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을 맞는 우진이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에요.

[한겨레 토요판] 가족관계증명서

안녕? 나의 웅소씨! 이제는 우진이 아빠가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차분하면서도 친절한 웅소씨는 생긴 것부터도 내 이상형이었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늘 한결같은 그 모습 때문에 지금도 내 이상형이란 거 알아? 늘 한결같다는 표현에는 결혼하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내에게 방귀를 트지 않는 그 배려(?), 내외(?)도 포함되어 있어. 호호.

그런 당신을 꼭 닮았으면 하는 우리 아기의 첫돌이 눈앞이구나. 우리 아기의 첫돌은 사실 남들보다 조금은 더 우리에게 감개무량한 일이야, 그치? 누구나 맘만 먹으면 쉽게 아기를 낳는다고 자만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오래 가진 후, 우리가 원하는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기까지 쉽지 않은 일들을 감내해야 했었잖아. 초기에는 유산기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어야했고, 중기부터는 고위험군 임산부가 되어 우리 아기가 태어난 10월까지 6개월을 누워 지냈다. 지인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참 어렵게 아기를 낳은 사람이 되었어, 나는.

6개월 간 누워있는 나를 보는 당신, 회사 일에다가 가사 일을 도맡아 꾸려야 했던 당신은 어땠겠어?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시달리다가 집에 들어오면 설거지며 빨래며 청소를 해야 했고, 늘 조산의 위협으로 신경이 예민해 있던 아내의 수족이 되어 아내의 밥을 차려주고 아내의 머리를 감기고 아내의 잔심부름 하나하나를 해줘야 했었으니 말이야. 혼자 있는 아내가 안쓰러워 친구들과 술 한 번 마시지 못하고, 회식이 있는 날에도 맘 편히 술 한 잔 기울이지 못했었지. 사무실에 앉아있을 때도 갑자기 아내가 병원에 입원할 일이 또 생기지는 않았을까 노심초사 했고, 또 어쩔 수 없이 입원을 한 아내가 밤중에 화장실을 가야하면 피곤에 지쳐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얼굴을 비벼가며 링거를 들고 따라다녀야 했지. 그런 당신은 그 힘든 상황에서도 나에게 “내가 왜 너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느냐?”라고 원망 섞인 말을 하기는커녕 늘 내게 힘을 주고자 노력했었어.

그렇게 어렵게 아기를 낳고 나는 산후풍으로 또 심한 고생을 했어. 6개월 동안 조금도 걷지 않았던 내가 갑자기 아기 낳고 모유수유를 하겠다고 쪼그려 앉고, 아기를 내리고 들고 하면서 무리하게 근육을 사용하다보니 나중에는 밤에 아프다고 엉엉 울고 그랬잖아. 그래도 여전히 당신은 나를 탓하지 않고 자신이 뭘 해 줄 수 있을까 찾는 사람이었어. 수유 후면 늘 아기를 트림 시키고 아기 삶는 빨래도 다 해줬고, 아기띠는 항상 당신이 매고, 내가 힘들다고 조금이라도 투정부려도 회사일로 힘든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아기 이유식부터 목욕까지 늘 도와주잖아. 그러면서도 내게 “나도 너무 힘들어”라고 화낸 적이 없어. 아, 한 번 정도 있나보다. 하하. 그래도 그 정도면 정말 당신 괜찮은 남편이야.

당신에게 난 나를 사랑하느냐고 매일 묻지만 당신은 말보다 더 큰 사랑을 행동으로 묵묵히 확인시켜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종종 깨닫게 된다. 참 좋은 당신, 참 괜찮은 당신, 모든 남자가 당신을 ‘적’이라고 해도 그런 ‘적’이 되는 건 세상을 더욱 살만하게 하는 것이라 오히려 자랑스럽네. 내 마지막 사랑이자 내 최고의 인덕, 당신을 만난 걸 감사하며 내일도 오늘처럼 사랑해.당신의 아내, 김은종


가족들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속 얘기를 사진과 함께 편지(원고지 6장 분량)로 적어gajok@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된 사연에는 빕스에서 4인가족 식사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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