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처음 이 '속닥속닥' 게시판에 인사를 하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을 때 부터,
제 꿈(!)은 '생생육아'에 한 자리 얻어 들어가는 거였어요.
몇년 전부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 오고 있었는데 사실 그게..몇년 째 막연하기만 했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병을 안고 태어나고부터 조금씩 길이 보이더군요. 원래 하고 싶던 글쓰기도 저의 삶과 경험을 사회적인 이슈와 연결시켜 하는 거였는데, 아픈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런 쪽으로 할 얘기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구체화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이 곳 속닥속닥 게시판에 하나, 둘 글을 쓰기 시작했지요.
여기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응원과 격려, 공감과 좋은 에너지를 받으며 조금씩 더 용기를 내게 됐고, 글쓰기에 조금 더 애정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는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생생육아에 한 자리 끼여 들어가게 된 것이지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특히 각자 바쁜 삶 속에서 로그인하고 덧글 달며 한 마디씩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속닥속닥에서 쓸 때도 그랬지만, 생생육아에서 꾸준히 글을 쓰게 되면 케이티라는 이 병에 대한, 나아가 모든 희소난치질환/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사뭇 설렙니다. 속닥속닥, 생생육아에서 시작된 저의 '습작기'가 먼 훗날 어떤 성과를 가져오게 될 지 조금은 기대하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주 큰 기대를 하지는 않으렵니다. 그저 지금까지 그랬듯, 제가 좋아하는 일 재미있게 한다는 생각으로 쓰고 읽고 얘기하며 무엇보다 케이티를 건강하게 키워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함께 읽기 프로젝트 같은 것도 속닥속닥 게시판에서 꾸준히 참여하고요. 처음엔 제 글 쓰는 것 자체가 즐거웠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댓글로나마 다른 분들과 얘기를 하게 되니 그것도 즐겁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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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여기까지 쓰고 마무리를 못한 채로 창을 닫아야 했는데, 오늘 글 올리려고 인터넷 켰더니 너무 슬픈 소식이 하나 있네요.. KT를 앓고 있던 한 인도 여자 아이(5살)가 갑작스러운 응급상황이 와서 세상을 떠났답니다. 미국 KT 환우회 페이지에 올라온 아이 아빠 글을 읽고 눈물이 나서 혼났네요. 이 병이 혈관질환의 일종이다 보니 혈전(혈액이 응고되어 혈류를 막아버리는 것)이 잘 생기는데, 그게 폐와 연결된 동맥을 막아 폐색전증이 와서 갑자기 그렇게 됐답니다. 오른쪽 허리부터 발끝까지, 우리 아이와 똑같은 부위에 이 병을 앓고 있던 아이였는데. 너무 슬프고, 겁이 납니다. 잘 지내다가도, 이런 소식이 한번씩 들려오면 억장이 무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