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1351616_20140609.jpg » » 육아 멘토는 없다. 아이가 자라나는 사회에는 안전망이 없다. 지금 육아책들은 불안한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달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대형 서점의 육아서적 코너 모습.
[레드 기획] 엄마들이 ‘전투육아’ ‘군대육아’에 공감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이유는

질문 1. “군대 갔다고 생각해” “3년만 빡세게 해”. 누구에게 하는 얘길까?
질문 2. “큰 소리로 울지도 못하고 울음을 삼켜야 했던 죽음과도 같던 시간들” “힘들다고 어디 말도 못하고 혼자 괴로워하던 숱한 밤들”은 언제를 말하는 걸까? 

파워블로거 하은맘 <닥군> 예약판매 1위

첫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제 갓 아기를 낳아 만 0~2살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그 기간, 3년이다. 요즘 영·유아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출산은 입대요, 육아는 군 생활이다. 5월23일 출간된 육아서 <지랄발랄 하은맘의 닥치고 군대육아>(이하 <닥군>)에서 그리고 있는 육아다. <닥군>의 저자 김선미(하은맘)씨가 정의하는 ‘군대육아’란 “끝을 알 수 없는 기나긴 육아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해 짧고 빡세게 몰입해 최정예 요원을 길러내는 신개념 육아 방식”이다. 주요 전술은 이 책 저 책 따지지 말고 닥치는 대로 열심히 책을 읽히는 ‘책육아’, 의미 없어 보이는 아이의 멍 때리는 놀이인 ‘뻘짓’ 참아내기 두 가지다. 

군대육아를 설파하는 <닥군>이 요즘 엄마들에게 화제다. 5월9일 출간 2주 전에 시작한 예약 판매에서 예스24, 교보문고 등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1위를 했고, 출간 뒤인 5월 셋쨋주 교보문고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도 2주 연속 종합 8위다. 강미연 알라딘 육아부문 MD는 “보통 육아서 매출은 전체 도서 매출의 2% 정도를 차지한다. <삐뽀삐뽀 119>처럼 의사·박사·교수 등 전문가가 쓴 육아 스테디셀러가 아닌 파워블로거의 책이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의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저자 김선미씨는 아이를 낳은 뒤 회사를 관두고 5년 동안 육아에 전념한 뒤 보험설계사로 사회생활에 복귀했다. 블로그에 육아 노하우를 쓰면서 인기를 모았고, 2012년 블로그 글을 모은 책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로 팬덤을 형성했다. <닥군>이 두 번째 책이다. ‘불량육아’ 때보다 ‘군대육아’의 반응이 더 세다. 블로그 포스트마다 100~600개씩 달리는 댓글들에는 “밤에 애 재우고 포스팅 보며 혼자 울었는데… 어젠 놀터(놀이터)에서 보다가 눈물이 나서 감당이 안 됐다” “책 내주셔서 너무 감사” “지옥 같은 육아 시절 공감도 많이 되지만 이렇게 열심히 한 적 없어 반성도 되네요”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닥군>을 본 뒤 엄마들이 눈물·콧물 빼는 데는 ‘출산과 육아가 죽을 것같이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공감해주는 대목이 크다. 임신 중이거나 이제 막 아이를 출산했거나 영·유아를 키우고 있는 2030 엄마들은 산후조리원에서 조리원 동기모임을 만들고, ‘맘스홀릭’ 등 출산·육아 온라인 카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책대로 되는 아이는 없다'

7개월 아이를 둔 김지현(31·가명)씨는 처음에 멋모르고 육아에 덤볐다가 큰코다쳤다고 회상했다. 모유 수유를 고집했는데 아이가 좀처럼 잘 빨지 못했다. 마땅히 물어볼 곳도 없어 부랴부랴 각종 육아서를 사서 읽었지만, 모유 먹이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병원에 갔다가 아이의 설소대가 짧으면 모유를 빨기 힘들다고 해서 아들은 태어나자마자 설소대를 자르는 수술을 했다. 그래도 여전히 잘 먹지 못했다. 다시 모유 수유 전문가를 만나서 상담을 받았더니 이번엔 수유 자세가 문제란다. 이후에도 밤중 수유(밤에도 수유하는 행위)를 끊어야 하는가, 이유식을 거부할 땐 어떡해야 하는가, 이유식을 먹이는 간격은 어떻게 정하는지, 왜 아이는 밤에 잘 자지 않는지 등 아이를 키우며 맞닥뜨리는 문제는 끝이 없다. 모르는 것투성이인데 책에서도 답을 찾기 힘들었다. 김씨는 “지금은 좋아졌지만 아기를 낳은 직후에는 심한 우울감을 느껴서 치료도 받았다. 책과 다른 아이가 이상하게 느껴져 화가 나기도 했다. 지금도 가끔씩 우울하고 앞으로 잘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런 고민은 엄마들이 모인 각종 인터넷 카페에 흔한 고민이다. 

이들에게 <닥군>은 말한다. “애 낳는 것도 낳고서 키우는 것도 너무 힘들어. 먼저 애 낳은 친구들한테, 엄마한테, 동네 누구라도 잡고 물어보면 다들 그냥 낳았대. 그냥 컸대. 기억이 안 난대. 나쁜 뇬들. 절친이란 것들이. (중략) 근데 내가 겪어보니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기억조차 하기 싫은 거였어. 너무 힘들고 아프고 서러워서 기억에서 지워버린 거더라고. 아픈 건 아픈 거야. 아파해도 돼. 아프면 울어도 되고 소리쳐도 돼.”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육아 버전인 셈이다.

‘하은맘’을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는 최유미(35)씨는 “아이들은 밤이면 무조건 재워야 하고, 돌아다니면서 밥 먹이면 안 된다 등 기존 육아서에서 가르쳤던 방식대로 하려니 아이와 씨름하느라 힘들었는데 ‘책대로 안 된다. 아이의 본성을 인정하고 즐겁게 육아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내려놓자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군대육아에 더불어 ‘전투육아’도 일종의 유행어가 됐다. 육아를 개그로 풀어낸 블로그 ‘전투육아블로그’(blog.naver.com/jamnana) 때문이다. 빽빽 울어대는 아이 때문에 제때 머리 감기조차 힘든 육아맘에게 ‘응급스타일링’ 방법으로 뒷머리는 묶고 앞머리만 감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하루 종일 애와 있다가 탈출하고 싶을 때는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음식쓰레기 봉지를 들고 카드 한 장 바지에 쑤셔넣은 뒤 “아, 초파리가 꼬이네” 한마디 던지며 슬쩍 나가 커피숍으로 달려가라고 말해준다. 모두 다 ‘전투육아 전술’이다. 19개월 아들을 둔 유지영(33·가명)씨는 “매일 전투육아블로그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애랑 부대끼느라 느낀 갑갑함을 그나마 푼다. ‘웃프다’는 표현이 딱 맞다”고 말했다. 

빨리 자주 바뀌는 육아트렌드

‘전투육아’ ‘군대육아’라는 용어는 결이 다르지만 힘들어도 열심히 육아하겠다는 요즘 엄마들의 욕망과 의지를 담고 있다. <애완의 시대> <대한민국 부모> 등을 쓴 정신분석가 이승욱씨는 ‘닥치고 군대육아’ ‘전투육아’라는 조어가 요즈음의 육아 실태를 잘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2030 엄마들은 작전참모가 돼서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려 한다. 영·유아 엄마들을 예로 들면 뇌가 발달하는 놀이, 소근육·대근육이 발달하는 마사지를 단계별로 하고, 읽기독립·영어노출 등 언어 학습 계획을 세운다. 이런 작전의 내면에는 영·유아기부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좋은 대학에 입성해야 한다는 목표가 있다. 경쟁사회에서 작전과 명령이 없으면 불안한 엄마들이 전투하듯 군 생활 하듯 육아에 전념한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왜 벌어졌을까. 고학력 여성의 육아 몰입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전가일 장안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지적 능력이 충분한 엄마들이 출산과 함께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육아에 그 능력을 쏟아붓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길을 육아로 생각하고 아이를 성과물로 여기는 경향도 있다.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엄마의 욕심을 아이한테 채우고 있으니 엄마의 마음만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아프니까 청춘’인 20대가 사회 부조리를 그저 참게 유도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처럼 ‘군대육아’ 역시 여러 지점에서 논란을 낳는다. 책육아 방식이 그렇다. 책육아를 거칠게 말하면 ‘닥치고 책만 읽히라’는 것이다. 텔레비전 치우고 한 달에 한 질씩 전집을 사서 다양한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아이가 실컷 놀다가 책에 관심을 갖거나 책을 가져오면 재미있게 읽어준다. 영어책·한글책 구분 말고 열심히 읽어줬더니 저자의 딸은 41개월에 혼자서 원하는 책을 읽는 ‘읽기독립’이 이뤄졌고 영어원서도 읽게 됐다. 

이에 대해 이정희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 대표는 “위험하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만 0~3살은 활동의 시기여서 앉아서 책 읽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며 세상을 알아가는 게 좋다. 내적 안정감과 애착 형성이 중요한 시기로, 책도 한두 권을 반복해서 읽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모든 아이들이 책을 좋아할 수도 없고, 모든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사회는 비정상”이라고 덧붙였다. 전가일 교수는 엄마가 주도적으로 놀이에 개입하기보다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서 스스로 물고 빨고 탐색한다. 그 과학자적 호기심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옆에 있되 한 발짝 떨어져 지켜보는 것이 좋은데, 어른의 시선으로 책을 포함한 특정 교구를 갖고 반복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 배움의 열정을 식게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아이가 원할 때 집안일 한다고 거절하지 말고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원하는 만큼 책을 읽어주라는 것이므로 원치 않는 개입을 하는 게 아니다. 책육아야말로 돈 안 드는 배려육아”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육아를 ‘최정예 요원’을 길러내는 행위로 묘사하고 ‘책육아 안 하면 너희 아이 후진대 간다’고 과장하는 것은 엄마의 경쟁 욕망을 자극할 뿐이다. 아이에게 책을 읽히려면 엄마부터 텔레비전을 끊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하는 <닥군>은 결국 신종 육아 자기계발서다. 

‘군대육아’ ‘전투육아’도 하나의 스쳐지나가는 유행일지 모른다. 한국에선 유독 육아 트렌드가 빨리, 자주 바뀌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아이에게 절제와 기다림을 가르치는 프랑스식 육아,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북유럽식 육아, 아이가 원할 때 언제든 욕구를 충족해주는 한국식 포대기 육아(전통육아), 아이를 엄격하게 대하는 타이거맘, 아기의 개성을 중시하는 유대인 육아 등 육아 유행은 계속 바뀌어왔다. 출판사와 언론이 만들어낸 조어일 수 있지만, 그만큼 엄마들이 더 나은 방식을 찾으며 여기저기 기웃댄 결과다. 예전과 달리 동네나 공동체 없이 ‘나홀로 육아’를 하는 엄마들이 불안과 혼란을 극복하고자, 동시에 공부 잘하는 아이를 만들고자 책·온라인 등에서 답을 구하며 이리저리 헤맨 결과이기도 하다. 

엄마들이여 제발 갈팡질팡을 멈추라

그러나 전문가들은 엄마들에게 제발 갈팡질팡을 멈추라고 말한다. “육아의 본질은 아이를 어떻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눈으로 관찰하고 믿는 것이다. 만 3살까지는 엄마의 따스한 온기가 최고다.”(이정희 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 대표) “아이들의 다양한 몸짓이나 미묘한 표정 변화, 근육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아이와 관계맺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육아책에 나오는 지식이나 전문가의 의견은 부차적 참고서로만 활용해야 한다.”(이승욱 정신분석가) 

한국 사회에서 육아 유행병은 없어질 수 있을까.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한겨레21 2014.06.09 제10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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