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향님의 글에 댓글을 여러 번 달았는데 모두 실종되고 말았어요.
댓글이 안 되는 건지 제 컴에 문제가 있는 건지?!
다음주까지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 정신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로 잠을 제대로 못 잔 게 벌써 몇 주일이나 이어지다보니 몸이 너무 피곤한데
아이들을 잃은 부모님들의 몸과 마음은 지금 어떠실지..
진향님이 제안해주신 어제 모임에는 참석할 수 없었지만
멀리서라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저도 끼워주시는 거죠?^^
엄마들의 연대를 호소하는 조한혜정 글의 마지막 대목에서 가슴이 뭉클해 지더군요.
"할머니 지원 부대는 늘 그대들 뒤에 강건히 버티고 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꾸리는 연대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긴 하지만, 우리의 윗 세대 선배 엄마들의 지원이나
도움의 손길, 그들의 경험 이야기 역시 절실해 지는 때입니다.
우리에게 그런 육아 선배들은 존재하는가?
그 많던 엄마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90년대 초반에 나온 조한혜정의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읽기와 삶읽기>나 <함께 크는 우리 아이> 등의 책들은 시대와 나 개인을 함께 돌아보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봐요. 저도 그랬듯이 비판적인 입장에서 지적할 수 있는 점도 많지만
아무튼 지난 20여 년에 걸쳐 <또 하나의 문화> 책들은 나름의 큰 역할을 해 왔고
책 속의 글쓴이들은 지금, 대부분 손자손녀들을 둔 할머니 세대가 되었지요.
소수에 불과하다하더라도 그런 분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건 의미가 크다고 봐요.
육아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엄마들이 개개인으로 모두 흩어지지 않고
다음 세대들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모임과 공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
지금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부터라도 모여 이야기 나누기를 시작한다면 적어도 우리 아들 딸들이 지금의 우리처럼
이렇게 '각자 알아서 하는' 방법밖에 없진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어요.
논술 세대인 이들은 선배들에 비해 글을 쉽게 쓰는 편이고,
또한 싸이월드 홈페이지 세대인 이들은 짧은 글과 영상을 통해
자신을 이미 잘 표현해 내지만, 사실상 자신이 진정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해서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2009년에 나온 또하나의 문화의 <교실이 돌아왔다>라는 책의 한 대목인데
본질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육아세계에서도 참 부족하다 싶었습니다.
만약 베이비트리에서도 모임을 시작한다면,
생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책 한 권을 함께 읽고.
어른들은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어른들 주변에서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고.
몇 명의 어른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의 놀이와 안전을 돌봐주면 좋겠다 싶어요.
<다시, 마을이다> 나 <마을의 귀환>같은 동네/마을/공동체 살이에 대해 쓴 책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싶고, 오프라인 모임에 직접 참가가 어려운 분들이나 해외에 계신 분들도
책 읽은 후기 등으로 참여한다면 모임이 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요.
하자센터에는 방문자들이 부엌을 빌려쓸 수 있는 공간이 있나요?
모임에 좀 여유가 생기면 아이들과 피자를 만들어 먹는 등의 활동도 하면 즐거울 거 같은데.
혹시 가능하다면 제가 생협요리모임에서 쌓아온 레시피와 아이들과 요리할 때의 노하우 등을
정리해서 보내드릴께요.
올해도 베이비트리에는 아가들이 많이 태어나잖아요.
이쁘고 소중한 아이들에게 이 엄청난 현실과 무거운 짐들을 조금이라도 덜 지어주기위해
엄마들이 뜻을 함께 했으면 합니다.
혼자 다 메고 끙끙대는 것보다 함께 나눠 지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그런 사람들과 공간을 한 곳이라도 더 만들어 두었으면 합니다.
해외 베이비트리언 엄마들, 듣고 계신가요? 우리도 함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