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란

자유글 조회수 3329 추천수 0 2015.12.03 11:42:15

예전에 큰애를 키울 때는, 얘가 언제 뒤집었고 언제 뭘 했고 했던 걸 다 기억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제 큰애인 아들이 여섯살이 되고 작은애인 딸이 네살이 되다 보니, 처음에 경이롭게 지켜봤던 아이들의 모습이 그저 그런 심상한 모습이 되어 버리고, 무심해져 가는 걸 느낍니다. 그저 같이 살고 있는 작고 서툰 구성원들 정도?가 되어, '아이들'만이 가진 그 무언가를 놓치기도 하지요.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때로 벼락같이 아이들만이 가진 그 무엇으로 제게 강렬한 기억을 남기기도 하네요.

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출퇴근을 하며 CD를 듣는데, 작년에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였나, 전래동요 CD에 '타박네야'라는 노래를 많이 들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서유석씨가 부른 버전도 있더라구요.

큰애가 가사를 유심히 듣더니 "우리 어머니 젖을 달래"하고 킥킥 웃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반 장난으로 과장된 어투로 "OO아, 그거 원래 되게 슬픈 노랜데...우리 어머니 무덤가에 간다잖아. 엄마가 죽었나봐"했더니, 갑자기 큰애가 왕 울음을 터뜨리는 거예요. 그것도 아주 서럽게.

그래서 당황해서 "OO아, 왜 그래?"하고 물으니 "엄마, 엄마는 몇 살에 죽어?"하고 울면서 묻더라구요. 그 질문을 들었을 때의 그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란...

옆에서 듣고 계시던 저희 엄마가 "너희 엄마는 아주 오래 살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라"하시긴 하셨는데, 저는 그때의 큰애 모습이 참 잊혀지질 않네요.

그리고 최근에 어린이집에서 저희 큰애가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 왜 어른이 되고 싶냐고 물으니 운전도 하고 싶고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렇다고 하기에, 또 제가 "근데 OO이가 어른이 되면, 엄마는 할머니가 될 텐데..."하고 덧붙였더니, 애가 갑자기 고개를 뒤로 돌리고 한참 있는 거예요. 뭐하나 봤더니 눈물을 제게 안보이려 그런 거더라구요.

저희 남편은 사실 아이들 데리고 문상도 갈 정도로, 아이들에게 그런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꺼리는 걸 경계하고, 자연스럽게 알게 하자는 주의이긴 한데, 참 아이의 그런 태도 앞에서 뭐라 할 말이 없더라구요. 

그리고 저희 작은 애는 또래 중에서 대장노릇을 한다고 할 정도로 씩씩한 아이인데, 오늘 아침 도로에 서 있는 다른 차를 보더니 "눈맞아서 못 움직이나봐"하고 울먹이더니 눈보라 무섭다고, 우산쓰고 걸으며 왕 울어버리더라구요. 아이들은 으레 눈을 좋아하고 그런 줄 알았는데, 대장노릇하는 딸이 눈 무섭다고 울다니...아이들이란 저를 여러모로 참 할말없게 만들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ㅋㅋ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1116 [자유글] 유치원 졸업다례식 imagefile [4] 루가맘 2016-02-07 5145
1115 [자유글] 못난감자앤치킨 내일도 승리에 나오는거 보고 imagefile [1] 짱구맘 2016-02-03 5455
1114 [자유글] 따뜻하고 풍성했던 2016년 베이비트리 가족 신년회 imagefile [8] 양선아 2016-02-02 13543
1113 [자유글] 추운 겨울 속 작은 행복들 imagefile [1] 윤영희 2016-01-29 5513
1112 [자유글] 아차...영유아 검진 푸르메 2016-01-26 3106
1111 [자유글] 김광석 노래 계속 듣고 있네요~ [1] 양선아 2016-01-24 2542
1110 [자유글] 아이들에게 좀 더 따뜻한 새해가 되길 imagefile [1] 윤영희 2016-01-20 3276
1109 [자유글] 피자는 누가 사야할까요? imagefile 베이비트리 2016-01-19 5957
1108 [자유글] 카카오앨범 서비스 종료한다고 하네요 양선아 2016-01-14 2610
1107 [자유글] 원숭이해, 꿈을 향해 한발 내딛는 한해 되세요~ imagefile [4] 양선아 2016-01-01 6139
1106 [자유글] 겨울 육아 imagefile [3] 윤영희 2015-12-24 4793
1105 [자유글] 기쁘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오셨네~ image 베이비트리 2015-12-22 2732
1104 [자유글] 오랑우탄, 우리 친구 할까? imagefile [4] yahori 2015-12-18 6118
1103 [자유글] 피지오머 이벤트 합니다. image flek123 2015-12-09 2598
1102 [자유글] 엄마, 왜 13월은 없어요? imagefile 윤영희 2015-12-08 2982
1101 [자유글] [만추] 추억도 남기고, 선물도 받고... 꿩 먹고 알 먹고? imagefile [2] 강모씨 2015-12-07 2783
» [자유글] 아이들이란 [3] sybelle 2015-12-03 3329
1099 [자유글] 개똥이는 밤이 무서워요. imagefile [6] 강모씨 2015-11-28 4314
1098 [자유글] 어린이한겨레 [2] sybelle 2015-11-23 2964
1097 [자유글] 가을 육아 imagefile [4] 윤영희 2015-11-19 3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