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며칠 간 시댁이 있는 김해에 내려가서 시부모님께 손주들 재롱도 실컷 보여드리고, 부산쪽 관광도 하려고 했다. 크리스마스는 자기에게 의미가 없다며 신혼초 우리 커플에게 칮이온 크리스마스를 하루종일 자버렸던 남편인지라 남편에게 산타 할아버지 코스프레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시댁에 가면 우리집에는 없는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가 빛나고 있을테고 그 아래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준비하신 아이들 선물이 있을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첫애는 이미 21일에 어린이집에서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받았고, 아빠에게는 장난감 선물을 받아서 따로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대망의 크리스마스 이브. 할머니가 맛있게 만들어 주신 갈비를 먹고 과일을 후식으로 먹으며 가족간의 대화를 나누다가 남편이 시부모님과 심하게 언성을 높이게 되는 사건이 빌생했다. 지난 선거에서 박근혜 당선자를 지지하신 부모님에게 남편이 몹시 실망을 해버린 것이다.
남편은 감정이 겪해져 당장 짐싸서 올라가겠다며 흥분해버렸고 아이들은 놀래서 울고, 부모님은 실망하시고 나는 당황하고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
다음날 아침 가족 모두가 크리스마스 예배를 모신걸로 표면적으로 화해했지만 그 상처는 남았다. 남편에게는 부모님과 사이에 내가 모르는 상처가 있음을 짐작만할 뿐. 그게 해소되지 않아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 같다. 그 상처를 잘 풀어야 할텐데... 이제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서서히 알게 될 내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이번처럼 모르게 넘어가고 싶지 않다.
내년에는 크리스마스를 평화와 기쁨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내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어떻게 알려줘야할까? 부모로써 가족으로써 큰 숙제가 생긴 듯하다.
(어제 오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뒤늦게 베이비트리에서 보내주신 세번째 책과 그림책을 받았습니다. 산타 할아버지의 메세지를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어요. 크리스마스 선물 감사합니다. 스마트폰으로 글을 올렸더니 글이 익명으로 올라가서 컴퓨터로 다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