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부모님, 형네, 동생네 모든 가족들이 같이 12일 눈썰매를 너무 재밌게 즐긴 기억 때문에

올해에도 이웃에 사는 동생네랑만이라도 또 한 번 가려고 어렵사리 지난 주말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하지만...5살 조카 녀석이 고열을 동반한 장염 - 겨울에 장염이라, 좀 의아했지만, 요즘은 워낙 시절 안 가리고 질병이 도는 것 같아서...- 으로 급 캔슬되고, 맘 속에 눈썰매 타는 기대감 풍선을 만땅으로 불어 놓은 울 딸내미들에게 그 풍선을 터뜨려라 하기엔 큰 실망감을 줄 것 같아서, 근처 어린이대공원에서도 눈썰매 탈 수 있다 길래 급하게 인터넷에서 티켓사서 부랴부랴 갔었답니다.
 

전날에 비해 기온이 부쩍 떨어져 춥고, 바람도 제법 부는데다, 눈썰매장 바로 옆이 어린이회관인지라 그 추운 날씨 속에서도 결혼식이 한 시간 단위로 진행되는 탓에 주차장과 길의 구분도 거의 없더군요꼬불꼬불 눈썰매장 전용 주차장을 찾아서 울퉁불퉁한 맨땅을 운전해서 우여곡절 주차한 후 입장하고 보니...

...뭐랄까?

워터파크만 가다가 동네 목욕탕에 간 듯, 맨날 2+ 꽃등심 먹다가 밀가루 가득 쏘세지 입에 넣은 느낌...

더구나 오후에 가서 그런지 공간에 비해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정신이 없었더랬죠.

저는 나름 튜브모양의 썰매는 재미있었는데, 애들은 그것도 딱 2번 타고나니, '집에 가자, 동물원 가서 북극곰 보자, 꼬마 바이킹 태워줘...' 등등 어쨌거나 눈썰매로는 더 이상 놀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답니다.

첫째 딸은 굳이 거기서 추가로 티켓 끊어서 탈 필요가 있나 싶은 꼬마 바이킹으로 둘째 딸은 눈썰매장에서 2~30분은 더 걸어가야 있는 북극곰한테 데려가 주기로 한 후 겨우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했다는 안심을 하게 되었죠.

 

하지만 북극곰에게 가는 도중 그 추운 날씨에 놀이터 보이면 놀다 가자, 지나가는 유모차를 보면 자기도 유모차 타겠다, 매점 보이면 배고프다...예상치 못했던 추가 요구사항들이 나오고, 그때마다 들어 줄 건 들어주고, 자를 건 자르고, 달랠 건 달래고...4~50분 걸려 겨우겨우 북극곰에게 가서 채 5분도 안되서 구경 끝내고 나오니, 추운 것도 있고, 애들 달래느라, 안고 다니느라 이래저래 힘들고, 참으려고 했지만 짜증도 스을슬... 게다가 주차장으로 다시 가는 길에 평소 길치라고 제게 핀잔주던 아내님께서 제가 "그쪽 아닌 거 같은데...?" 한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접어들었던 길이 엄청 돌아오는 길임을 알게 되었을 때...속으로 '으이그~ 내가 이것들을 데리고 다시 나가자고 하나 봐라...'까지 생각들더군요.

 

그러나 복합적인 피곤함을 팔다리 양 어깨에 덕지덕지 붙이고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뒷좌석에 타자마자 금방 잠든 애들을 보면서 '에이그 그래도 너네가 젤로 힘들었구나 오늘... 아빠가 다음엔 정말 제대로 밖에서 재밌는 시간 보낼 수 있도록 볼께'  속으로 약속하면서 왔답니다.

 

토요일 이 일로 아빠인 제가 삐친 건 아니구요, 정말 삐친 건 그 다음 날인 일요일...

전날의 실패(?)를 바로 만회하려고 과욕을 부린게 사실 그 원인인 듯 싶습니다.

 

첫째 딸도 전날 좀 아쉬웠던지 일요일 오후가 되니, "아빠 오늘은 어디 가요?" 그럽니다.

솔직히 좀 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으나, 어디라도 좋으니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기대에 가득

눈망울의 딸애를 보면서 아내처럼 "나가서 진상부릴거면서 또? 오늘은 그냥 집에서 놀아!!!" 라고 차마 말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또 급 검색...

멀리는 못가고 뚝섬 '서울 숲' 한 번 가 볼까 하고 볼거리랑 교통수단 등 알아 보고 있는데, 아내가 자기는 오늘 못나간다고, 아니 안나간다고 통보합니다. 그러면서 둘 다 못 데려 갈거면 큰 애만 데리고 갔다 오라네요. 하지만 눈치가 빤한 둘째 딸을 떼놓을 방법이 없었는지 아내는 큰 애를 어떻게 꼬셨는가 봅니다.  딸 애가 한참 검색질하던 제게 와서는 아빠~ 안 나가고 그냥 집에 있을래요.” 그럽니다. “??? 그래?” 라고 말하는 순간 이 아빠는 어제 그렇게 피곤했지만 그리고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도 너네들 원하는 대로 밖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면서 새로운 것도 보고, 느끼게 해 줄려고 이렇게 애쓰는데, 그냥 집에만 있으려고 하는 엄마와의 deal에 홀랑 넘어가서 아빠 성의를 이렇게 하찮게 만드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쓸데없이 한 마디 보태게 되네요. 나도 모르게유치하지만 보통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말들이 진심이지요. 일부러 엄마한테도 들리도록 크게 알았어, 그런데 이제부터는 휴일에 아빠한테는 절대 어디 나가자는 말 하지 마!” 라고 해버립니다. - -;;

그 순간의 큰 애의 표정을 보며 아차!!!’ 했지만 이미 늦었죠. 머쓱하면서도 아빠가 왜 이러지 하면서 두려움도 섞인 묘한 표정 이더군요.

 

~ 못났죠일주일 내내 애들한테 시달리다가 주말에는 좀 쉬고 싶은 아내와 휴일에 아빠랑 더 놀고 싶기만 한 6살짜리 아이한테 남편이, 아빠가 이렇게 해 주려고 하는 걸 왜 몰라주니하고 삐친 맘을 드러내고 말았으니깐요

아직은 모든 걸 이해해주고 받아 줄 수 있는 멋진 남편, 아빠는 아닌가 봅니다.

생각은 아내와 딸들에게 어떤 것이라도 공감하고 받아줄 수 있어 하면서도 불쑥 나오는 반응이나 표정, 말들은 생각과 다른 진심을 말하고, 동시에 또는 돌아서 금방 후회하고, 아마 평생 이러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미 아내와 딸애는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오늘 저녁에 일요일 삐쳐서 미안하다고, 아빠가 했던 말 취소라고 얘기하렵니다.

 - 아빠가 자신의 감정상태나 상황에 상관없이 바람직하다고 인정되는 반응을 (아직 아빠의 감정상태나 상황을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되지 않은 아이에게) 어떻게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아니면 어떻게 아빠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라 어떻게 하든 시간 흐르면 다 잊혀져서 아이에게 별 영향도 없을텐데  너무 쓸데없는 고민인가? 지금도 헷갈립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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