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김부각'이란 음식을 아시나 모르겠습니다. ^^
두세장쯤 되는 김과 김사이에 찹쌀풀을 바르고 널어서 말려 기름에 튀기거나 구워서 먹는 음식이죠. 너무 두꺼워도 안되고 찹쌀풀이 적당하지 않으면 질기고 맛없는 천덕꾸러기가 돼요.
얼마 전 친정엄마가 어렵게 구했노라며 비싼 김부각을 나눠주셨습니다.
기름에 튀기는 것두 요령껏 해야지 잘못하면 딱딱하고 맛없어져버리는 터라 열심히 구워서 식탁에 올렸습니다. 우리 꼬마 빼고 맛있는 김부각을 먹어본적 없던 신랑이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저도 눈에 불을 켠듯 마구마구 먹었습니다. 이게 얼마만에 맛보는 제대로 된(?) 김부각이야!!! ^^
맛을 본 꼬마가 묻습니다.
"엄마는 왜 그렇게 김과자 (바삭하다고 김과자랍니다)가 좋아?"
"너무 맛있어서~" 라고 할까 하다가 엄마의 추억의 음식이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저에겐 추억이 서린 음식이었습니다.
어릴적 외갓집에 가면 평상에 주욱 널어놓고 뒤집어 가면서 잘 말렸다가 떠날적에 주섬주섬 짐에 꾸려넣어주시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계셨습니다. 보통 외할머니들의 음식 솜씨는 으뜸이죠 ^^
요게 공(功)이 굉장히 많이 드는 음식이라는 걸 전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제 늙고 병드시고, 치매마저 할머니를 침범해버려서 더이상 그 맛난 음식들을 얻어먹을 수 없게 되어버리자, 다른 데서 먹어볼 수도 없는 이 김부각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노라고..
나도 모르게 진지하게 설명하고 보니,
식탁에서 내 이야기는 잔소리나 감상에 젖은 소리쯤으로 치부하시던 남편님도 경청하고,
꼬마도 눈을 반짝이며 의외로 추억에 대한 공감을 하는 듯 보였습니다. ㅋ
그러더니만 김과자 싫다던 꼬마가 "나도 김과자가 너무 맛있어 엄마, 또 줘!" 하면서 잘 먹습니다.
아이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니, 감동스럽기도 했다지요 ㅎㅎ
다들 추억의 음식 몇 가지쯤 있으시지요?
할머니가 병드셔서 이젠 맛볼 수 없게 되어버린 그 음식들이
너무 그리운 며칠이었습니다.. ^^