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 5월 초에 운동회가 열렸다. 서울에서 운동회를 몇 번 해 보긴 했지만 여기 새로운 학교에선 어떻게 운동회를 할까 내심 많이 궁금해하면서 참석을 했는데 역시나 서울과는 많이 다른 정말 옛날 운동회에 그나마 조금은 더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온 가족이 돗자리를 들고 와 맛난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이 서울에선 조금 아쉬웠던, 참 그리웠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추억에 젖는 것도 잠시, 아이들이 점심 식사 후 하나 둘 장난감을 사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눈길은 다른 곳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학교 밖도 아니고 학교 안!!에서, 그것도 운동장 바로 옆!!에서 팔고 있었던 아이들의 장난감에는 물론 아주 순수한 '균형 잡는 새'라든가, '프리즈비' 같은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모두 총, 칼, 수갑 등을 사서 들고 다녔다. 


총과 칼은 정말 무섭도록 사실적이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칼은 누르면 쑤욱 들어가기는 했지만 화가 난 한 아이가 옆 아이를 그 장난감 칼로 찌르고 또 찌르고 또 찔렀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 섬뜩했다. 이 아이들은 나중에 실제 장난감과 똑같이 생긴 단검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총도 아이들이 그냥 들고 노는 한눈에 봐도 가짜인 총이 아니라 날카로운 칼까지 달려있는 정말 사실적이고 무서운 총이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경악했던 건 나 혼자뿐! 다른 학부모들은 '그래, 오늘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거 가지고 노냐?'며 장난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주거나 사는 걸 제제하지 않았다. 내가 잘못된 것인가??

 

한국에선 학교 폭력 예방교육에 그렇게들 힘쓰고, 경찰은 사회의 4대 악 척결에 정말 애쓰는 듯하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파는 불량식품은 사회악이기에 그 가게는 문을 닫아야 하고 학교 폭력과 가정폭력은 처벌의 대상이 되지만, 학교에선 이렇게 폭력에 둔감해지도록 아이들이 학교 내에서 이토록 비교육적인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허락하고,  너무나 사실적인 범죄 수단들이 장난감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학교 내에서 팔리고 있다니...


인도의 간디는 '사회 7대 악'을 말한 바 있는데 이는 정말 그가 말한 '도덕 없는 상업 (Business without ethics)'에 해당되지 않을까 한다.  상인들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지 뱃속 채우기에 급급하고, 국가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예방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주 단기적으로 처벌을 문제의 중심에 두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고 슬픈 운동회였다. 


(당시 장난감 총과 칼 등의 사진은 http://korea_koala.blog.me/220370730503 에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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