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춘기

 

 

으아아아아아악

온 몸을 다해 아이가 소릴 지른다

짜증난다고

이게 뭐냐고

같이 안 살거라고

 

더운 여름

환히 열려진 창으로

빽빽 지르는 소리가

여과없이 빠져나간다

 

기분 나쁘다고

화가 나서

이야아아악

소리지르고 구르는 아이가

안타까우면서도

그 순간 엄마는

이웃들 눈치까지 챙긴다

 

아이 눈이 나빠질거라고

아이 버릇이 나빠질지 몰라

말한 게

아이한테는 간섭으로

아이에게는

걱정하는 어른의

진심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그 사람과 같이 살기 싫어

나가라고 해

없었으면 좋겠어

안 보면 안되냐고

 

오! 하느님

세상의 사춘기 아이들을 키운

부모들이 모두 존경스럽습니다

남의 편은 남이라지만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는 어쩌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이 아이와 맞서지 않게 해주십시오.

현명한 부모가 될 수 있게 지혜를 주십시오.

이 아이를 지켜주십시오.

 

고분고분 해달라는대로 하면서

두 세 시간이 흘렀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동생과 마크를 하고 있다

 

하느님

앞으로 10년

두 아이가 성년이 되는 그날까지 

부모로서 잘 견뎌 낼 힘을 주소서

 

아이가 언제 말했었다

친구들이 3.5춘기라 한다고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됐구나

늘 기도해야겠구나

매일 두 손을 모은다

 

 

 

이번만이 아니다.

몇 차례 고래고래 소릴 지르며 온 몸으로 자신이 짜증났음을, 화가났음을 표현했다.

자신을 향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예전과 다른 반응이 나타났다.

감정 기복이 심해졌고 짜증나면 집 밖으로 아예 안 나가거나 늦은 밤이라도 산책을 하자고 한다.

다행히 이번에는 엄마인 내가 관여되지 않아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엄마의 평소 마음의 여유가 아이의 둘쑥날쑥한 감정을 안아줄 수 있다는 걸 경험한 하루였다.

무사히 하루를 넘기면서 두 손 모아 기도하게 된다.

앞으로 펼쳐질 기나긴 두 아이의 사춘기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135 [자유글] 촛불. [2] 꽃보다 에미 2016-11-29 4220
134 [자유글] 베이비 트리에 첨 로그인 합니다^^ [9] may5five 2014-10-01 4217
» [자유글] [시쓰는엄마] 3.5춘기 - 사춘기 시작이래요ㅜㅜ [4] 난엄마다 2016-07-30 4212
132 [자유글] [엄마와 글쓰기] 육아와 알랭 드 보통 [1] 윤영희 2017-05-18 4212
131 [자유글] 인디고 서원에서 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1기를 모집합니다^^ indigo2828 2017-04-08 4211
130 [자유글] 교육감과 대청소 [4] 분홍구름 2014-06-11 4209
129 [자유글] 위기가정 지원 신고처라..... [3] 난엄마다 2014-03-25 4205
128 [자유글] 신경숙의 발언을 이해한다 [8] pss24 2015-06-24 4199
127 [자유글] 책 잘 받았어요. imagefile [5] 난엄마다 2014-08-19 4199
126 [자유글] 민감성두피;; [1] gnsl3562 2016-12-20 4197
125 [자유글] 농부 통신 13 imagefile 농부우경 2014-03-20 4195
124 [자유글] 독감에 걸렸어요 ㅠㅠ imagefile [2] 아침 2017-12-24 4194
123 [자유글] 참깨를 세우며 imagefile [2] 농부우경 2014-08-05 4185
122 [자유글] [시쓰는엄마] 세종시 내려가는 길에/다시 서울로 돌아가며 imagefile [2] 난엄마다 2017-02-06 4180
121 [자유글] 아직 수욜.. qowp32 2017-09-27 4180
120 [자유글] "지혜"가 우선입니다. imagefile busyliteo 2016-10-09 4179
119 [자유글] 오랫만에 먹은 사탕이 맛나네요 ㅎ [2] gnsl3562 2016-11-11 4176
118 [자유글] 학교폭력, 사회악 - 가까운 곳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을까? [2] koreakoala 2015-05-26 4176
117 [자유글] 엄마가 된다는 것(엄마가 미안해 당선 선물 '언젠가 너도, 너를 보면'을 읽고 blueizzy 2014-07-31 4175
116 [자유글] 자녀 사랑하기 - 올바른 훈육 공유합니다. imagefile jihojiho 2015-09-22 4174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