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독서, 정아은 저, 한겨레출판사, 2018>를 읽다가 <팬티 바르게 개는 법, 미나미노 다다하루 저, 공명, 2014>이 당장 읽고 싶어졌는데, 운 좋게도 마을 도서관 보유 도서라 당장 빌렸다.
제목도 흥미로웠지만 영어교사로 13년간 근무하다가 학생들의 무기력하고 산만한 수업태도와 의욕저하 등의 문제를 목격하며 고민하다 일본 최초의 남자 기술가정과 교사로 변신한 저자의 이력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내가 팬티를 처음 갠 것은 초6 큰외삼촌댁에 1년 정도 지내게 되면서 였다. 갓 상경한 나를 앉혀두고 큰외숙모는 "팬티를 개 봐라"하셨는데, 사실 난 그때까지 팬티 한장 개보지 않았었지만 어쩐지 잘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에 본능적으로 반 접고 다시 접었는데, "어쭈 제법이다"고 평을 받았다.
이 책은 4대 자립에 대해 이야기 한다.
. 팬티 개는 법이나, 도시락 준비 등의 생활적 자립.
. 가족의 범위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정신적 자립.
. 노동의 의미와 돈의 사용법 그리고 노후까지 상상하는 경제적 자립.
. DV(Domestic Violence, 가정 폭력) 혹은 데이트 폭력으로 부터 자유로운 동등한 연애관계 등 성적 자립.
청소년을 위한 책이긴 하지만 고교시절 국/영/수만 중요시하는 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성인에게 더 없이 귀한 얘기가 담겨있다. 나의 고등학교 가정 교과서에도 수유방법을 포함한 임신, 출산, 육아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대입시험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아예 수업 자체를 생략했는데, 훗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은 국/영/수가 아니라 '육아'였다고 얼마나 한탄 했던가!
이 책에는 자신의 생활자립도를 확인할 수 있는 점검표가 나오는데, 맞벌이 하는 회사 남자 동료에게 당장 보여 주고 싶었다. 저자가 동료 교사의 가족 상담 후 '도대체 결혼하고 나서 한 번도 설거지를 해본 적이 없다니...'했던 대목은 특히 더!
모든 것이 기본은 무엇보다 먼저 자립하는 것이고, 자립하면 행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저자의 당부처럼 이런 교육을 받고 세상 살이를 시작할 수 있다면 좀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많아진다면 세상 또한 한결 나아질 듯 싶다.
국/영/수만 강요하는 학교 교육에 지친 청소년에게
국/영/수만 배우느라 다른 교육은 제대로 못 받아 아직 자립이 덜 된 성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강모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