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씨는 며칠 전의 인터뷰에서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살다 보면 자신의 기억을 돌이켜 봐야 할 일들이 자주 생기게 되고, 그런 경우들 중에는 ‘지금 내 기억이 맞나’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경숙 씨의 (사적인)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 발언을 통해서 밝히신 ‘작가이길 그만두겠다’는 (공적인) 입장도 이해합니다. 저는 이 중차대한 발언에서 그녀의 ‘무지에의 의지*’를 읽었습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앎’은 어떤 형식의 것이든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걸고 추구해야 할 그것입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글이 표절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곧 ‘나는 창작자인가 아닌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질문)입니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더 이상 생각해봐야 쓸모 없다’는 식으로 대응함으로써 그녀는 작가라는 정체성을 포기했습니다. 자의식을 부정하고 자기반성을 회피한 그녀는 더 이상 작가가 아닙니다.
저는 이렇게 해당 발언에 담긴 그녀의 사적인 마음과 공적 입장을 이해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이해하셨는지요?
*이 표현은 도정일의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에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