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이란 프로를 한동안 보지 않았는데,
이번주에 알랭드보통이 깜짝출연한다는 예고를 보고
그 부분만 찾아보았어요.
알랭드보통의 책들은 제가 30대 때, 아이들이 어릴 때
한창 재밌게 읽었는데
그가 점점 너무 유명해지고 출간되는 책들의 내용이
점점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 같아 그 이후로는 외면?하고 살았죠.
그래도.
삶과 세상살이의
디테일한 부분의 핵심을 언어로 정리해주는
그의 글은 여전히 좋고, 작가로서의 성실함도 마음에 들어요.
저에겐 그랬던 알랭 드 보통이
힘든 겨울을 보낸 한국인들에게
비정상회담에서 영상통화로 잠깐 전했던 메시지는 이랬습니다.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한국인들은 그들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고
그들이 해야할 일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점이예요.
미국인들과 달리요!
(거기 미국인이 있다면 미안해요^^)
미국인들은 행복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거기 있던 미국인, 공감의 끄덕끄덕)
그에 반해 한국인들은 지금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있고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그건 굉장히 좋은 시작이죠.
한국인들은 멋진 멜랑콜리(우울감)을 갖고 있어요.
그들은 슬퍼할 줄을 알아요.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그건 더 큰 만족으로 나아가는
첫번째 단계거든요.
이 짧은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잊고 있었던 옛 연인을 만난 반가움같은 게 느껴졌어요.
이미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한때 좋아했던 그 사람이, 긴 시간이 지난 뒤 멀리서 언뜻 봐도
그때도 지금도 좋은 사람이구나. 하며 느끼는 안도감? 뿌듯함?
뭐 그런 느낌.
육아도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 아이가 살아가는 동안 늘 행복하고 좋을 수는 없겠지만,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하는.
역시 알랭 드 보통이구나. 하며
시간이 나면
아주 오랜만에 그의 책들을 다시 꺼내볼까 합니다.
둘째 젖먹이며 <행복의 건축>과 <여행의 기술>읽던 때가
많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