해도 동시도 쓰고 참신한 말도 잘 떠오르고 했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고 동심이 없어졌는지...삭막해진 제 삶에 동심을 불어넣어주고 싶었어요.
'지구의 맛'을 보며 제가 제일 재미있었던 동시 몇 편을 뽑아봤어요.
'우리집은 중국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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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날 땐 짜장면, 우울할 땐 울면
복잡할 땐 볶음밥, 타랑탕랑탕 탕수육!'
어렸을 때 이 노래 정말 많이 불렀는데ㅋㅋㅋㅋㅋ
이 노래가 생각나는 동시에요.
'나는야, 가장 비싼 팔보채' 까지만 읽고는
'뭐야.........본인은 제일 좋은 거 하는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맨날 보채서 팔보채' 라고 한다는 거 보고 빵 터졌어요ㅋㅋㅋㅋㅋ
너무 웃겼어요. 큭큭
'우리도 맛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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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입이 얼마나 신선한데!'
십 년 밖에 안 써서 신선한 입.
표현이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크크큭.
보통 요리할 때 아이들은 아직 맛을 잘 모르니 간을 보라고 안하잖아요.
근데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했을 땐 신선한 입인데 왜 본인에겐 안물어볼까 싶은거겠죠.
아, 이렇게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갈 일상의 소재들도
아이들의 시선에서 동시로 지어졌다는게 너무 기발했어요.
읽으면서 우와 우와 감탄 연발---
나는 저런 생각 전혀 못하는 어른이 되었다는게 넘 아쉬웠구요...흑흑....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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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음이의어 '부자'를 이용한 동시.
'네 부자에요. 벌써 부잔걸요.'
이 구절에서 부자의 긍정적인 모습이 엿보였어요.
'부자'가 아닌데도 '부자'인 아빠와 아들.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지닌 아이, 그리고 아빠.
이걸로 충분해요. 삶의 긍정적인 자세.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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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동시.
'내 코가 석 자다.'
속담을 이용한 재미있는 언어유희.
코끼리 코는 석 자. 길이의 석 자.
아 어떻게 이런 생각이 떠오를까요.
전 정말 때가 많이 묻었나 봅니다.
요즘 언어유희를 즐기는 첫째딸 생각이 났어요.
'똥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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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시를 읽으면서 시적 화자인 그 아이의 감정에 이입해서 읽었어요.
반장으로써 우리 학교, 학급, 반 친구들을 욕되게 하는 전학생을
호되게 혼내 주고픈 아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드네요.
저도 초등학생 때 저나 내 친구들을 욕되게 하는 친구들은 정말 싫었거든요.
똥 묻은 발로 뻥 차주고 싶을 만큼.
완전 공감공감.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온 느낌이에요^^ 재미있네요.
'주근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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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와 죽은 깨'
주근깨를 죽은 깨로 표현하는 센스에 또 한 번 감탄을~
표현이 참 재미있어요.
'깨꽃', '톡톡' 표현들이 참 예쁘네요.
'고랭지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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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아파트 층수에서 키우는 채소와
할머니가 이고 온 채소를 고랭지 채소라고 표현한 것이 참신했어요.
할머니는 가족들 생각에 힘들게 채소들을 머리에 이고 왔는데
가족 누군가는 '이걸 뭐하러 가져왔냐'는 쌀쌀맞은 말을 하네요.
마지막 구절에서는 쓸쓸함까지 느껴지는 동시.
시리고 저린 고랭지채소, 시리고 저린 할머니...
'딸기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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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공감하며 읽은 동시.
실제로 딸기를 살 때 위에 있는 딸기만 보고 큰 놈인 줄 알고 샀는데
막상 덜어내보면 아래 딸기들은 째깐하고 많이 물러있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다들 경험해 보셨을 것 같은데요.
일상생활에서의 에피소드도 동시가 될 수 있구나...하며
동시는 우리 생활과 정말 밀접해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딸들이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허투로 넘기지 말아야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재미난 말들이 이렇게 재치있고 엄마미소 짓게 되는 동시를 낳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유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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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주머니'를 보고는 어린시절이 생각났어요.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셔서 하교 후에 저는 늘 혼자였는데요.
학교에 가기 전에 엄마한테 열쇠를 받아가야 하는데
잊어버리고 그냥 가는 날이면
엄마가 현관문 옆 화분 밑에 숨기고 가시거나
우유 넣는 문 속에다 넣어두시곤 가셨죠.
하교 후 혼자 열쇠로 문따고 들어가는 집...참 외로웠는데........
내가 그 때 외로움을 느껴서 그런지 이 시에서도 외로움이 느껴졌어요.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해 준 동시 '우유 주머니'
하교 후 쓸쓸한 집에 홀로 들어가야만 했떤 외로움.
우리 딸들은 안 느꼈으면 해요.
집을 떠올리면 항상 엄마의 웃음과 보글보글 맛있는 밥냄새가 나는 이미지로
떠올릴 수 있게 해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에요:-)
오랜만에 동시를 읽었더니 동심의 세계로 여행갔다 나온 것 같아 참 좋았어요.
더불어 나는 왜이렇게 때가 묻었나 슬프기도 했구요.
종종 동시를 읽으며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