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96895_P_0.jpg » 한겨레 자료사진
 
건강 렌즈로 본 사회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알려진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은 충격적이었다. 15살 소녀 세명이 또래 여학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잔혹하게 폭행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부모가 혼자라도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것이 제일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아버지는 혼자서 딸을 키우고 있었다. 많은 ‘한부모’들이 이 말에 공감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한부모 가정, 이른바 ‘결손’ 가정 자녀들이 양친과 함께 사는 가정의 자녀보다 불행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통계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부모 가구의 살림살이는 어렵고, 자녀들의 정서와 인지발달에 어려움이 있으며, 천식이나 아토피 질환도 더 많다. 김해 여고생 사례처럼 범죄에도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부모가족지원법’까지 만들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조너선 브래드쇼 영국 요크대학 교수팀은 5년 전 ‘유럽의 아동 행복 지표’라는 논문을 통해 가족 형태와 아동의 행복은 관계가 없다고 보고했다. 이 논문에서는 유니세프의 자료를 바탕으로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27개 나라 아동의 행복 수준과 관련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국가별로 이른바 ‘가족 해체’ 비율과 아동의 행복 수준 사이의 상관성을 분석했는데, 둘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한부모 가정이나 재혼 가정 등 ‘가족 해체’ 사례가 어떤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많았지만, 아동들의 행복 수준은 여전히 높았다. 부모의 이혼이 아동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그런 부정적 영향을 사회복지정책으로 완화하고 보호해줬기 때문이다.

또 아동의 행복 수준은 국가의 경제적 부유함보다는 그 사회의 불평등 수준과 관련이 있었다. 이미 다른 연구들에서 밝혀졌듯이 차별과 배제는 성인은 물론 아동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서 한부모들이 자녀를 키우기 어렵고 한부모를 둔 아동들이 행복하게 살기 어려운 것은 그 부모들의 무책임 탓이 아니다. 양쪽 부모가 매달려도 따라잡기 어려운 교육환경,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저임금과 장시간의 근로 환경, 그리고 그들을 향한 손가락질과 수근거림이야말로 한부모 가족들이 행복하지 못한 진짜 이유다. 한국에서는 2012년 한해 11만4천쌍의 부부가 이혼했다. 한부모 가구는 약 170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9%에 이른다. 그런데도 정부는 저소득, 미혼, 청소년 한부모 등 특별 지원 대상자를 넓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별적으로 지원 대상자 목록을 늘리는 것은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다.

양쪽·한·외국인·동성 부모 등 어떤 가정에서 살든 어린이라면 누구나 보호받으며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요란한 저출산 대책이 아니라 이미 태어난 어린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한부모 자녀들이 ‘불쌍한’ 어린이가 되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도 아니고 피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다.

서상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health.re.kr) 상임연구원

(*한겨레 신문 2014년 8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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