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받아쓰기

자유글 조회수 21925 추천수 0 2015.06.04 13:55:41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글 올리는 형민맘입니다.

베이비트리에 올라오는 글을 꾸준히 보고는 있었지만

어째 글을 쓸 엄두가 안나더군요.

양선아 기자님이 쓰신 초등 1학년 한글 교육에 대한 기사

http://babytree.hani.co.kr/376918)를 보고

저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글 올립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지역 공부방에서 저학년 아이들의 숙제와 공부를 봐주는 봉사도 했었고

학교로 찾아가서 기초가 부족한 친구들과 공부하는 일도 했습니다.

안그래도 1학년 아이들의 받아쓰기 문제에 대해서 참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해 저희 아이가 초등 1학년에 입학을 하고

입학하고 한 달이 지나니 받아쓰기 급수표를 받아 오더군요.

 

1-1받아쓰기1.JPG 1-1받아쓰기2.JPG » 4급에서 헉! 9급 이후는 선생님이 너무 빨리 불러서 글씨를 예쁘게 쓰는 건 무리라고 아이가 그러더군요.

 

이 두 장이 1학기 용입니다. 정말 아찔합니다.  

 

오늘 아이는 13급 시험을 봤습니다. 보통 집에서 몇 번 써온 후에

받아쓰기를 하는데 오늘은 학교에서 한 번 써 보고 받아쓰기를 보더군요.

이제 6월,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한지는 두 달밖에 안 지났는데

미리 공부해 오라는 말도 없이 학교에서만 연습하고 시험을 봅니다.

그래서 한글을 모르는 몇몇 아이들은 너무 힘듭니다.

보고 쓰기도 어려운데 안보고 써야 하고

선생님이 불러주는 시간 안에 빨리 빨리 써야 하니까요.

게다가 띄어쓰기도 해야 합니다. 글자를 잘못 띄어 쓰면

틀렸다고는 안 하지만 선생님께서 꼭 지적을 해 주십니다.

 

1학기 말에는 그림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기도 해야 합니다.

4월달에 자음 모음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7월이면 일기를 써야 하는 교과서 내용을 보니

참 갑갑합니다. 자음 모음 한글 공부는 그냥 형식적인가 봅니다.

미리 한글 공부를 많이 한 아이들도 힘들어 하는데 한글을 모르고 들어 온 아이들은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가 정말 힘듭니다.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이 국어 교과서 펴라고 해도 국어라는 글자를 못 읽어서 책을 못 찾고

분홍색, 빨강색 색깔은 알아도 글자를 몰라서 엉뚱한 색을 칠해 놓기도 합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처럼 정말 따로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도 있지만

(이 아이들은 한국말 발음도 어눌한 경우가 많습니다. 말을 배워야 하는 시기에

한국말에 대한 노출이 부족했거나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던 경우가 많더군요.)

보통은 좀 늦게 한글을 깨우친 아이들이라도 한 학기 정도 지나면 

큰 무리 없이 한글을 읽고 쓸 수 있습니다.

1년 넘게 걸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 학기 정도에 다 따라잡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이런 아이들을 4월말부터 따로 공부를 시킵니다.

아침 정규 수업 시간에 나가서 한글 공부를 하고 오기도 합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정규 수업을 받지 않고 한글 공부를 하는 것은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같이 배울 권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방과후에만

하도록 하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놀 시간에 공부해야 하니 참 공부가 싫어집니다.

 

문제는 이렇게 뒤쳐지기 시작한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갈 수록 더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고학년이 되면 긴 지문에서 문맥을 파악하고 많은 단어에 대한

어휘력이 길러져야 하는데 1학년 때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고학년이 되어서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수학도 마찬가지. 수학 문제를 이해 못 할 뿐 아니라

수학 자체 진도도 너무 빨리 나가서 1학년 때 바늘 시계 보는 법을 배우고

2학년 때부터 분수를 배웁니다. 분수 개념은 고학년들도 어려워하는데

정말 왜 이렇게 일찍 어렵게 배워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중학생 쯤 되면 이런 아이들이 '난 공부는 일찌감치 포기했어' 라고 자포자기 합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에게도 한 학년 전에 배웠던 내용을 가르쳐 주면

잘 이해하고 심지어 재미있어 하기도 합니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하며 놀라기도 하고.

나이에 맞춰 학년을 올라가야 한다는 건 어떤 아이들에게는 폭력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 어떤 선생님들은 '그 애들은 공부는 애시당초 글러 먹었어요' 라고

낙인을 찍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자주 봐 온 저로서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매력적인지 알고 있는데 공부에 가려서 그런 매력들이 무시당하는 게 참 속상합니다.

 

다시 교과서가 개편된다니 초등 저학년 만이라도 맘 놓고 천천히 배울 수 있는

내용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부담 갖지 않고 즐겁게

학교 생활 할 수 있도록 해 주면 안될까요?

제 생각이 모두에게 옳은 답은 아니겠지만 학교 수업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다보니 이런 생각만 드네요.

 

쓰다보니 넘 길어졌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글 올리겠습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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