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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3월 중순부터 드디어 <겨울왕국>이 개봉되었습니다.
두 아이를 영화관에 데려가면서도 뭘 보는지, 어떤 영화인지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어요.
사전정보없이, 별 선입견없이 그저 자기 느낌으로 보라는 의미에서.
그 뒤로 지금까지 열흘쯤 지났는데, 큰아이가 <겨울왕국>의 매력에 푹 빠졌답니다.
작은 아이는 눈사람 캐릭터가 마냥 좋은가봐요.
한스 왕자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신나게 찾아나서는 눈사람이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그런데, 한스왕자가 누구야?"
하는 대사를 길거리에서도 큰 목소리로 외치곤 해서 곤란할 때가 많네요.

큰아이는 일본어 버전 가사를 열심히 받아쓰더니 종이를 마르고 닳도록 들고 돌아다니며 부릅니다.
마음에 드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고나면 그 작품의 원작을 책으로 꼭 찾아읽는 습관이
큰아이에겐 있어요. 일본에는 초등 중,고학년 아이들이 읽을 수 있게끔 <겨울왕국>이야기가
문고판으로도 출판되었는데, 이걸 오늘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밥도 먹는둥마는둥하며
저녁내내 읽더니 뭔가 새로운 걸 알아냈는지, 눈이 반짝하며 저에게 와서 이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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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겨울왕국>에서 한스 왕자 이름 있잖아요,
 원작인 <눈의 여왕>작가 안데르센 이름에서 따온 거 아닐까?
 여기 작가소개에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라고 나와있는데.. 디즈니에서 주인공 이름을
 지을 때, 작가 이름에서 힌트를 얻었나봐요!!"

듣고보니 그럴듯한 유추다 싶더군요. 근데 한스는 북유럽 왕자들 이름으로 좀 흔하지
않나?^^ 싶기도 한데, 아이는 아무튼 스스로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책 앞 뒤를 샅샅이 훑으며
탐독을 하다 잠들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벌써 아이는 영화본 게 자극이 되었는지,
<눈의 여왕>을 비롯한 안데르센의 동화집을 도서관에서 찾아 몇 편 읽고 있었는데
안데르센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면, 그 사람이 쓴 동화들을 더 이해하기 쉬울 거라고 일러줬어요.
<눈의 여왕>도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봤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쓴 동화고
<성냥팔이 소녀>도 너무 가난해서 구걸해야했던 자신의 어머니의 이야기가 모티브,
<미운오리새끼>도 이미 성공한 뒤에도 가난한 출신때문에 늘 업신여김을 받아야했던 안데르센
자신의 이야기를 동화로 쓴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니,
안데르센의 인물전을 꼭 보고 싶다고 그러네요.
그리고 안데르센이 태어난 나라, 덴마크가 어디쯤인가 지도책을 펴고 찾아보기도 하더라구요.

딸아이 덕분에 오랫만에 저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하나의 관심에서 또 다른 관심과 지식의 세계로 점점 확장되어가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네요.
모든 공부를 이런 식으로 하나씩 해나간다면 얼마나 즐거울까요.
12살쯤 되니, 궁금한 게 생기면 스스로 찾아본 뒤 확인할 줄도 알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과 이미 알고 있는 지식들로 종합, 분석, 유추, 해석하며 추상적인 사고도 점점 가능해지나봐요.
음~유아기때처럼 물고빨고하는 재미는 별로 없지만, 12살 키우는 재미도 제법 쏠쏠합니다.^^

아이에게 아직 말해주진 않았지만, 제가 예전에 듣기로는 안데르센이 동성애자라는 얘기도 있었어요.  1800년대였으니 아마 성공을 한 뒤에도 자신의 그런 비주류적인 성향이 작품 전체에도 영향을 끼쳐 슬픈 동화들이 많은 것 아닐까 싶은데..
네델란드에 계신 꽃보다에미님!  북유럽 그곳에서의 안데르센 동화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나
현지의 분위기는 어떤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어른들에겐 이미 예전에 듣고 배워 알고 있는 사실이나 지식이라도
이렇게 또 아이를 통해 함께 발견해가다보니, 새롭게 느껴지고 와닿는 것들이 많습니다.
신기해하며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고 눈을 반짝이는 아이를 보면,
순간순간 '아, 언제 저렇게 자랐지?' 싶네요.
일본 아이들은 이번주와 다음주까지가 봄방학이랍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저희 가족은 봄맞이 여행을 떠납니다. 주제는 일본 소도시기행? 이랄까.
이번 주말쯤엔 즐거운 여행이야기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세상에는 아직 가볼 곳과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 미처 닿지 못한 수많은 지식의 세계가
무궁무진하지요. 그런 새로운 세계를 함께 만나러 떠날 멋진 놀이 상대, 아이들이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요즘은 자주 들어요. 다녀와서 또 여러분과 재밌는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3월도 벌써 마지막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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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지금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며 배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일본의 ‘어린이식당’ 활동가로 일하며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마을육아>(공저) 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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