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초에 백만년 만에 대학로 나들이를 아이들 데리고 다녀왔어요.
큰 아이가 영유아검진 54개월용에서 저신장, 저체중으로 정밀검사 필요하다고 나와서 급히 서울대어린이병원에 예약이 되어 혜화역에 갔어요.
애 둘 데리고 지하철 타고, 운좋게 자리에 앉으니 그럭저럭 이동하는 건 다닐 만 했어요.
간단히 문진과 피검사와 성장판 엑스레이 검사를 하고 결과확인할 예약을 잡고 나왔습니다.
('애들 클 때 되면 큰다.'고 하신 전문의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냥 있을 걸 괜히 정밀검사까지 받았나 싶기도 했네요. 혹시라도 모를 이상 징후가 나올 수 도 있으니, 결과가 나오는 것을 기다려 봐야겠지요.)
모처럼 대학로 앞까지 나왔으니 아이들과 마로니에 공원이라도 가봐야지...했어요. 하지만 더워도 너무 더워서 나들이는 무리고, 시원한 아이스크림 먹고, 또 근처에서 브런치 먹으며 기운 회복.
대학로는 왔으니, 공연 하나 보고 가야할 것 같아서 어린이 뮤지컬 급 검색하니 적당한 것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2시 공연이 있었어요. 인터넷예매는 당일예약은 안되어서 티켓박스를 직접 가보니, 현장에서 카드결제는 1인당 2만원, 현금결제는 1만5천원이라고 하네요. 현금인출기가 어디에 있나 둘러보는데, 어떤 아기엄마가 위메*에서 바로 결제하면 1만원이라고 친절하게도 알려주셔서...급하게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입장했어요.
첫째는 기대를 잔뜩하고, 둘째는 밖으로 나가자며 보채고... 아이스크림 살 때 받았던 초콜렛바 하나로 달래서 뮤지컬 시작을 기다렸는데, 시작과 동시에 잠이 들어버린 둘째...
'어흥'하며 무섭게 등장하는 호랑이 모습에 몇몇 아가들은 울음을 터뜨리며 안타깝게도 퇴장하고...둘째는 오누이가 금동아줄을 내려받는 부분부터 호랑이가 썩은 동아줄에서 떨어지는 것을 무사히 관람했습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이 부분이 아이들에게 무서울 수 있는데, 용케 피했네요. 아이들 수준에 맡게 재미있게 구성한 느낌이었어요. 첫째는 대만족.
아가씨 때는 자주 누비던 대학로를 두 아이의 손을 하나씩 잡고 방문하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개인적으로 배우들을 가깝게 볼 수 있는 소극장을 좋아하는데, 그 소극장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집에서 좀 더 가까우면 좋을텐데...방학이 돌아오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