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삼겹살 처음 접해
아내 몰래 한밤중 단합
아들 삼겹살 교육 시작대학을 다닐 때에는 선배들이 사줘야 먹을 수 있었지만, 가수를 하며 돈을 만지기 시작한 이후로는 회식은 거의 늘 삼겹살집에서 했다. 죽은 광석이와의 마지막 식사도 삼겹살집에서였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삼겹살을 매우 좋아하는 아내와 결혼을 하였기에, 우리 부부는 동네 정육점 사장님과 친해졌고, 덕분에 아이들도 대를 이어 삼겹살과 절친들이 되었다.내 인생에서 최고로 맛있었던 삼겹살은 아내에게는 비밀이다. 아들과 내가 아내 몰래 야식을 먹을 때 구워 먹던 삼겹살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아내는 아이가 살이 찐다며, 또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며 삼겹살 굽기를 금지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삼겹살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었다. 아내가 잠들면 우린 몰래 빠져나와 키득거리며 숨겨두었던 삼겹살을 구웠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아내가 금지한 콜라 한잔을 따라주고, 내 잔엔 소주를 따른 후 소리 나지 않게 건배를 했었다.삼겹살을 한입 물면 저절로 반달이 되는 웃음 가득한 아이의 눈과 오물오물하는 아이의 입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이런 것이 사는 맛이구나. 사는 맛이란 참 좋은 것이구나. 정말 더 열심히 살아야 하겠구나!공룡 이야기로 시작된 우리의 이야기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이의 이야기는, 아이가 커감에 따라 로봇 이야기, 디지몬 카드 이야기, 원피스 이야기, 축구 이야기, 아이돌 이야기, 친구들과의 관계와 싸움 이야기, 학급 내의 정치적 역동 이야기와 뉴스에서 본 나쁜 어른들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공부 이야기, 공부 이야기, 또 공부 이야기…. 그렇게 우리의 야밤의 밀회는 시들어갔다.이제 아들과의 밀회는 더 이상 없다. 내가 가끔 한밤중에 고기를 굽고 소주잔을 기울이면, 아이는 가끔 자기 방에서 나와 고기를 한두 점 집어먹고 별말 없이 다시 방으로 돌아간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가수 겸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가수 겸 신경정신과 전문의
(*위 내용은 2015년 8월 12일 인터넷한겨레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