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라고 하니 왠지 화려하고 멋지고 좋아보이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미국 오기 전 은근히 기대했었어요.

미국 영화에서처럼 남편은 턱시도 입고

부인은 멋진 이브닝 드레스 입고 파티가는 장면을 떠올렸죠.

그러나 미국 생활 2년차이지만, 그런 파티 한.번.도. 못가봤습니다.

드레스 한번 빌려볼 기회가 안 오더군요.

우린 그저 파티를 즐기는 계층이 아닌게지요 후훗.

 

하지만 아이들과 관련된 파티는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우선 친구들의 생일파티들...

시시 때때로 계절이 지나면서 돌아오는

할로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발렌타인, 학교생활 100일 파티,

부활절, 엄마의 날, 종강식/졸업식, 아빠의 날, 수영장 파티...

토토로네 첫째딸과 둘째딸의 학교별 파티만 왔다갔다해도 1년이 금방 지나가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 파티라는 게 가보면 별거 없었어요.

부모와 함께 행사와 관련된 만들기나 간단한 게임 정도를 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끝나는게 대부분이거든요.

음식은 대부분 피자, 컵케잌, 과일, 음료수, 쿠키, 칩스 같은 과자류...

피자는 정말 지겹도록 많이 먹는 파티 대표음식이네요.

 

아직도 아이들과 관련된 파티에 가면

외국 엄마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어색하고,

선생님과 대면하는 것도 낯설어서

많이 긴장하면서 다녀오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나도 파티를 즐거운 마음으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파티 문화에 익숙해지려면 무엇보다 영어가 좀더 편해져야겠지요.

그러려면 아마도 시간이 오래 걸릴 듯 합니다...

 

많은 파티들을 다녀오면서 늘 들던 생각은

참,형식적이구나...라는 공허함이었습니다.

먹고 즐기고 아이들은 선물을 받는 레퍼토리.

아이들은 신나하죠. 평소 주지도 않는 달콤한 것들을 먹고

지우개 하나라도 선물을 받으니까요.

그런데 제 눈엔 테마에 어울리는 색깔로 너무나 아름답게 셋팅된 테이블보다

버려지는 일회용품들과 음식들이 아깝고,

너무 짜고 단 음식들이 싫고,

아이들에게 단지 그 날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선물을 쥐어준다는게 씁쓸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전 그런 파티들과는 차원이 다른 파티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토토로네 첫째딸 1학년 종강 파티입니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나 벌써 미국학교에서의 1학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담임 교사는 부모들에게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1년동안 많이 자란 아이들의 결과물을 나누어보는 종강 파티에

꼭 참석해서 아이들의 성장을 축하해주라구요.

 

오늘 아침부터 토토로네는 분주했습니다.

교실에서의 파티 후 피크닉을 학교 운동장에서 한다길래

토토로네 엄마는 열심히 도시락 싸기에 바빴거든요.

토토로네 엄마의 반강제에 힘입어 부랴부랴 토토로네 아빠도 반차를 내고,

벌써 방학중인 토토로네 둘째딸과 셋이서 첫째딸 학교에 갔습니다.

이번에도 놀랐습니다. 많은 아빠들이 와 있었거든요!

역시 미국 아빠들의 아이 행사 참여도는 본받을만 합니다.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자기 자리에 앉아서 부모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이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모든 부모들이 교실로 오자,

교사는 아이들을 카펫 주위로 불러모았습니다.

아이들마다 한장의 종이를 들고 있었지요.

미국은 9월에 학기가 시작되는데요,

바로 2013년도의 나와 2014년 현재의 나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종이였어요.

그리고 한명씩 발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토토로네 첫째딸의 발표 내용입니다.

 

20140530_103155.jpg  20140530_103419.jpg    

 

"나는 부끄러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용감합니다."

"나는 영어를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압니다."

"나는 유치원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1학년입니다."

.....

 

영어의 '영'자도 모르고 까막눈으로 미국에 와서

미국학교에 들어간 토토로네 첫째딸.

아이 나름 낯선 환경이 두려웠을 것이고,

너무나도 유창하게 말하는 미국 친구들 속에서

묵묵히 3개월을 벙어리처럼 지냈었습니다.

제가 간혹 점심시간에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저에게 물었었어요.

"왜 얘는 이야기를 안해요?"

"왜 대답도 안해요?"

영어를 배우는 중이라고, 조금만 기다려주고 도와주면 말할 것이라고 대답했지만...

내심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많이 답답할텐데 그런 내색 없던 첫째였으니깐요.

그렇게 1년여의 시간들이 지나 현재는 학교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게 되었네요.

첫번째로 씩씩하게 발표도 하는 모습을 보니 왜 이렇게 뭉클하던지요.

아이 마음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라는 것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게 아이를 기다려주고 도와준

학교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미국의 ESL프로그램 정말 체계적이었거든요.(이 이야기는 다음에...)

 

그렇게 모든 아이들의 발표가 끝나자

교사는 교실의 불을 끄고 한 편의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의 1년 동안의 모습들이 음악과 함께 흘러갔습니다.

이런 저런 행사들 속의 아이들, 코믹한 모습들, 다정한 모습들...

중간 중간 흐르는 음악들이 익숙한지

아이들이 따라부르기도 하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환호하기도 하고,

춤을 추는 아이도 있었어요.

감정 표현이 정말 자유롭더군요.

그렇게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이 한명 한명 영상 메세지가 담겨있었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에 관해서 아이들마다 한 마디씩 녹화를 했더라구요.

토토로네 첫째딸은 "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라는 본인의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의 꿈 이야기, 소망, 2학년이 되는 기대감, 우정, 가족에 대한 사랑 이야기들이

조용한 교실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불을 켜니 저뿐만 아니라 부모들 중 눈물을 훔치는 부모들이 꽤 되더라구요.

 

이후 교사의 부모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만나 너무 행복했고,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다고...

협조해준 부모들에게 감사하고, 아이들의 2학년도 응원 많이 해주고, 잘 지내길 바란다고...

선생님의 코 끝이 빨개지더라구요...저도 덩달아...

이후 아이들은 신나게 친구들과 선생님과 기념 사진을 찍었고,

부모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피크닉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재확인하고 축하해주는 이번 파티를 보면서

나의 학창시절은 어땠나? 떠올려봅니다.

그런데 떠올려지는 게 없네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의 졸업식날이

그나마 희미하게 생각이 납니다.

지루한 교장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언제 식이 끝나나 자리를 지키고 앉아

졸업장 받고 학교를 탈출하듯 떠났었네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세상은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를 함께 기뻐해주고

축하와 격려와 따뜻함이 넘쳐났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큰딸, 엄마는 네가 너무 대견하단다.

1학년 졸업 축하한다! 2학년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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