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내려가는 길에

 


아침에 떠오르는 해
참 오랜만이다
동향으로 창이 난 집에서
이사한 후로
아침 해를

이리 길게 지켜본 것이
참 오랜만이다

 

줄기줄기 물방울 맺힌
뿌연 창 너머로
아침해가
강열하게 뚫고 온다

 

살짝 걸려있다가
조금씩 떠오를수록
마주보기 어렵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새벽에 나오면서
깨우지 못하고 나온
아이들 얼굴이 아른거려
전화기를 든다

 

고속도로 위에서
오늘 하루를 무탈하게
떠오르는 해에게
두 손 모아 맡겨본다

 

-------------------------------------------------------------

세종시 초등학교에서 4, 5, 6학년 약 500여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헌법마당이 펼쳐졌다. 조별 이끄미로 이번에 참석하면서 아이들 오전 수업 시작 시간에 맞춰 가야하다보니 새벽녘에 집을 나서야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선생님들이 양재역에 모여 전세 버스로 함께 내려갔다. 해당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헌법 읽기에 관심이 많으셔서 연결된 자리였다. 한 학년씩 체육관에 모여 약 17개의 모둠으로 나뉘어 학급 헌법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40분씩 총 3회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생각보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 어찌나 시간이 후다닥 가던지. 손바닥헌법책을 받아든 아이들과 주권자, 공화국의 뜻을 알아가며 짧게 자신이 생각하는 학급 헌법을 적어냈다. 40분 안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헌법으로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4교시를 마치고 맛본 학교급식은 최고였다. 미역국도 맛있고 깍뚜기도 맛있고. 교장선생님도 학교급식을 아이들이 가장 만족해 한다고 인정하셨다. 맛있는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더니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살짝 졸렸다.

--------------------------------------

 

다시 서울로 돌아가며

 


사람도 태어난 곳을
닮나보다
차창밖 아직은
앙상한 산허리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녹지 않은 눈들이
작은 골짜기
나무 그림자 사이로
간혹 나타난다

 

2월 어느 날
차 안으로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이
점심 먹은 두 눈을
무겁게 만든다

 

허허허
일 끝내고 돌아가며
느긋하게 즐기려는
마음을
고단한 몸은
봐주지 않는다

 

오후 2시
한창인 시간에
하루 일과가
다 끝난 듯
홀가분하다

 

함께 한 분들과
향기좋은 차 한잔
포근한 봄볕을
나누고 싶다

 

----------------------------------------------

새로운 경험의 시간이여서일까 내려가고 올라오는 길에 그냥 글이 쓰고 싶었다. 내려갈 때는 두 아이가 잘 일어나서 학교에 갈까, 많은 초등학교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 다행히 학교 담임선생임으로부터 문자는 안왔고 생각보다 40분 수업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오전 수업을 무사히 끝내서 마음도 홀가분하고 차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도 편하게 다가왔다. 따뜻하게 내려쬐는 봄볕을 맞으며 잠시 사색에 잠기고 싶을만큼.

 

사전 준비시간에다가 새벽부터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일부러 내서 다녀왔다. 뭐랄까 나 스스로에게 '잘했어.'라고 칭찬해주고 싶은 시간들이었다. 함께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간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한다. 덕분에 두 편의 시도 얻었다.

 

KakaoTalk_20170206_140729252.jpg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수
1195 [자유글] [시쓰는엄마] 욕심 난엄마다 2017-02-15 3552
» [자유글] [시쓰는엄마] 세종시 내려가는 길에/다시 서울로 돌아가며 imagefile [2] 난엄마다 2017-02-06 4182
1193 [자유글] [시쓰는엄마] 손빨래 난엄마다 2017-02-04 6373
1192 [자유글] [시쓰는엄마] 지각 - 2017년 새해 우리 시를 써봐요~ [5] 난엄마다 2017-01-25 4266
1191 [자유글] 내 나이가 어때서~ 지난 크리스마스에 imagefile [7] 푸르메 2017-01-08 5263
1190 [자유글] 어느날 문득, 그대가 imagefile [13] anna8078 2017-01-06 9961
1189 [자유글] 하이 2017!! imagefile wonibros 2016-12-30 3740
1188 [자유글] 문제성피부 ㅠㅠ [1] gnsl3562 2016-12-26 4152
1187 [자유글] 만성피로ㅠㅠ [1] gnsl3562 2016-12-21 3927
1186 [자유글] 노래 한 곡 들을까요? [1] wonibros 2016-12-21 4243
1185 [자유글] 민감성두피;; [1] gnsl3562 2016-12-20 4200
1184 [자유글] 커피대신 [3] gnsl3562 2016-12-19 3955
1183 [자유글] 드라마 볼게없어요 ㅠ [1] gnsl3562 2016-12-18 3975
1182 [자유글] 푸른바다 전설 너무 재밌네요~ gnsl3562 2016-12-14 3487
1181 [자유글] "Doing Democracy" 2017 인디고 다이어리와 캘린더 출시하였습니다! imagefile indigo2828 2016-12-10 4036
1180 [자유글] 백만, 백오십만 촛불 중 하나 더하기 imagefile [6] 강모씨 2016-12-02 5900
1179 [자유글] 촛불. [2] 꽃보다 에미 2016-11-29 4223
1178 [자유글] 이제 그만 내려오시오 imagefile [2] yahori 2016-11-28 4142
1177 [자유글] 돌잔치 전문점 파미에파티 ljdraco7 2016-11-28 4677
1176 [자유글] 남양주'굿바이아토피교실'11/23 오전11시 접수중~-수수팥떡가족사랑연대 image okemos 2016-11-18 3535

인기글

최신댓글

Q.아기기 눈을깜박여요

안녕하세요아기눈으로인해 상담남깁니다20일후면 8개월이 되는 아기입니다점점 나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8개월인 지금까...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